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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 보는 건 이제 스톱

by 삐약이






어릴 적 나는 유독 남들에게 눈치를 자주 보는 아이였다.

그래서인지 툭하면 엄마에게 “아빠 언제 나가?” 하고 물어보며, 아빠가 나가기를 바랐다.

누군가 화를 내면 ‘나 때문인가?’ 싶어 불안해했고, 욕을 하는 것도 나에게 하는 게 아닌데도 불안했다.


아빠가 차를 운전할 때 욕하는 것 역시 무서운 것 중 하나였다.

아빠가 욕을 하면 그만큼 화가 났다는 뜻이었기에, 나는 늘 조심스러웠고 눈치를 살피는 시간이 늘어만 갔다.


그래서 나는 늘 이어폰을 소지하고 다녔다.

내가 듣고 싶은 말만 듣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살리기 위해서.

이어폰을 꽂고 있을 때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나는 안정감을 찾을 수 있었고, 아빠가 화를 내든 엄마가 뭐라고 하든 신경 쓰지 않을 수 있어 좋았다.


그러나 너무 이어폰을 많이 낀 탓에 오른쪽 귀는 약간의 난청을 얻었다.

장애 진단을 받을 정도는 아니지만, 귀 한쪽이 조금 안 좋게 됐다.

다행히 보청기는 안 껴도 돼서 안심이지만, 이것 역시 꾸준히 관리하며 잘 돌봐야 한다고 해서 늘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누구나 눈치를 볼 수 있지만, 나는 유독 그게 심하다.

현재 아는 동생과의 관계에서도 그렇고, 나를 도와주는 활동지원사 선생님과의 관계에서도 그렇다.

조금만 말이 없어도 나에게 화가 난 줄 알고, 농담으로 한 말도 진담으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답답해하는 사람도 있고, 때로는 “너는 왜 농담인데 그렇게 진지해.”라며 어이없어 하는 사람도 있다.

나도 내가 눈치 보는 걸 고치려 노력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불안감이 몰려오면 더 심해지고, 그렇게 되면 나를 제어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나는 하루하루 살아갈 때 ‘눈치 보지 않은 날’에는 감사한다.

내가 눈치 볼 필요 없이 지냈음에 감사하고, 그렇게 할 수 있어 기쁜 것에 감사하다.


오늘도 나름 잘 견딘 하루였다.

그래서 더 기쁘고, 감사하다.


앞으로도 수많은 사람을 만날 것이다.

그때마다 눈치를 볼 게 아니라, 당당히 내 말을 전할 수 있는 어른이 돼야겠다.

그게 당당함이고, 내가 찾아야 할 또 다른 ‘나’이니까.


앞으로도 나는 내 자아를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래서 더 당당한 한 명의 안마사로서 서서 나가고 싶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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