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정균 미국변호사 Apr 15. 2024

미국 공무원의 출장

 비용의 합리성과 여행자 자율성의 균형

Image Source: https://www.omegatravel.com/government-travel/government.asp


나는 지난 2년 동안 연방정부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총 3번의 출장을 다녀왔다. 첫 번째 출장은 우리 기관 법무팀 변호사 전체 워크숍으로 버지니아 중부 대도시, 두 번째는 개인 연수를 위해 조지아 주, 가장 최근인 세 번째는 지역 법무실 방문차 오하이오 주를 다녀왔다. 연방 공무원의 출장은 TDY (Temporary Duty Travel)라고 한다.


출장의 시작은 상사로부터의 승인을 얻는 것이다. 상사로부터 출장의 목적과 기간에 대해 허락을 받은 뒤에는 온라인 출장관리 시스템에서 비행기표 및 호텔, 렌터카 등을 예약한다. 이때 공무원에게 지급되는 법인카드(GPC, Government Purchase Card)를 사용해서 예약을 해야 한다. 그러면 출발하기 3일 전에 비행기 표나 호텔 예약 세부정보 등을 이메일로 보내준다. 참고로, 미 정부는 전국 각 항공사 및 호텔과 제휴가 되어 있어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물론 내 돈은 아니지만)으로 예약을 할 수 있는데, 각종 예약에서 우선순위를 배정받으며 취소나 변경도 자유로운 편이다.


물론 그렇다고 무작정 퍼스트 클래스나 고급 호텔에서 묵을 수 있는 건 아니다. 공무원 여행규정과 각 지역 물가를 바탕으로 사전에 지정된 금액 내에서만 비행기와 호텔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럭셔리한 여행을 기대하긴 어렵다. 그냥 적당히 위치 괜찮고 무난한 3성급 호텔과, 평범한 이코노미 클래스를 기대하면 된다. 출장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호텔이나 항공사 마일리지는 개인적으로 챙길 수 있기 때문에, 비용 차이가 없다면 그중에 내가 가진 제휴사를 위주로 여행 계획을 짜는 것도 가능하다.


식사 비용도 지역 및 도시마다 정해진 비용 내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하루에 정해진 식사 및 기타 비용을 per diem이라고 하는데, 내가 최근에 갔던 지역의 경우 하루에 최대 64불까지 식비를 지원해 준다. 이 예산 안에서 3끼를 먹을 수도 있고 예산을 초과할 수도 있지만, 정부는 64불까지만 지원해 준다. 예를 들어, 내가 3끼 내내 맥도널드만 먹으면 돈을 조금 남길 수도 있고, 3끼 내내 스테이크만 먹어서 64불을 초과한다면 나머지는 개인적으로 부담하는 것이다.


사실 호텔이나 비행기도 원하면 지정된 예산을 초과할 수 있다. 다만 그 차이에 대해서는 사비로 메꿔야 한다는 점이 동일하다. 예를 들어, 이번에 같이 출장 갔던 내 직장동료는 호텔침대가 불편해서 잠을 잘 못 잤기 때문에, 오는 길에 비행기는 사비를 들여서 일등석으로 업그레이드했다.


또 한 가지, 출장을 개인 휴가와 붙여서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실제 현지 체류기간이 둘째 주 화수목이고, 둘째 주 월요일과 금요일을 여행날이라고 하면, 총 출장기간은 5일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 월요일과 금요일에 연차를 사용한 뒤 출발일을 첫째 주 금요일로, 도착일을 둘째 주 일요일로 하면 출장 앞뒤로 총 6일 동안(첫째 주 토, 일, 월 및 둘째 주 금, 토, 일)을 현지에서 휴가로 보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 휴가 동안 호텔이나 경비는 개인 부담이지만, 출발일과 도착일의 항공편은 (원래의 항공편과 가격이 동일하다면) 날짜에 상관없이 여전히 출장 경비로 충당하는 것이다.


나도 두 번째 출장 갔을 때, 원래는 금요일 항공편으로 조지아에서 워싱턴디시로 돌아오기로 되어있었다. 그런데 사전에 허락을 받아 돌아오는 항공편을 일요일로 바꾸고 금요일에 연차를 사용해서 아내와 함께 금토일 주말기간 짧은 휴가를 다녀올 수 있었다. 참고로 출장 시에 동반 가족이 출장지 호텔에 같이 머무르는 것도 허용된다. (당연히 동행하는 가족의 비행 편과 기타 식비 등 여행 경비는 개인 부담이고, 호텔 측에서 가족 동반에 대한 추가 비용을 출장비용으로 청구하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그리고 또 합리적인 점 중에 하나는 만약 일과 시간 외에 여행을 할 경우, 이를 오버타임처럼 간주해 보상 시간으로 인정해 준다는 것이다. 위의 예시-즉 화수목이 현지 일정이고 월요일과 금요일이 여행날로 설정된 경우-에서 만약 금요일에 여행하지 않고, 목요일에 현지 출장업무가 끝난 뒤 바로 비행기를 타고 돌아온다면, 일과시간(기관마다 다르지만 우리는 저녁 6시 기준)을 지나서 여행하는 시간은 오버타임으로 연차처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다시 말해, 목요일 현지 일정이 6시에 끝났고, 당일 비행기를 타고 집에 도착했을 때 시간이 저녁 10시라면, 총 4시간을 오버타임으로 인정받아 나중에 이를 연차처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출장을 갔다 온 뒤에는 공식 일정동안 법인카드로 사용한 비용에 대한 영수증을 스캔해서 출장관리 시스템에 업로드하면, 여행비용 담당 관리자가 검토를 한 뒤에 법인카드 계정으로 사용한 금액을 카드회사에 대납해 준다. 만약 여행 중간에 서비스 업그레이드라든지 식비 예산초과 등의 추가 비용이 발생했으면, 이 부분은 본인이 직접 잔금을 지불해야 한다. 만약 법인카드 대금이 일정 기간이상 밀리면 인사과로부터 경고를 받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인카드 대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월급에서 해당 금액을 차감시키기도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미국 연방정부 변호사의 법 분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