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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 명희 Apr 11. 2022

'발전'은 뭘까?

PIDA Cambodia 시민교류_발전의 정의


캄보디아 프놈펜, 2011


우리는 발전된 나라에 살고 있나?


경제학자 아마티아 센은 그의 저서 『자유로서의 발전』에서 '발전'은 개인이 소중히 여기는, 혹은 소중히 여길 만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자유의 확장"이라고 이야기했다. 여기서 말하는 역량 확장은 누군가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이 아닌 인간이 불안함을 느끼지 않고 자신의 원하는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역량’이다.


나는 센이 말한 내가 소중하다고 생각한 삶을 불안함 없이 선택할 수 있는 '발전된' 사회에 살고 있는지 내 자신에게 먼저 물었다. 한국은 원조를 받는 나라(수원국)에서 주는 나라(공여국)로 변화한 잘사는 나라 반열에 든 현재까지 유일한 나라다. 하지만 왠지 불안을 느낄 수 밖에 없는 부자유스러운 사회에 살고 있는 느낌이다. 아니 나는 지금 잘 먹고 잘 살고 있는데, 왜 그런 걱정이 있을 까?



우리는 여전히 불안하다


2019년 리서치회사 갤럽의 발표에서는 한국에서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이른바 '체감 중산층' 또한 급감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1989년 갤럽 조사에서는 국민의 75%가 자신을 중산층으로 인지하고 있었던 반면,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지금은 48%만이 자신을 중산층으로 인지한다. 실제 중산층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정의에 따라 중위소득의 50% 초과~150% 이하로 본다면 57.6%이나, 중산층보다 체감율은  48.7%로 공식 중산층보다 9% 낮게 나타나고 있다. 나 또한 꾸준히 일하고 제때 임금을 받고 있지만, 한국에서 사는 것이 여전히 불안하다고 느낀다.


중산층이 사라진다 30년 전 국민 75% "난 중산층"... 올해엔 48%로 뚝, 박돈규, 조선일보


불안함 없이 선택할 자유를 위해서 필요한 돈


당장 내가 일하지 않으면 나는 뭐로 먹고 살지, 갑자기 일을 못하게 되거나, 아프면  몇달  여유 자금은 없는데...,  대출금하고 이자 갚고, 공과금 내려면 숨만 쉬어도 돈이 드는데, 쉬어도 이건 계속 내야 할테고... 아이들이 자기가 하고 싶은 악기나 외국어, 수영도 할 줄 알아야 할텐 이런것 시키는 것도 돈이 만만치 않게 든다. 지금은 열심히 일해서 먹고사는데 지장은 없지만, 거의 남는 돈은 없다. 혹시나 내가 아프거나 진짜 일하기 싫어서 장기로 쉬게 되면  , 아니  달을 버틸  잇을까? 아프면 진짜 병원비 까지 한순간에 무너질텐데, 철없이 사람좋게 밥사거나, 느슨히 생활하지 말고 빠듯해도 여유자금을 만들어 놔야할거 같다.
그런데, 얼마면 될까? 모르겠다. 많을 수록 좋을  같은데... 내가 지금 다른   땐가. 내가 지금 다른 사람 생각할 땐가. 조금이라도  벌고,  아껴야지. (그런데 이렇게  벌려고 일하는 것은 너무 지친다) 최소한 나와 우리 가족 만큼은  어려움 없이 살면 좋겠는데, 딱히 대책은 없고 해야할 일은 태산이다. ‘’지금  자신이 원하는 것은 뭔가, 나를 겠다’고 운운할 땐가. 나는 지금 그럴 여유가 없다.


나의 이야기를 썼지만, 지금 한국에사는 사람들 중 대부분 하는 생각 아닐까? 결혼을 하지 않았더라도, 부양해야할 가족이 떠오르는 건 마찬가지일 거다. 실제 우리가 버는 돈에서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돈은 얼마고, 우리는 얼마면 불안함을 느끼지 않을까?



돈, 얼마면 될까?


사람들이 실제 자유로울 수 있는데, 불안함에 가난하다고 느끼는 것은 아닌가 싶었다. 먼저 사용가능한 소득통계를 살펴보았다. 가처분 소득의 비율로 보면 79.4%로 그리 낮은 것이 아니나, 같은 선상에 있는 선진국과 인건비 소득 절대액수의 차이가 있다. (연봉 3천만원의 80%는 2,400만원, 연봉 6,000만원의 70% 4,200만원이다.) 또한, 가구의 가처분소득 가운데 주거, 의료, 보육, 교육을 위한 필수적인 지출을 제외한 소득, 그러니까 진짜 자유의지로 쓸 수 있는  가용소득은 이보다 훨씬 적게 계산된다. 높이 치솟은 주거비를 감당하느라 쓰이는 등 소득격차와 삶의 질의 격차는 더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저소득층일 경우, 소득의 액수 뿐만 아니라, 전체 소득 중 가용소득의 비율을 현저히 낮아 진다. 국토연구원 보고에 따르면 2019년 하위 20%이하 가구의 가처분소득대비 주거비 부담은 50.8% 였다. 예기치 못한 사고나 질병, 죽음을 대비한 불안으로 민영보험에 가입하고 보험료를 매월 내는 것도, 노후생활을 위한 저금도 개인의 몫이다. 번 돈에서 불안함 없이 진짜 내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은 얼마나 될까? 내마음대로 돈의 양을 늘릴 수 없다면, 세상의 불안한 요소들을 줄이면 될텐데 이건 가능할까?


불안한 미래에 대한 대비가 모두 화폐가치, 즉 ‘돈’과 ‘돈으로 바꿀 수 있는 것’으로 준비되어 있어야 하는 것도 불안을 가중시킨다. 이전의 대가족이 함께 마을 단위로 살며 돈이 아닌 ‘관계’로 이러한 대비를 할 수 있었다. 가지고 있는 '돈'의 양도 적고,  관계속에 불편함은 있었지만, 불안함은 더 적었을 것 같기도 하다.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은 다른 문제지만, 꼭 돈으로만 삶의 불안함을 줄일수 있는 것은 아닐거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대부분은 불로소득을 누릴 수 있는 부동산/ 금융자산 없이는, 끊임없이 어딘가에 고용되거나, (왠간히 성공 케이스가 아니라면) 프리랜서나 자영업자로 불안하게 긴 시간을 일하며 매월 노동을 해야 생계가 가능한 나라에 살고 있다. 몇년 전부터 한국사람들은 한국을 헬조선이라고 부른다. 돈으로 계산해 보면, 아마티아센이 이야기하는 나의 "역량"은 꾸준히 작아질 뿐이다. 내가 선택한 삶을 불안함 없이 살 자유는 꾸준히 줄어들고있다는 이야기다.


한국 서울, 2021


지금 필요한 것은 OO


돈을 더 버는 것만으로는 불안함을 재울 수 없다. 돈 때문에 내 생산력을 높여 먹고, 자고, 일만 한다고 돈이 반드시 더 벌리는 것도 아니며, 우리가 열심히 일해 발전해야 겠다고 쓰는 에너지와 배출해 내는 공해는 지구를 지속불가능하게 하고 있다. 지속불가능해진 지구는 결국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끼친다. 전 세계적으로 불안한 오늘날을 사는 요즘, 지구라는 더 작아진 시공간에서 오늘날을 사는 우리로 ‘우리가 바라는 세상'으로 '발전'을 좀 더 넓게 보는 다른 상상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발전은 뭐다' 라고 정의에 메이지 않고, 발전을 살펴보고 싶었다. 지나고 보니, 우리가 캄보디아에 간 것은 그런 면에서 사람들이 원하는 발전을 좀 더 면밀히 살펴보는 공부였다. 우리는 그곳에서 사람들이 훌륭하다고 하는 프로젝트들을 편견없이 열린마음으로 살펴보고 아래와 같은 질문을 하면서 캄보디아에서 도움을 받았다.


한국에사는 나는 여전히 내가 원하는 삶 보다, 불안함을 줄일 수 있는 선택을 되풀이 하고 있다. 아마 같은 사고방식으로는 계속 그럴 것이다. 환산되는 돈의 가치가 꼭 같지 않더라도 서로에게 긴요한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지 않을 까? 실제 사례를 알고 싶다.

진심으로 다른 국가, 다른 존재의 '발전'을 돕는거라면,  한국이 먼저 경험한 것 중 하지 못했거나 실패했던 경험을 제대로 숙고하고 나누면 어떨까? 우리의 우를 똑같이 답습하지 않고 더 나은 발전을 이루면 우리는 다른나라의 '발전'을 더 잘 도울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세계가 인정하는 발전된 나라에 살지만, 아마티아센이 이야기 하는 '발전'은 내게 아직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같다. 당신은 불안함 없이 원하는 삶을 선택해 살고 있나? 아니라면, 나와 함께 이 질문을 따라가보자.


 (다음)

          


캄보디아 시엠립 근교,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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