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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 May 24. 2017

이 소바는 뭔가 다르다

수슐랭의 편파적 시선 03. 오무라안

본 리뷰는 업체로부터 아무런 대가를 받지 않고 순수하게 작성한 저만의 경험담입니다.

일회성 방문이 아닌 최소 4번 이상 가게에 방문한 뒤 느낀 점을 적었음을 알려 드립니다.


일본 여행과 일본 음식

재작년 겨울에 일본을 방문했던 적이 있다. 날짜는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날씨는 정확히 기억이 난다. 당시 서울은 무지하게 추운 겨울을 지나고 있었고, 나는 친구와 둘이서 후쿠오카 여행을 떠났더랬다. 한시간 반 남짓 짧은 시간을 비행하고 도착한 후쿠오카는 생각보다 춥지 않았다. 오히려 늦가을에서 초겨울 정도의 느낌이라, 약간의 과장을 섞어 두꺼운 코트가 필요 없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얼마나 안 추웠냐면, 늦은 밤 길거리 포장마차에 앉아 여러 가지 안주를 곁들여 사케 한 병을 비우는데도 추위를 모를 정도였으니 춥디추운 서울에서 날아왔던 우리가 여행 내내 얼마나 신났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우리의 그 여행은 오로지 식도락과 휴양을 목표로 한 여행이었다. 우리는 여행 내내 후쿠오카에서 유명하다는 음식들로 배를 채웠다. 일본식 곱창전골인 모츠나베, 규카츠, 스시, 라멘, 꼬치구이 등 일본의 대표적인 음식들을 많이 먹었는데 돌아와 생각해보니 참 이상하게도 소바를 안 먹고 와버렸더라. 소바는 내가 일식 중에서도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었는데,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야 생각이 난 건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그래서 나는 일본에서 일본식 메밀 소바를 아직까지도 먹어본 적이 없다.


소바, 메밀면의 매력

소바란 참으로 오묘한 음식이라서 먹으면 먹을 수록 헤어나오기 어려운 매력을 가지고 있다. 본디 소바란 메밀면과 메밀면을 쯔유에 찍어 먹은 음식을 동시에 뜻한다고 하는데, 여기서는 편의상 음식을 소바라 칭하겠다. 소바는 참으로 오묘해서 어떤 고명을 올려 먹냐에 따라 그 매력이 천차만별 달라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소바가 '소바'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불릴 수 있는 것은 메밀면을 사용한다는 점과 쯔유를 소스로 한다는, 굉장히 단순하면서도 소박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맛있는 소바를 하는 집이라면 모름지기 이 공통점에 충실할 줄 알아야 한다.


오무라안의 삼미소바

삼미소바, 세 가지 맛 소바

그런 의미에서 지금부터 소개할 오무라안의 삼미소바는 소바의 변주를 다양하게 그리고 맛깔나게 보여주는 대표적인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오무라안은 강남역과 역삼역 사이, 번화가와는 꽤 떨어진 구석 골목에 있다. 지하에 위치한 이 음식점은 늘 사람들로 북적여서 점심 시간에는 유독 발디딜 틈이 없다. 오무라안에서 식사를 하고 싶다면 점심, 저녁 때처럼 사람들이 붐비는 시간대를 피해야 할 지경이니 이 집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는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강남역과 역삼역 사이 국기원사거리 주변에는 사무실들이 많은데, 주변 직장인들이 점심 시간만 되면 즐겨 찾는 맛집이 바로 오무라안이기도 하다. 동네 맛집으로서의 위상도 물론 어마어마하지만, 오무라안은 국내 3대 소바 맛집으로 꼽힐 정도로 맛있는 소바로 유명하다.


오무라안의 대표적인 메뉴는 세 가지 맛의 소바인 '삼미소바'다. 삼미소바는 이름 그대로 세 가지 맛의 소바를 한번에 맛볼 수 있는 메뉴로, 명란소바와 도로로소바(간 산마를 올린 소바), 그리고 텐모리소바(튀김을 올린 소바) 세 가지가 한꺼번에 나온다. 사진의 메뉴가 바로 삼미소바다. 삼미소바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방식으로 면을 들어 소스에 찍어 먹는 형태가 아니라, 조그만 병에 따로 담겨 나오는 쯔유 소스를 조금씩 부어 비벼 먹는 방식이다. 소스는 달지 않고 간간한 편이라서 한번에 많이 붓기 보다는 조금씩 부어 먹는 것을 추천한다. 세 가지 맛 중에서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맛은 명란 소바인데, 명란의 짭짤한 맛이 한데 어우러져서 다른 데서 먹어본 적 없는 색다른 스타일의 소바를 맛볼 수 있다. 다른 두 가지 도로로소바와 텐모리소바 역시 전혀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어서, 세 가지 맛을 번갈아 먹을 때 사실 가장 행복하다. 지난번 방문했을 때 한번 텐모리소바만 단독으로 시켜서 먹었던 적이 있었는데 1/3인분 형태로 먹었을 때랑은 또 다른 느낌을 줘서, 약간 실망한 적이 있었다. 워낙 오무라안의 소바가 굉장히 삼삼한 편이다 보니, 한 메뉴로만 주구장창 먹는 것보다는 세 가지 맛을 골고루 즐기는 편이 더 나은 것 같은 느낌. 특히 자극적인 맛에 중독되어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강추.

오무라안은 이 외에도 다양한 돈부리 메뉴나 튀김 요리를 팔고, 또 저녁때는 이자카야로 변모한다고 한다. 늘 점심때만 들러 봐서 저녁때의 오무라안은 과연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지지만, 점심에도 워낙 만만치 않은 가격대를 자랑하는 곳인지라 저녁 때의 방문은 약간 조심스러워 지는 것이 사실이다. 강남역과 역삼역 사이, 특히 국기원사거리 일대는 사무실 밀집 지역이라 그런지 괜찮은 집들은 가격대가 다 만 원을 넘어가서..... 그래서 오늘도 월급은 그저 통장을 스치울 뿐...


아무튼 나는 개인적으로 맛집이라 하더라도 한참을 기다려서 먹는 걸 굉장히 안 좋아하는 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다릴 가치가 있는 집을 꼽으라 한다면 바로 오무라안이다. 한번은 40분 정도를 기다렸다가 점심을 먹은 적도 있다. 그럼에도 웨이팅의 가치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는 장소다. (그래도 40분은 좀 너무했다...그날 15분 만에 주문-기다림-식사를 마치느라 매우 괴로웠던 기억이..) 강남역 일대를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이 맛집을 꼭 한번 들러볼 것.


총평

위치: 강남역 1번출구와 역삼역 사이, 국기원사거리 근처. 매우 많이 골목 안쪽으로 올라가야 하고 지하에 위치해 있다. 뭐 이런 데 맛집이 있지? 싶은 곳까지 쭉 들어오면 바로 거기에 맛집이 있다. 점심 시간이라면 줄이 길어서 멀리에서도 딱 알 수 있을 듯.

가격: 삼미소바 12,000원. 단품으로 먹으면 도로로소바 11,000원, 텐모리소바와 명란소바는 12,000원. (그러나 역시 삼미소바!)

양: 꽤 많다. 그리고 식전에 튀긴 메밀면에 소금을 발라 짭짤하게 만든 과자를 주는데 그게 또 킬링 포인트. 자꾸 먹다보면 맥주가 생각나는 맛 (저녁에 꼭 와야지.)

방문횟수: 5회 이상

재방문의사: 응 다음주 재방문...

총점: 4.5따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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