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나 Nov 22. 2024

1-2. 좋은 리더는 좋은 부모가 될 자질이 충분하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 일이다

정현종 <방문객> 중 일부



좋은 리더와 좋은 부모의 공통점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나는 '자립을 준비하게 하는 사람'이라는 공통점을 꼽고 싶다. 눈앞에 닥친 급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뿐만 아니라 한 사람의 몫을 다할 수 있는 직장인, 사회인으로 자립할 수 있게 돕는 것. 그래서 참 어렵고, 또 그만한 보람이 따르는 일이다.


자립을 준비시키는 리더와 부모가 좋은 리더와 좋은 부모라면 그들은 이런 역할을 하고 있다.


1. 방향을 제시한다

좋은 리더는 구체적인 계획과 목표를 가지고 팀원들에게 이를 명확히 설명한다. 또한 이를 이루기 위해서 필요한 단계들을 제시한다. 그 과정에서 팀원들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돕기도 하고, 더 나은 결정을 할 수 있는 적절한 질문과 조언을 해주기도 한다.


좋은 부모는 자신의 삶의 철학과 육아관을 확립하고, 그에 따른 삶의 가치를 아이에게 가르친다.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을 열어두어서 우유와 주스 중에 무엇을 먹을지, 빨간색 옷과 파란색 옷 중에 무엇을 입을지 같은 작은 결정부터 스스로 할 수 있게 한다.


2. 적절하게 지원하고 적절하게 통제한다

신입사원이라고 해서, 유아라고 해서 아무것도 스스로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 그 결정에 대한 결과를 확인해 본 사람들은 거기에서 자신감을 얻고, 책임감을 배울 수 있다.


좋은 리더는 팀원이 독립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하지만, 꼭 필요할 때는 개입해서 도움을 준다. 그리고 이 개입은 타박하기 위함이 아니라 도움의 차원이다.


좋은 부모는 아이가 독립적으로 도전할 기회를 주면서도 안전과 같은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적절한 통제를 한다. 신체능력이 부쩍 높아지는 나무는 놀이터에서 자꾸만 높은 곳에 올라가고 싶어 한다. 내가 하는 일은 근처에서 잘 지켜보면서 올라가 보고 싶은 만큼 올라가게 하지만 속도를 너무 높이거나 부주의한 모습을 보일 때는 잠시 멈추게 하는 일이다. 자신이 도움을 필요로 할 때는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아는 나무는 자신의 활동반경을 넓히고 도전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3. 어떤 이야기를 해도 괜찮다는 믿음을 준다

팀원을 전혀 믿지 않고 모든 일이 자기 손을 거치게 했던 나의 전 상사. 그가 항상 했던 말은 "그렇게 할 말이 없어? 무슨 말이든지 해봐. 해도 돼."였다. 하지만 잘못 말하면 질타를 받기 십상, 아이디어 회의에서 자유롭게 의견을 내면 구체적이지 않다고 비난받기 십상이라 그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어떤 이야기를 해도 괜찮다는 믿음은 "무슨 말이든 해도 괜찮아"라는 말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듣는 사람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에 달렸다. 의견이 조금 다르더라도 선입견으로 판단하지 않고, 이야기를 끊지 않고, 성의 있게 이야기를 듣는 것에서 시작한다. 


생각보다 이런 방식으로 이야기를 듣는 것이 정말 어렵다. '열린 의사소통을 해야 한다'라는 말을 쓰기는 쉽지만 열린 의사소통이 뭔지, 어떻게 하는지 제대로 알고 행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 열린 의사소통의 시작점이 바로 성의 있는 듣기이다.


좋은 리더는 가치 판단 없이 이야기를 듣는데서 신뢰가 생기고, 그 신뢰 속에서 나누는 이야기를 통해 팀원들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런 리더는 정기적인 1:1 미팅을 자신의 성과와 고민을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시간으로 만든다.


좋은 부모는 눈을 맞추고 아이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것이 내가 원하는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또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바른 방법으로 잘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것이 비록 부정적인 감정이라도.

내가 사랑받을만한 행동을 하고 감정표현을 할 때만 부모가 나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는 믿음은 거창한 긴 시간이 쌓는 것이 아니라 수없는 찰나가 쌓는다.  



 

분명 태어났을 땐 나 없이는 밥도 못 먹고, 화장실도 못 가고, 울음도 혼자 그치지 못하던 아이였다.


그랬던 아이가 이제는 밥그릇을 싹싹 비운 뒤에 빈 그릇을 싱크대에 가져다 두기도 하고, 어찌하지 못할 정도로 압도되는 감정이 들 때 꺼이꺼이 목놓아 울다가도 "엄마 좀 안아주세요ㅠㅠ" 하거나 "울음을 그칠 수가 없어ㅠㅠ"하면서 자기 조절 능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여전히 미숙한 부분이 많지만 아이는 4년 동안 차곡차곡 쌓아온 각종 기술과 능력들을 활용해 혼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늘려가는 것을 즐기고 있다. 이제 아침에는 밥만 차려주면 밥 먹고, 양치질하고, 세수하고, 옷 골라서 입는 과정을 혼자 할 수 있다. 모든 과정이 내 마음에 쏙 들지는 않지만... 조금만 흐린 눈을 하면 아이의 자조 능력치와 자신감이 자란다. 아이보다 반 발자국 정도 뒤에서 아이가 할 수 있는 것을 지켜봐 주는 믿음과 기다림이 필요하다.


리더 역할도 크게 다르지 않다. 혼자 문서 작성하는 것조차 어려워했던 신입사원이 혼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나씩 늘려나가서 1인분의 몫, 나아가서 1.5~2인분의 몫을 거뜬히 해내는 사람이 된다면! 그 과정과 그 결과를 보는 것만큼 경이롭고 뿌듯한 일은 없을 것이다.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의 모든 과정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더 많지만 거기서 팀원들은 자신의 능력을 키워간다. 리더에게 필요한 것도 믿음과 기다림이다.


한 아이를 키우는데 필요한 부모로서의 능력은 팀원을 성장시키는 경험에서 충분히 연습할 수 있다. 특히 리더로서 경청, 질문, 피드백과 같은 코칭 기술을 적절하게 있다면 부모로서도 이 기술을 활용해서 자녀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래도 아직 부모가 되는 것에 자신이 없다면 우선 리더로서 이런 능력을 활용해서 작은 성공 경험을 쌓는 것부터 시작해 보자. 이 작은 경험들이 훗날 부모가 되었을 때 조용한 자신감으로 드러날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1-1. 내가 부모가 되어도 괜찮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