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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 명희 Apr 11. 2022

끝나지 않을 이야기

글을 읽고 난 사람들의 '발전'에 대한 생각 교환 (계속 업데이트)

글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 마음을 움직이는 글을 읽으면 작가를 만나고 싶은 마음도 크지만, 그 글을 읽었을 다른 읽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너무 궁금했다. 나는 이렇게 느끼는데, 당신은 어떨까? 작가에게 보내준 당신의 글을 여기에 계속 공유한다. 당신의 이야기가 겹쳐진 우리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으면 좋겠다. 같은 하늘 아래 있고, 언젠가 함께 할 일이 있다면 스스럼 없이 같이 만날 수도 있겠다. 우리에겐 그런 바람이 있다. 



개발은 그냥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개발과 성장이 집약된 공간인 서울에서 일하면서, 개발이 가져오는 편리함 아래 있는 불편함을 종종 만난다. 발전이 많이 또 잘 됐다고 해서 무작정 누구에게나 살기 좋은 곳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또 개발이 추구하는 방식으로 우리가 잃거나 잊고 있는 것이 많다. 사회는 개발을 통해 나날이 발전하지만 갈수록 팍팍해 지는 삶의 이유는 우리가 뭔가를 잊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적기업, 재단법인 등에서 경험을 쌓으면서 일하면서 ‘좋은 일 하시네요’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어찌보면 내가 하는 일도 어떤 한 분야에 성장을 가져오는 일종의 개발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대부분 시간에 쫒기고, 사람에 치이는 탓에 좋은 방식이나 방법을 고민하는 건 쉽지 않다. 그런 과정들을 거치며 내가 하는 일이 정말 좋은 일인가 또 다수의 사람들에게 좋은 성장을 가져오는가에 대한 확신은 점점 줄어든다. 줄어든 확신만큼 마음의 부침과 지침은 커진다. 

세상은 변했고 변하고 있지만 아직 개발의 문법은 저 멀리 과거에 있는 듯 하다. 지금을 사는 우리에게 맞는 개발과 성장은 무엇일까. 좋은 개발과 발전, 그리고 그것이 가져오는 성장은 무엇일까. 우리는 개발의 결과와 성과를 어떤 시각으로 살펴야 할까. 마리가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는 좋은 개발을 생각하는 사람이 어떤 것을 고민해야 할지 작게나마 보여준다. 또 좋은 개발은 잘 보이진 않지만 꼭 필요한 것이라는 확신의 불을 다시 한 번 지펴준다. 좋은 개발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지치지 않고, 더 많아졌으면!


<박초롱>


초롱님, 이 이야기도 할 번 읽어보셔요.  (마리)



우리나라에서 오래전부터 추진하는 개발협력사업들을 보면서 늘 드는 궁금증이 하나 있었다. 소위 선진국이라는 나라들이 개발도상국에 원조를 할 때 적용하는 방식이 그 나라 사람들에게도 공감을 얻고 있을까? 개발도상국의 발전을 위한다는 명목하에 일방적인 방식만을 강요하고 있는건 아닐까?     


그런 물음표에 이 글은 개발도상국 현장에서 얻은 생생한 목소리를 토대로 성실하게 답하고 있다.      


먼저 개발협력사업을 할 때 우리는 ‘함께’라는 중요한 키워드를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반문한다. 캄보디아에서 지원을 받는 사회적기업 구성원들은 한목소리로 얘기한다. 빠르게 성과를 내는 것보다 조금 돌아가더라도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하며 함께 가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또한 도움을 주는 나라, 받는 나라의 이분법에서 벗어나 개발협력사업의 과정에서 ‘함께’ 서로를 배워가고, 우리가 바라는 세상을 ‘함께’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 함께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사람’이다. 사람이 같이 사는 법, 발전의 과정에서 사람 그 자체의 존귀함을 결코 놓쳐서는 안된다고 글에서는 강조한다. 


이 글은 발전이라는 딱딱한 키워드에서 시작하지만 마지막은 사람의 존귀함이라는 따뜻한 키워드로 막을 내린다. 대단한 논리와 수려한 문장의 글은 아니지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작은 울림을 준다. 


<라현윤, 에디터>




공적개발원조 사업을 평가 하던 L은 저개발/ 발전 담론을 자신이 하는 일의 의미 속에 따져 묻는다. 

대부분의 해외 NGO 활동가들이 겪는 문제일텐데, L은 경제학자 ‘이마티아 센’의 책 <자유로서의 발전>을 통해 발전을 ‘개인이 소중히 여길만한 삶을 영위 할 수 있는 역량’으로 정의 한다. 

그럼에도 자기 실현의 욕망이 어떤 조건 속에서 더 구체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일까, 고민하게 된다. 

L이 캄보디아 현장에서 만난 한 사회적기업은 성과와 효율이 아닌 공동체의 가치를 실현해 내고 있다, 고 L은 생각한다. 분업화된 봉제공장과 / 협업으로 운영되는 봉제공장의 차이는 구성원의 행복에 대한 생각의 차이를 보여준다. 구성원이 책임을 발휘할 조건을 개인의 성장과 애정 속에서 찾은 L은, 마을 공동체 사업으로, 관계에 대해, 관계 속 개인의 존재에 대해 성숙한 질문을 만들어 간다. 


존중하는 사회가 L이 말하는 발전을 말하는 것이라면 수긍이 된다. 리더십이 중요하기도 하고 평가 자체가 새로운 기준이 되기도 한다. 


모처럼 바닷가에 바람이 많다. 

이쪽하면 저쪽하며 이리저리 불어 오는 바람이 제주 답달까. 한 끗 차이로 우리는 다른 바람, 다른 사람이 된다. 


얼마나 갈지 모른다. 


배우는 과정에서 생은 끝나게 될 것이나 자신의 이야기는 쌓여 갈 것이다. 이러저리 밀리고 밀린 삶이라 해도 어느 해변에 차곡이 누워 햇살 아래 쉬게 되리라.


<김병수>




글을 읽고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고 싶은 얘기가 많지만, 그걸 다 쓰자니 너무 길어질 것 같고 짧은 감상만 남기겠습니다.      


1화를 읽고, 발전이란 무엇인가?      

정말 중요한 질문입니다. 이런 질문들을 개발도상국 사람들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하고 싶습니다. 이와 더불어, 도대체 지속가능개발은 무엇이며, 지속가능성은 무엇인지도 묻고 싶습니다. 어떤 나라가 좋은 나라인지, 어떤 세상이 좋은 세상인지, 우리는 어떤 세상에 살고 싶은지도 묻고 싶습니다.   

   

2화를 읽고,  많은 돈이 필요한가?      

이것은 톨스토이가 지은 소설의 제목, <우리에겐 얼마나 많은 땅이 필요한가?>와도 비슷합니다. 이 질문도 마찬가지로 모두와 나누고 싶은 질문입니다. 한 달 300만원의 월급을 받아서 100만원은 월세로 내고, 50만원은 자동차 유지비로 쓰고, 100만원은 아이들 과외비로 쓰고, 50만원은 식비로 사용하는 한국 사람이 있습니다. 다른 개발도상국에선 한국 원화 가치로 따졌을 때 30만원의 월급을 받아서 10만원은 월세로 내고, 10만원은 툭툭(삼륜 자동차) 유지비로 쓰고, 5만원은 아이들 교육비와 용돈, 5만원은 식비로 사용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둘 중 어느 사람이 더 행복할까요? 이걸 비교하는 게 가능하기나 할까요? 과연 소득은 행복에 비례하나요? 소득이 행복과 무관하다면 국제개발협력사업의 목표는 소득 증대 이외에 무엇이어야 할까요?      


3화를 읽고, 느리게 일하는 사람들     

제가 스리랑카에서 개발협력사업을 할 때도 비슷한 일을 경험했습니다. “이에 대한 답을 언제쯤 해줄 수 있나요?”라고 물었더니, 스리랑카의 사업 파트너는 “No problem (아무 문제없어)”라면서 2주 이내로 답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결국 저는 일년 뒤에야 답을 받았습니다. 그 기다리는 동안 거의 매주 이메일에, 전화로 연락을 하느라 애간장이 다 타버릴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그러다가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이래서 오히려 나라는 한국 사람은 불행한 게 아닐까? 약속은 무조건 지켜야 하고, 날짜는 반드시 지켜야 한다라는 신념 때문에, 내 영혼을 불태우느라 나는 서서히 말라 죽어가는 게 아닐까? 이래도 한 세상, 저래도 한 세상이라는 마음으로, 저렇게 스리랑카 사람들처럼 살아야 나도 행복해지는 게 아닐까?” 저는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 사건을 계기로, <약속은 꼭 지켜야 한다>라는 저의 신념은 약해졌습니다.      


4화를 읽고, 이런 건 부럽다.     

고엘공동체의 걸리안 대표 이야기는 아주 부러웠습니다. 이 사람이 고엘공동체와 함께 이렇게 성장하기까지 캄보디아 사람들의 노력은 어떠했으며, 한국의 지원은 어떠했는지는 자세히 모르겠지만, 이런 반응을 보여주는 것만 봐도, 이 사업이 매우 성공적인 것처럼 보입니다. 이런 일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 부럽기도 합니다.  

한국에서 나오는 국제개발협력사업의 기금들을 저는 자세히는 모르지만, 이렇게 한 공동체에 오랫동안 지원하기가 어렵다고 저는 느꼈습니다. 그런 어려움을 뚫고 이렇게 한 공동체에 오랫동안 여러 방면의 지원을 이끌어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겁니다.      


5화를 읽고, 귀한 사람     

이 이야기도 아주 좋았습니다. 이쯤에서 “발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이 조금 나오는 것 같습니다. 돈을 많이 버는 것이라기보다, 공동체가 그 전보다 정신적 물질적으로 더 풍요로운 삶을 살게 되는 것, 그게 발전 아닐까요? 인터뷰를 한 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가 참 좋았습니다.      


6화를 읽고, 우선순위, 결과가 아닌 과정     

Needs(니즈, 필요)의 다양성을 인정하자는 말이 정말 좋았습니다. 당연한 말이고, 국제개발협력사업에서 제일 먼저 지켜야 할 원칙이지만, 지키는 게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돈을 주는 지원 국가 혹은 지원 기관은 자기가 생각하기에 폼나는 일을 하고 싶어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글을 읽으면서, <바로 이래서 사업 컨설턴트, 기획자, 혹은 중개자가 필요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원국 공동체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또한 동시에 수원국 공동체의 니즈에 맞추는 것이야말로 지원 기관의 성과를 가장 잘 낼 수 있는 방법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지원 기관을 설득하는 사람, 그렇게 양 당사자를 조율해서 거래(거래?!)를 성사시키는 사람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보건 사업이나 환경 사업들을 볼 때마다 느꼈던 게 다시 떠올랐습니다. 근대 이후 선진국에서 사망률을 낮추고 인간의 평균 수명을 길게 만드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의약 발전이 아니라, 수질 개선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정하는 과학적 진실입니다. 상수관, 하수관, 우수관을 분리하면 물을 통해 전염되는 병을 획기적으로 예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상수관, 하수관, 우수관을 분리하는 사업은 단위가 너무 큽니다. 한 도시의 한 구역에서만 하려고 해도 우리 돈으로 수백억원은 듭니다. 그러니, 이런 사업을 무상원조로 하기가 어렵고, 그렇다고 유상 원조로 하기도 어렵습니다. 하수구로 전락한 강에서 아이들이 목욕을 하는 저개발국가에서 보건 사업이나 환경 사업을 하는 걸 볼 때마다, 사업의 우선순위에 대해 여러 고민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이런 보건 사업을 계기로 “무엇이 가장 중요한 일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는 점 자체가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7화를 읽고, 장애인 지원 사업     

그냥 존경하고 감사하다는 말밖에...     


8화를 읽고, 발전이란?     

다르지만 서로 처한 상황을 공감하고 필요한 것을 나누어 서로가 서로에게 고마운 존재가 되고, 한 사람 한 사람의 소중함을 느끼는 과정이 발전인 것 같다.... 이 말이 왜 이리 멋진 거야?      


이게 글 대충 보면서 생각나는 대로 주절거린 글이니, 심각하게 읽지 말아 주시오.


<장용창, 생태연구활동가>



이 인터뷰가 있은지 벌써 많은 시간이 흐른 모양이다....

그동안 현지인들에게 완전 이양, 안식년, 코로나로 인한 비즈니스의 어려움 등등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고엘은 여전히 한걸음 한걸음씩 또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한걸음씩 앞으로 가고있는듯 하다.

그동안 갈리얀 자매는 더 단단해지고 좀 더 먼 앞을 바라볼 줄 아는 지혜로운 리더자가 되어가고 있다. 

몇주 전 걸리안은 이런 얘기를 나누었다.

"그동안 16년이 되었는데 이 길이 왜이리 순탄치 않을까 되짚어봤는데...  우리세대에서는(걸리안과 동료들) 고엘이라는 뿌리를 내리는 시간인것 같아요...

그리고 싸끄다(따께오 리더 큰아들) 사무엘(걸리안 큰아들)  사랑이(한정민 딸) 같은 다음세대들이 미래의 고엘을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준비를 하는 역할이 아닌가 싶어요..."

라면서 어려운 살림을 해나가는걸 바라보는 나의 미안한 시선을 위로한다.

이제 정말로 아내와 내가 고엘에 할 수 있는 역할은 여기까지기 아닐까...하며 이제는 다음세대가 올곧이 건강하게 잘 자라나도록 하는데 더욱 힘을 써야겠구나...라고 마음을 먹어봅니다.


<한정민, 선교사>




고엘 밖에 있는(그러나 열리고 호감있는 시선을 가진) 사람의 시선에서 바라 본 고엘!! 

내부에서의 질문보다 어쩌면 외부인에게 하는 대답이 더 선명해 보인 시간이였어. 

생명력을 느낀 감사한 글들을 통해서 지나온 시간에 대한 위로와 격려를 받은 느낌 ^^ 


<서윤정, 선교사>




한국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는 말을 전하며 눈물을 글썽거린 그녀의 진심이 마음속에 있는 오래된 고민을 건드렸다.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 했던 경우들이 있었다. 나이가 들면서 더 그렇다. 조심스러움 때문인지.. 사회화된 ‘감사합니다’를 남발해 진정한 감사의 표현이 마음속에 가두어져서인지... 여전히 그 이유를 모르겠다.


이 글을 읽으며 여러 사람들과 마음을 모아 발전대안 피다를 설립했던 이유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우리가 개발을 하지만, 발전은 추구하고 있을까? 그동안 한국의 국제개발협력을 감시했지만, 현지 주민들과 발전에 대한 생각은 같이 나누었는가? 


이 글은 2018년 발전대안 피다가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국제개발협력이라는 이름으로 발전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 있는 캄보디아와 한국 시민들과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소개한다. 한 명 한 명의 이야기가 소중하다. 성과 목표 달성보다 사람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의 마음이 느껴진다. 어떻게 하면 국제개발협력 사업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이런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 타자와의 관계유지와 목표 달성 그리고 전문성 실현 등에 대한 압박감에 가리워진 마음속 진심이 조직과 사업이라는 인공물 위로 드러난다면 어떨까? 


국제개발협력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정부, 공공기관, NGO, 대학, 사회적기업, 기업과 시민들에게 ‘우리의 활동이 그들의 발전에 기여할까?’라는 질문을 해보기를 제안한다.


<한재광>





기다립니다. (글 읽고 떠오르는 생각이나 느낌이 있다면, smartmarie@gmail.com 로 보내 주세요. 함께 나누고 이어갈 당신의 이야기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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