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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라는 무게

시각장애인의 ADHD 일기

by 삐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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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말이 많다. 어느 정도냐 하면 말 한 번 하면 라디오가 필요 없다고 할 정도로 말에 있어서는 엄청나다.


그런 나라서 내 이야기를 자주 하는데 그래서 사람들은 내게

"너는 비밀이 없어."

라고 할 정도였다.


내 이야기를 다 하니까 비밀이 없고 그래서 사람들은 나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는 이것 역시 내 성격이라고 생각했다. 원래 나는 말이 많고, 말이 많으니 늘 시끄러운 거라고 여겼다.


그러나 내가 ADHD 진단을 받으며 알게 된 건 이것 역시 증상 중 하나라는 것이었다.


ADHD들의 경우 말을 많이 하거나 갑자기 주변인들 말에 끼어들고 말이 없으면 아무 말이나 내뱉는 등 다양한 양상을 지닌다고 했다. 이유는 불안해서일 수도 있고 남들을 신경 쓰다 갑자기 툭 튀어나올 수도 있다고 했다.


그리고 나는 불안함이 더 컸다. 말이 없으면 내가 뭔가를 말해야 할 것 같고, 내 이야기를 해도 될 것 같아 마구 이야기를 하다 보니 나는 비밀이 없는 여자가 돼 있었다.


그 일로 인해 해서는 안 되는 말까지 해 많은 트러블이나 인간관계에서 문제가 있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 나는 매우 난처한 일에 처해 있다. 나만 괜찮으면 되지만 이건 그럴 수 없는 일이라 더 답답하다.


내가 어떻게 말을 해서 이런 일이 생겼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내 말로 인해 생겼음은 분명하기에 나는 내가 말을 너무 많이 했음을 후회하는 중이다.


몇 번이나 주변인들에게 내 이야기를 다 할 필요가 없음을, 사람은 얌전해야 함을 들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늘 말을 해야 안정이 되고 불안감을 없애려 더 말하다 보니 안 해도 될 말까지 했던 것이다. 그게 지금 부메랑이 돼 내게 돌아왔고 다른 사람까지 피해를 입었다.


참 난감한 일이다.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고 상상하지도 않았는데... 한동안 이런저런 멘붕 상태가 올 듯하다. 그리고 해결이 된다면 결론이 나겠지. 부디 좋은 쪽으로 결론이 났으면 하고 바라고 있다.


제발 별탈 없이 결론이 나서 내가 안정될 수 있기를... 그리고 사건에 또 다른 사람도 안도할 수 있기를... 이번만큼 내 말로 인해 난감한 적은 없었다.


앞으로 좀 더 말을 할 때 신중해져야 함을 배웠다.


비록 쓴맛을 주고 배웠지만 이것 역시 경험의 하나로 남을 것임을 의심치 않는다. 그리고 모든 게 잘 결정돼 내 생활도, 현재 같이 어려움을 겪는 사람 생활도 나아지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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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글로 읽기 편하게 문단을 나누어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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