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갈비탕집에서 배운 나의 농구 철학
부모님을 뵈러 시골로 내려갈 때면 눈에 들어오는 식당이 있다. 간판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유리문에 붙은 단정한 문구였다.
“영업시간: 오전 11시 ~ 오후 2시”
언뜻 보면 평범한 식당 같지만, 딱 3시간만 영업하는 이 집의 갈비탕은 언제 가도 변함없는 맛을 자랑한다.
얼마 전 은행 업무로 그 동네를 지나던 중, 갈비탕을 포장할 기회가 있었다.
가게 안을 지키던 할머니는 조용하지만 단단한 말투로 이렇게 말씀하셨다.
“다들 영업시간 좀 늘려 달라지만, 그러다 보면 내가 만든 이 맛도 무너져. 원칙을 지켜야 내 맛이 살아.”
그 한마디가 마음에 오래 남았다.
나는 휠체어농구 국가대표팀의 코치로서, 감독님을 보좌하며 훈련 현장을 책임지고 있다.
때로는 선수들과의 관계, 훈련 강도 조절, 경기 준비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이 충돌할 때도 있다.
그 과정에서 코치로서 내가 지켜야 할 원칙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누군가는 말한다. “지금은 성과가 먼저야.”
또 누군가는 말한다. “선수들 힘드니까 조금은 유하게 가자.”
하지만 나는 안다. 작은 양보가 반복되면 어느새 ‘기준’이 사라진다는 것을.
기초 훈련을 반복하고, 지켜야 할 시간은 반드시 지키고, 선수들과의 약속을 소중히 여기는 것.
그 단순하고 묵묵한 원칙들이 쌓여 결국 진짜 팀을 만든다.
이 갈비탕집 주인장처럼, 나 역시 내가 책임지는 자리에서 ‘원칙을 지켜야만 살아남는 맛’이 있다는 걸 느낀다.
경기 전략은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지만, 사람을 대하는 태도와 코칭의 중심은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세계적인 경영학자 짐 콜린스(Jim Collins)는 『Good to Great』에서 이렇게 말했다.
“위대한 조직은 분명한 원칙을 일관되게 실천함으로써 평범함을 넘는다.”
그리고 행동경제학자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의 연구에 따르면,
예측 가능하고 일관된 기준을 지키는 환경은 사람들에게 더 큰 신뢰와 안정감을 준다고 한다.
농구도, 삶도 결국 신뢰의 문제다. 내가 지킨 원칙이 선수를 움직이고, 팀의 문화를 만든다.
그리고 언젠가, 지금은 보이지 않아도 그 신뢰는 반드시 성과로 돌아온다.
원칙을 지키는 고집은 고립이 아니라, 진짜를 지켜내는 용기다.
그 용기로 나는 오늘도 코트 위에서 흔들리지 않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