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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 너를 생각한다

by 온정선

난 너를 좋아한다

이유는 많겠지만

가끔은 가장 가까운 그 누구보다

너에게서 더 큰 편안함을 느낀다

그게 널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일까?


너, 너의 성격이 어떤 줄 아니?

여우 같다.

정말이지 가끔은 여우가 아닐까 생각하게 돼.

솔직하지 않잖아

그게 너의 성격일까

아니면 나에 대한 배려?

반반이지 않을까 싶어


넌 진짜 네 속에 이야기를

잘하지 않잖아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싫은 소리는 더더욱

꺼내지 않지

진짜 네 속에 있을 이야기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 수는 없지만

내가 어떤 한마디 했을 때

너의 안에 있을 너의 생각


표현하지 않는 건

너의 배려를 가장한

너의 우월감으로 느껴질 때도 있어


그렇지만 이상하게도

소리가 아닌 파동으로

나의 신경을 아주 미세하게 건드리는 너

신기하지

누군가가 그런 식으로 나를 건드렸다면

나는 아마 많이 싫어했을 텐데,

아니, 싫어하는 정도가 아니었을 텐데


그럼에도 네가 좋아

왜일까

너를 예쁘게 보기로 그렇게 처음부터

그렇게 하도록 어느 순간 정해진 건 아닐까 싶기도 해

하지만

좋은 태도는 아닌 거

너도 알고 있을까?

친구로 사귀기에는

한마디로 뒤통수를 칠 위험이 다분해

뒤에는 절대로 서지 못하게 해야 할 성격이야


미안.

쓰면서 웃음이 나왔다

너 때문이 아니고 나 때문에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는 내가 웃겨서


비가 온다

지루한 하루가 될 거 같다

그래도 문득 네 생각이 나서 이렇게 적어본다


잘 지내,

여우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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