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작가지망생 2년 차.
지긋지긋한 회사만 떠나면 드라마틱한 세상이 펼쳐질 줄 알았던 순진무구의 나.
지면 위에서 만큼은 전지전능하다는 '작가신분' 뒤에는 사실,
에덴동산의 열매의 것보다 더 처절한 대가가 따른다는 걸 뒤늦게 깨닫는다.
뒤늦게 뼈아픈 현실을 깨닫는다.
작가지망생의 현실.
유약하고
가난하고
불행하고
누군가에 기생하지 않으면 살 수 없고
현실을 회피하는 겁쟁이라고,
자기만족에 산다고,
차가운 손가락질을 받고
지면 밖 세계로부터 불필요한 존재로 치부되어 또다시 밖으로 내몰리는,
소외감과 불안에 몸을 떨 줄만 아는 쫄보.
창작의 고통.
외로움이라는 사치.
눈만 뜨면 두개골을 박살낼 듯 달려드는 통증.
어느 누구도 해결해 주지 못하는 숙제.
작가지망생의 숙명이라 부르기엔 너무 거창한 나의 문제.
내가, 나 스스로 어떻게든 매듭지어야 할 문제.
철없는 몸살.
질서 없이 떠다니는 사유를 땅바닥에 눌러앉히면 유치한 엄살일 뿐.
삼시세끼 꼬박 공복에 시달리는 뱃대기는 허무함 이상의 의미가 없다.
세상을 향해 한 획을 긋겠다던 포부는 일찌감치 희미한 비명이 되어 잊혀졌다.
저멀리로, 빛을 잃었다.
아니라고, 아니라고.
하지 말라고, 그만 하라고.
'이래도 관두지 않아?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래?'
이건 고민이 아닌 고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