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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온도가 만드는 차이

by 최용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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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아가면서 수없이 많은 대화를 주고받는다. 그 과정에서 상대가 하는 말이 사실일지라도, 이상하게도 마음이 불편해지는 순간이 있다. 옳은 말인데도 불쾌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국 사람의 귀는 단순히 사실만 듣는 것이 아니라, 그 말에 담긴 태도와 감정까지 함께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한 조직에서 한 사람이 팀을 위해 열심히 준비한 일이 있었다. 규정에도 맞고 모두를 위한 수고였지만, 돌아온 반응은 의외였다.


“그렇게 하는 것보다 온라인에서 사면 더 싸게 살 수 있지 않았을까?”


말만 놓고 보면 틀린 지적은 아니다. 그러나 이미 오프라인에서 합리적으로 준비한 사람 입장에서는 자신의 노력이 부정당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수고했다’는 인정 대신 ‘괜히 잘못한 건가?’라는 의문만 남는다. 만약 이렇게 말했다면 어땠을까?


“고생 많았어. 다음에는 온라인 구매도 고려해 보면 더 좋을 것 같아.”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지만, 결과는 완전히 달라진다. 한쪽은 비난으로 남고, 다른 한쪽은 제안으로 남는다.


심리학에서도 이 점을 분명히 한다. 앨버트 메라비언은 의사소통 효과의 93%가 어조와 표정 같은 비언어적 요소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또 마셜 루젠버그는 사람들이 사실보다 감정과 평가에 더 크게 반응한다고 했다. 결국 사람은 무엇을 말했는가보다 어떻게 말했는가에 더 크게 영향을 받는다.


이 진리는 철학에서도 반복된다. 공자는 “말은 곧되, 거칠지 않게 하라”고 했고, 아리스토텔레스는 말의 덕목을 진실, 선의, 그리고 적절한 방식이라고 정의했다. 옳은 말은 필요하다. 그러나 선의와 방식이 빠진 옳은 말은 결국 사람의 마음을 닫히게 만든다.


우리가 대화 속에서 기억해야 할 것은 단순하다. 옳은 말이 언제나 옳게 들리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옳은 말을 하려면, 그보다 먼저 상대가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말의 온도를 조절해야 한다. 따뜻하게 전한 사실은 관계를 살리고, 차갑게 던진 진실은 마음을 다치게 한다.


말은 단순히 진실을 전하는 도구가 아니다. 그것은 상대의 마음에 어떤 흔적을 남기는가에 의해 가치가 결정된다. 옳은 말을 옳게 전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그 말은 누군가의 삶을 변화시키는 힘을 갖는다.


결국 우리가 남겨야 할 것은 ‘맞는 말’이 아니라 ‘닿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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