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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은 정말 나를 사랑하실까?

by BHEIN

자리에 앉아 손톱을 깍습니다.

긴 손톱은 타이핑에 불편합니다.

조용한 음악을 켭니다.

일을 시작하는 루틴입니다.


그리고는 내내 마음 속으로만 생각했던 일을 실행에 옮깁니다.

하나님은 정말 나를 사랑하실까?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유치원 시절, 명절에 엄마와 버스를 타고 외갓집을 갔습니다.

한번에 갈 수 없고 버스를 두번 갈아탔어요.

어렸을 때는 역 앞 광장에서 찬송을 부르는, 흔히들 말하는 정신이 좀 이상한 사람이 꽤 있었습니다.

환승하러 지나가든 광장에서 어떤 할머니가 맨발로 손뼉치며 찬송을 부르고 춤을 추고 있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많아야 50대 초반이려나.

남루하지만 우아함이 보였습니다.

듬성한 흰머리를 함께 가지런히 묶고 살짝 마른 체형의 갈색 피부.

나는 유치원생치고 몸집이 작아 엄마 허리를 겨우 미치는 정도의 키였습니다.

더 어려보였을게 분명해요.

엄마 손 잡고 역사로 딸려 들어가는 와중에 그 할머니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눈에 초점이 없었어요. 약간 회색 눈동자였어요. 무섭진 않았어요. 다른사람들과 달라서 좀 신비스러웠달까.


그 찰나에 할머니가 내 볼을 쓰다듬었어요.

그러면서 말씀하시더라구요.

"항상 하나님만 의지해라"하고요.


40이 넘은 나는, 심지어 잘 아는 유치원 아이에게도 저런 말을 할 수 있다고는 상상이 안갑니다.

할머니는 왜 어떻게 나에게 저런 말을 하게되었을까요.

쓰다듬던 손이 매우 따뜻했습니다.


그 어린 나는 생각했지요.

할머니는 내가 교회다니는 걸 어떻게 아셨을까?

신기하다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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