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일지 모르지만 난 그래
아이가 태어나면서 내가 없는 삶이 시작되었다. 아이에게 온전히 맞춰진 나의 삶. 아이를 위해 존재하는 엄마로의 삶.
잠이 많아 누가 업어가도 모르던 나는, 새벽에 아이가 낑낑거리는 소리만 들어도 벌떡벌떡 일어나는 엄마가 되었다.
내가 세상에 태어나 한 일 중 가장 위대한 업적이라고 할만하다. 내 뱃속에서 새 생명이 둘이나 태어나다니, 그 아이들을 이렇게 먹이고 입히고 재우고 키워내고 있다니.
하지만, 나는 내 인생이 엄마로서의 삶에만 그치기를 원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자란다.
20대의 나는, 내가 아이를 낳고 키우는 ‘아줌마’가 되면 더 이상 꿈을 꾸지 않을 줄 알았다.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세상이 바뀐 것인지, 아니면 내가 달라진 것인지 몰라도... 나는 아이를 낳기 전보다 훨씬 더 왕성하게 일하고 활동하며 더 많은 꿈을 꾸고 있다. 희한하지.
아이를 낳기 전보다 훨씬 시간을 압축적으로 쓰게 되었다. 정해진 짧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하니까.
‘내가 이렇게 열심히 살았던 적이 있나’ 싶다.
그래서 나는 지금 내 자신이 대견하다.
완벽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아이들을 키우면서 집안일도 하고, 내 일도 해내고 있는 것만으로 대견스럽다.
그리고,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는 나 자신이 대견스럽다.
내가 나를 대견스럽게 여기는 이 마음이 나 자신을 또 단단하게 해주는 것 같다.
그렇다고 늘 내가 대견한건 또 아니다.
육아를 하다보면 나의 밑바닥을 보게될 때가 많다.
‘내가 이렇게 짜증이 많은 사람이었나?‘
아이가 없을 때는 몰랐던 나 자신을 더욱 깊이 알아간다.
아이들이 너무 사랑스러웠다가, 어쩔 때는 너무 미웠다가
남편에게 너무 고맙다가, 어쩔 때는 꼴 보기 싫었다가
내 자신이 참 대견스럽다가, 어쩔 때는 참 실망스러웠다가
나의 엄마가 참 대단하다 싶어 존경스럽다가, 어쩔 때는 부담스럽기도 하고..
그렇게 오늘도 하루하루를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