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코로나의 흔적

by 삐약이

지난주 일요일 저녁부터 목이 가렵더니 자꾸만 마른 기침이 나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별것 아니려니 했지만, 월요일에 일어나자마자 몸에 통증이 오고 오한이 들었다.

'병원을 가 봐야 하나? 아니면 일 끝나고 갈까?'

고민을 하며 잠시 생각하다 너무 일을 쉬는 것도 그렇고, 그저 몸살이겠거니 하며 경로당에 출근해서 오후에 일을 마쳤다. 일하면서 몸이 안 좋아 힘들었으나 그렇게 심한 것도 아니었고, 움직이고 나니 한결 괜찮아져 잠시 방심했다.

그러다 일이 끝나고 마침 근처에 있는 단골 병원으로 향했다. 예전에 자주 가던 가정 의학과였는데 이사 후 멀어져 못 가다 현재 다시 이사를 오기되면서 인연을 맺은 곳이었다.

가자마자 열부터 재고, 목 검사를 하니 목이 많이 부었다고 하시며 선생님은 약을 주시겠다고 하셨다. 그리고 그럼에도 아프다면 코로나 검사를 해보자고 했지만, 내가 경로당에서 일하는 걸 말하며 검사를 하겠다고 해 검사를 진행했다.

오랜만에 코에 키트를 넣는 느낌은 여전히 싫었다. 하지만, 한 쪽만 넣는다고 해 안도하며

'에이, 그냥 감기겠지 뭐. 설마 코로나 일리가.'

하고 마음을 놓았다. 그런데 예상은 빗나갔다.

"어쩐대요? 코로나 확진이에요."

선생님이 안타까워하며 말한 순간 나는 바로

"네에?"

하고 소리가 높아졌다. 최근 코로나 환자와 접촉한 일도 없었고, 문제 될 게 없었기에 더 당황스러웠다.

뭐 이런 경우가 다 있나 싶어 몇 번이나 확인을 하고서야 코로나임을 인정하고 약을 받아 와 먹기 시작한 지 이제 6일째다.

약도 어느 정도 다 먹었고, 코로나 기운도 많이 옅어져 이제는 괜찮은 정도가 됐다. 그러나 여전히 목 상태는 안 좋고, 가래가 있다. 콧물도 나오고 코가 막힌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이번 추석은 집콕으로 변경됐다. 원래는 진주에 가 이모들을 만나고 조카들도 볼 수 있으면 보려 했는데... 참 아쉽다.

원래라면 내가 나은 후 내일 바로 진주로 출발하기 위해 버스까지 표를 끊은 상태였다. 그러나 오늘 아침 엄마까지 몸이 안 좋아지면서 상황이 변했다.

엄마도 감기와는 다르다며 코로나 같다고 하시고, 나도 설마설마 싶었는데 키트 검사 결과 코로나 확진이었다.

이건 뭐... 뫼비우스의 띠도 아니고 이렇게 걸릴 줄이야. 상상도 못해서 더 당황스럽고, 한편으론 나에게 약을 전해준다고 엄마가 종종 방에 온 게 원인인 것 같아 죄송했다.

엄마도 이모들을 만나면 좋아하고 이번에는 큰 이모가 집을 이사해 가 보려 했는데 그것마저 무산된 게 나 때문인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하지만 엄마는 누구의 탓도 아니라고 하시며 담담히 받아들이셨다. 현재 병원들이 문을 닫은 관계로 내일 몸이 더 안 좋다면 응급실에 가시겠다고 하시는 엄마. 내가 따라가 드리고 싶지만 나 역시 눈이 안 보이기 때문에 엄마 도움이 없이는 이동할 수 없다. 그래서 엄마가 병원을 간ㄷ면 나는 집에 남아 있을 것 같다.

이런 점들도 속상하지만, 가장 속상한 건 내가 해 줄 수 있는 게 없다는 거다. 뭐라도 해주고 싶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극히 드물다. 죽도 엄마와 친한 이모가 전과 함께 먹으라며 주셨고, 감사하게도 이모 한 분은 갈비까지 챙겨주셨다. 순전히 갈비를 좋아하는 나를 위해서...

나는 늘 도움을 받고 사는구나 싶으니 감사하면서도 죄송스럽다. 이번 추석 연휴는 집콕이지만, 그 집에 콕 속에서도 엄마가 무사히 쾌차하고 낫기를 기도한다. 그리고 나 역시 다음 주 금요일부터 일할 때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감사한 마음을 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