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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을 견뎠던 시절

외로움 속에서의 단단함

by 삐약이

가족들이 싸우는 걸 보면 어떤 기분이 들까? 나는 늘 조마조마하고 불안한 기분에 휩싸였다. 그리고 가족들의 싸움이 빨리 끝나기만을 간절히 바랐다.

하지만 내 뜻대로 되는 건 아니었기에 엄마와 아빠가 싸우는 걸 보면서 늘 ‘저 싸움은 언제 끝날까?’하고 생각하곤 했다. 그러다 싸움이 끝나고 나면 늘 마음을 놓고 애니를 즐겼다. 그때 내 유일한 친구인 애니가 없었다면 정말 힘들었을 것이다.

지금도 애니를 좋아하고 나름 보려고 노력하지만, 그때의 나는 애니에 미쳐 있었다. 애니만이 내 세상에서 반짝이는 빛이자 색다른 세상을 꿈꾸게 하는 것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애니를 보며 저런 세상에서 살고 싶다고 바란 적도 있었고, 가족들이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면 부럽기도 했다.

애니 속 인물들은 싸워도 금방 화해하는데 왜 사람들은 금방 화해할 수 없을지 의아해한 적도 있었지만 크면서 깨닫게 됐다. 애니 속 세상이 전부가 아니고, 그 세상으로 갈 수 없다는 것을.

그럼에도 혼자 있을 때 애니는 내게 큰 힘이 됐다. 마음의 지탱할 수 있는 지표가 되고, 나에게 성우 덕후로 살게 되게 계기를 만들어 줬다.

그래서 나는 그 시간들도 감사한다. 그 시간들이 없었다면 나는 더 내 가족을 원망하고 나 자신을 한없이 초라한 사람으로 여겼을 테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외로웠고, 그 외로움을 풀 방법이 없어 애니로 푸는 걸 선택했다. 그리고 그로 인해 더 내 세상으로만 숨어 들어갔다.

이제는 내 세상에서 밖으로 나오려 한다. 그렇게 해야 내가 더 사람들과 어울리고 내 스스로 소통할 수 있음을 알기에… 나는 조심스레 발을 내딛는다.

중학교 때, 가장 기억나는 애니는 아따맘마와 짱구였다. 두 애니 속 가족처럼 울고 웃고 싸워도 금세 화해하고 다시 웃는 그런 가족을 나는 바랐던 건지도 모르지만, 그 애니들이 너무나 좋고 따스해서 계속 보게 됐다. 지금도 두 애니를 좋아하지만 그때는 너무나 좋았고 행복했다.

하지만, 이제는 알고 있다. 애니는 애니라는걸. 그래서 이제는 애니 속 세상을 부러워하는 건 없다.

지금은 오히려 애니를 보며 상상력을 키우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드라마 역시 마찬가지다. 웹 소설 작가가 되고 싶기에 더 노력하는 걸 수도 있겠다.

요즘은 그럼에도 나를 지탱해 주고 내 마음의 안식을 준 애니에게 감사한다. 그리고 나를 늘 인도해주고 늘 지켜주시는 하나님께도 감사를 드린다. 나는 내가 하나님을 믿지 않았다면 더 엇나갔을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더 하나님을 믿는 내가 좋고, 기쁘다.

비록 엄마에게 사랑을 받고 수많은 밤을 외롭게 보냈지만, 그 시간을 떠올릴 때 이제 아프지 않다. 그저 그런 시절이 있었다는 걸 떠올릴 뿐이다. 그리고 그 시간을 단단히 견뎌준 나에게도 뿌듯한 마음이 든다.

앞으로도 외로움 속에 있을 소수 있고 더 힘든 일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때처럼 외롭지는 않을 거라고 감히 말해 본다. 그래서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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