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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페이스보다" 나만의 페이스를

외면보다 속도, 삶을 달리는 방식에 대하여

by 글로 나아가는 이

"페이스(Face)보다 페이스(Pace)가 더 중요해."


-Face : 얼굴, 표면, 외관, 정면 등

-Pace : 속도, 걸음, 보폭, 템포 등


며칠 전 러닝을 하다가 갑자기 이 문장이 떠올랐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한 참 동안 생각했지만 이유는 알 수 없었다. 러닝을 하면서도 뛰는 나의 모습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칠까를 자주 의식했던 것 같다. 물론 땀에 푹 절여진 꼴이겠지만 그래도 신경이 쓰이는 순간이 꽤나 많았다.


'문장에서 깨닫는 삶'이란 연재를 시작해서일까. 일상 속에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는 강박에서 왔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문장에서도 깨달을 점은 분명히 있을 테니 바로 기록해 두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요즘 나에게 필요한 말이기도 하다. 이직, 결혼 등 몇몇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면서 "지금 내가 하는 것들이 남들에게 어떻게 보여질 지를 전보다 더 많이 생각했던 것 같은" 의문이 들었다. 겉모습(Face)에 치중하고 있지는 않았나? 원래 더욱 중시했던 나만의 속도(Pace)를 잃어버려 가면서까지 말이다.


Face가 겉으로 보이는 모습을 말한다면, Pace는 내가 알고 있는 나만의 리듬이다. 우리는 뭐든 익숙해지고 요령이 생기면 겉으로 보이는 모습, 즉 Pace에 치중하기 마련이다. 적당히, 빠르게 남들에게 거부당하지 않을 만큼 보여주고, 일한다. 물론, 이를 통해 사회의 구성원이 되지만, 지나친 겉치레는 때로 발전을 저해하고 소통을 방해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Face에 페르소나를 너무 짙게 쓰고 있는 경우가 더 그렇다.



나는 요즘 내가 Face보다 Pace를 인지하며 살고 있는지를 생각한다. 페이스(Face)보다 페이스(Pace)를 더 중시하려면, 그 사회의 구성원들이 서로의 개성과 삶의 방식과 속도를 더욱 인정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건 개인에게도 마찬가지다. 세상이 말하는 Face/Pace가 정말 나에게도 잘 맞는지, 아니면 억지로 따라가려다 곧 숨이 막혀 공황 상태에 빠져버릴 것 같지는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 원하든 원치 않든 온갖 Face/Pace가 난무하는 세상 속에서.


보이는 모습을 초월해 나만의 속도에 더욱 신경을 쓴다는 건, 마치 아이가 한 발짝 한 발짝 걸음마를 떼는 모습을 안타깝고 경이로운 심정으로 지켜보는 부모와 같다. 스스로를, 그리고 주변의 사람들을 그런 마음으로 기다려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페이스(Face, Pace)라는 단어 하나로 말이 많았다. 끝으로 떠오른 말이 하나 더 있다. 최근 흥미롭게 보고 있는 한국의 톱클래스 보디빌더인 박재훈 선수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운동 피드백 중에 '스쾃'이라는 운동 자세에 대해 한 말이다.

"'예쁜 스쾃' 그런 말이 있어요. '어! 저 자세가 예쁘다.' 하면서 따라하는 거죠. (하지만) 보폭을 좁게 해서 유연성이 나온 상태에서 대퇴사두근이 엄청나게 발달한 사람이 그렇게 하는 거랑, 여러분이 그렇게 하는 건 다르다는 거예요. 애초에 이 '스쾃'이라는 동작은 본인이 자세를 정하는 게 아니에요. 본인한테 맞는 자세를 해야 하는 거예요." (보디빌더, 박재훈)


예쁜 Face보다 나에게 맞는 Pace. 절대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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