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블리 Dec 27. 2015

0. 아이슬란드, 물기 어린 나라

_모든 섬은 눈물이 많다

이슬란드의 첫인상은 선명함이었습니다. 케플라비크 국제공항에서 수도 레이캬비크로 들어가는 버스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은 구름이 떠 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파랬습니다. 그렇게 깨끗하게 파란색은 이전까지 본 적이 없어 시내로 들어가는 약 한 시간여 동안 창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지요. 바로 전까지 런던의 우울한 하늘빛에 익숙해져 있어 더 푸르게 보인 것인지도 몰랐지만 이런 청명함은 아무리 새파란 아이슬란드에서라도 그리 흔한 날씨가 아님을 곧 알 수 있었습니다. 첫날부터 아이슬란드는 최고의 푸르름으로 절 맞아줬던 겁니다.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 후로 전 이 차갑지만 속정 깊은, 맑지만 촉촉이 젖어있는 나라에 깊이 빠지고 말았습니다. 이제부터 제가 만난 아이슬란드의 봄, 여름, 겨울에 대해 얘기해 보려 합니다. 아이슬란드는 설악산이 계절마다 다른 이름으로 그 아름다움을 뽐내듯이 시시각각 천의 이름을 붙여도 될 만한 풍경을 보여주는 팔색조의 나라였습니다. 물 웅덩이에 햇살이 비치면 무지개가 어리는 듯이 어디서 어떻게 보냐에 따라 정말로 다양한 빛깔을 드러내는 나라였죠. 그건 아마도 이 나라가 온통 물로 뒤덮여 있어서 일지도 모른다고 이제와서 생각해 봅니다. 찬란한 슬픔같은 나라였습니다. 기뻐서도 슬퍼서도 흘리게 되는 눈물처럼... 




과 얼음의 나라라고 불리는 곳, 아이슬란드. 하지만 내게는 그보다 물의 나라로 기억된다. 바다로 둘러싸인 섬나라이고 곳곳에서 강과 호수와 폭포를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일까. 한 해 동안 아이슬란드에만 세 번을 다녀왔다.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시기, 한여름, 그리고 초겨울. 1) 그 만큼 매력적인 나라였고 사람을 끌어당기는 신비로움을 지닌 곳이었다.      


나 역시 시작은 많은 이들과 같았다.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를 통해 아이슬란드의 풍광에 매료됐고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싶어 여행을 계획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아이슬란드에 대한 정보를 얻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북유럽 가이드북에서 아이슬란드는 거의 다뤄지지 않았고 여행기들은 대개 개별적인 경험을 담은 에세이였고 아이슬란드 여행 카페를 통해 얻은 정보는 최신 정보지만 파편적이었다. 그나마 링로드 일주를 다룬 렌트카 여행에 대한 책은 있었으나 나처럼 운전도 못하는 일인 여행자를 위한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은 자료는 찾기 어려웠다.     


여행 후 아이슬란드 앓이에 대한 치유책으로 카페에 들락거리다가 많은 초보 여행자분들이 비슷한 질문들을 올리며 궁금해 하는 모습들을 접했다. 또 대한민국 해외여행의 길라잡이(?)격인 꽃청춘들이 겨울의 아이슬란드로 떠났다는 뉴스도 들었다. 이미 아이슬란드홀릭이 된 한 명으로서 분명 이 방송 이후로 아이슬란드를 꿈꾸는 이들이 늘어날 것을 의심치 않는다. 그렇기에 부족하지만 지난 한 해 동안 아이슬란드를 오가며 경험한 것들을 과감히 홀로, 혹은 무리지어 떠날 분들에게 공유하고자 이 글을 시작한다.      


아직 구체적으로 여행일정을 잡지 않은 분들에게는 아이슬란드를 소개하고 꿈꾸게 하는 글로, 이제 막 아이슬란드를 마음 속에 품은 이들에게는 그 꿈을 좀 더 구체적으로 그릴 수 있는 네비게이션 같은 글로, 그리고 이 글을 쓰는 자신에게는 앓이의 치유책이 되는 글이길 빈다.


주1) 2015.05.18-23 / 06.23-08.08 / 11.15-11.17 (56일) 

사진 설명: 아이슬란드 대표 항공사인 아이슬란드 에어와 영화 포스터 같았던 공항 내 웰컴 표지판. 그리고 첫날 버스 정류장 앞에 마중나와 있던(?) 오리 부부와 짙푸른 하늘로 뻗은 늦봄의 새싹.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