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09. 02 스여일삶 뉴스레터 에세이
구독자 님, 안녕하세요! 9월의 첫 번째 뉴스레터로 인사드립니다. 다음 주에 태풍이 올지도 모른다고 하는데, 제가 있는 서울 하늘은 쾌청하기만 하네요. 구독자 님이 계신 곳은 어떨지 모르겠어요.
이번 주에는 다양한 스타트업들의 소식을 보면서 '끝'에 대해서 생각해보았어요. 연초부터 '경기가 어려워진다', '투자받기 힘들 것이다', '스타트업들 대비해라'라는 말들이 나왔던 것 같은데, 진짜 그 여파인지 오래 회사를 운영한 곳들도 갑자기 서비스를 접거나, 시리즈 B-C를 넘어가는 스타트업들이 대규모 인원 감축을 하더라고요.
또 저희 팀에서는 뉴스레터 편집을 담당하던 대학생 인턴 친구가 2학기를 맞아 학교로 돌아가면서 작별 인사를 나누기도 했구요. 사업을 접는 것처럼 큰 이별도 그렇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이별도 그렇고, 이래 저래 '좋은 끝'이란 무얼까 생각하게 되는 일주일이었어요.
구독자 님은 '좋은 이별' 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아니면 '최악의 이별'은 무엇이었나요? 이게 '이별'이라고 표현을 해서 그렇지, 사회생활을 하면서 겪는 회사와의 이별 - 즉, 퇴사도 있을 수 있고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개인의 의지가 아닌 회사 사정에 의한 이별도 있을 수 있죠.
생각해보면 저도 항상 좋은 끝을 맺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입사할 때 목표했던 것을 못 다 이루고 퇴사한 적도 있고요, 함께 일하던 사람과 너무 안 맞아서 이별을 선택한 적도 있어요. 지금에서야 '좀 더 버텼더라면', '이렇게 했더라면' 달라졌을까? 싶지만 그땐 그게 최선이었죠.
결국 이별을 잘하려면 평소에도 '끝'에 대한 시나리오를 생각해둬야 하는 것 같아요. 창업가들은 1년 뒤 - 3년 뒤 - 5년 뒤를 상상해보라는 조언을 종종 듣거든요. 그런데 이때 우리 사업이 잘 됐을 경우, 투자 유치를 한 경우, 매출이 목표치 이상을 달성했을 경우 등등 잘 되고 있는 상황만 그려볼 게 아니라, 반대로 사업이 잘 안 되고 있다면 어떻게 할지도 꼭 생각해봐야 하겠더라고요.
보통 창업가들은 '할 수 있다', '내가 해낼 거다!'라는 믿음으로 창업을 하기 때문에 이런 안 좋은 상황에 대한 시나리오는 상상조차 하지 않는 케이스도 있거든요. 그런데 만약 나에게 이런 상황이 닥치면 가까운 사람들한테는 어떻게 알릴지, 함께 일하던 팀원들에게는 어디까지 공유할지, 내가 감내할 마지노선은 어디까지인지, 도움을 요청할 사람들은 누구인지, 그동안 해온 일들은 어떻게 정리할지 등을 생각해놔야 그나마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할 수 있겠죠. 안 그러면 개인에게도, 회사에게도 최악의 상황이 될지도 몰라요.
창업을 하지 않은 사람도 마찬가지겠죠. 어떤 회사에 입사 또는 이직을 하고 싶어서 처음 지원서를 준비하고, 면접을 보고, 같이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할 때는 핑크빛 미래가 펼쳐질 것처럼 상상하지만 만약 그러지 않았을 때, 6개월 뒤, 1년 뒤, 2년 뒤, 3년 뒤에 어떻게 할지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있죠.
사람이 힘든 경우, 일이 힘든 경우, 회사가 힘든 경우, 내 건강이 안 좋아지거나 개인 사정이 생긴 경우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보면 좋을 듯해요. 내 컨디션도, 회사의 상황도,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나, 내가 하는 일 모두가 예상했던 것처럼 흘러가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요. 만약 그랬을 때 누구한테 가장 먼저 도움을 요청할 것인지, 어디까지 참고 버틸지, 상황이 바뀔 여지는 있는지 등을 미리 고민해보면 좋겠죠.
물론 순간순간은 최선을 다 하면서, 마치 영원할 것처럼 일하고 살아가는 게 맞지만, 시작이 있다면 끝도 있다는 걸 염두하고 있는 사람과 아닌 사람은 끝을 맞이할 때 확실히 다를 수밖에 없잖아요. 어쩌면 좋은 첫인상을 위해 노력하는 것보다 좋은 끝 인상을 남기는 게 훨씬 어렵다는 생각도 드네요.
구독자 님은 어떠신가요? 요즘 심심찮게 나오는 스타트업 업계 내 '끝 소식'들을 보며 들었던 생각,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이 있으시다면 [게시물에 댓글]로 남겨주세요. 회사에서 겪은 다양한 '퇴사 썰'도 좋아요. 이런 퇴사 좋더라, 이런 퇴사 최악이었다 등등.. 의견 주시면 다음 주에 다른 구독자 분들과 이야기를 이어가 볼게요. 그럼 9월의 첫 번째 주말, 편안하게 보내시고요 다음 주에 봬요!
- 출산까지 2개월밖에 남지 않아 더더욱 '끝 생각'을 멈출 수 없는 지영킹 드림
이 에세이는 9월 2일자 스여일삶 뉴스레터에 실린 내용입니다. 뉴스레터 전문은 아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어요!
https://stib.ee/2Oz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