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의 ADHD 일기
누구에게나 반드시 필요한 게 있다. 그건 바로 수면이다. 사람들은 자지 않으면 몸이 망가지고 수면 패턴이 정상적이지 않을 경우 큰 고통을 겪을 만큼 수면은 삶에 있어 영향을 많이 미친다.
나도 그렇다. 사실 나는 잠을 잔다기보다 거의 얕은 수면을 취하는 거라고 보면 더 맞는 표현일 것이다. 왜냐하면 잠을 자도 3시간이 지나면 깨 버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시 자려고 해도 배고픔과 갑작스러운 머리 속 각성으로 인해 제대로 잠을 취하지 못한다. 최근에는 깊은 숙면이라는 단어가 나에게는 낯선 단어로 느껴질 만큼 나는 숱한 새벽을 홀로 지새웠다.
어떻게 보면 깨다 자다를 많이하기 때문에 많이 잔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엄마도
"너 적게 자는 거 아니야. 많이 자는 거야."
말씀 하시며 내 수면 습관이 잘못 됐다고 말하신다. 물론 그것도 맞다. 나는 주로 새벽에 깨 뒤척이다 아침이 돼서야 겨우 잠 드는 타입이니까.
그러나 내면을 들여다보면 더 복잡하다. 수많은 생각들이 머리 속을 지나 간다. 마치 머리 속에 전구가 여러 개 켜져 꺼지지 않는 트리 같다. 크리스마스 때 커다란 트리에 달린 수많은 전구들을 볼 때면 멋지다는 생각을 참 많이 했더랬다. 그런데 당사자인 내가 그 상황이 되고 보니 이건 멋진 게 아니라 고문이었다.
정말 힘들었다. 생각을 멈추려 책도 듣고 동화도 찾아 들었다. 잠이 잘 온다는 ASMR도 듣고 명상도 해보려 햇으나 실패. 나에게는 잠이라는 게 마치 거대한 산처럼 느껴졌다. 아무리 올라가려 해도 오를 수 없는 산. 숙면이라는 말에도 공감 할 수 없는 그런 기분은 정말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최근에서야 온 건 아니다. 나는 어릴 때부터 낮잠도 그렇고 밤에 자는 것도 자주 깨는 아이였다. 물론 아빠가 TV를 켜 놓고 주무시기에 그 소리에 깨기도 햇지만, 유독 자주 깨고 잠을 잘 자지 못하는 아이였다. 오죽하면 엄마가 낮잠을 재우려고 하다 실패 했을 정도엿을까?
그렇기에 내 수면은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이다. 그래서인지 나는 깊은 잠에 대한 생각이 없다. 그냥 6시간 정도 푹 자 주면
'오~ 오늘은 좀 잤잖아?'
이 정도로 생각한다. 그러나 내 몸은 피곤하다고 아우성을 외치는데다 나도 몸이 안 좋으니 자연스럽게 예민 해진다.
그렇다보니 나는 주말이 되면 평소보다 배는 늘어진다. 거의 침대와 한 몸이 되며 움직이는 것도 잘 안 한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때는 더 심해지는 건 잠을 못 잔 탓에 실컷 늘어지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다 스르르 잠이 들고, 밤에 잠을 못 자는... 그런 악순환의 반복이 이어지는 중이다.
주치의 선생님은 수면 패턴을 바꾸고 운동을 해보라고 하셧다. 그래서 이제는 운동을 해보려 한다. 정말 잠을 제대로 못 자니 뭐든 해서 숙면을 취하고 싶다. 누구에게나 허락 되는 숙면. 그게 나에게도 허락 될 날이 오기나 할까?
문득 글을 쓰면서 서글퍼졌다. 남들은 쉽게 잔다는데 나는 그것도 아니고, 자다 깨면 늘 배고픔과 여러 생각들, 불안감에 뒤척이는 나날이 이어지는 게 너무나 힘겹다. 심지어 조용하면 할 수록 뇌는 더 쌩쌩 해지고 생각은 더 나를 괴롭힌다.
이 악순환의 고리는 정말 어떻게 끊을 수 있는 걸까. 단 한 번이라도 좋으니 꿀잠이라는 걸 자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