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Hallgrímskirkja 교회
아이슬란드는 일차 여행의 종착지였다. 고로, 준비가 거의 안돼 있었다. 미리 준비한 건 런던-레이캬비크 왕복 비행기 티켓뿐. 런던에서 출발하기 전에 부랴부랴 부킹닷컴에서 싸면서도 평이 괜찮은 버스호스텔을 예약하고, 수도 레이캬비크로 들어갈 공항셔틀버스표와 몇 개의 투어를 레이캬비크 익스커전 사이트에 들어가서 골랐다.
'제일 앞에 나와 있는 투어가 대표 여행지겠지? 흠, 골든써클 들어본 거 같아. 여기랑... 블루라군도 유명한 온천이니까 예약하고.'
6월경이 아이슬란드 여행의 최적기라는 말은 여행카페 불라 사장님께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름이 아이슬란드니까 또 아직은 5월이니까 춥겠지란 생각에 스웨터에 유니클로 바람막이에 가죽자켓까지 껴입었다. 등 뒤에는 저가 항공 이지젯 무게 제한에 걸릴까 싶어 급히 런던에서 공수한 캔버스 배낭에 세면도구만 넣고, 한 손엔 길치에게 최고의 안내자인 무적 maps.me 앱을 깐 스마트폰을 들고 국제공항 같지않게 자그마한 케플라비크 공항에 착륙했다. 툭탁, 툭탁, 공항에 내려서 환전소와 공항셔틀버스 부스가 있는 곳까지 가는 길도 공사 중, 화장실도 공사 중, 예약한 버스표를 부스에서 정식 티켓으로 교환하고 공항 밖으로 나갔는데 그 밖도 공사 중. (15년 11월에 갔을 땐 공항 공사 완료되어 깔끔해졌습니다.) 무슨 신도시 건설현장 같았는데 이건 약과. 나중에 보니 하르파(Harpa) 옆도 공사, 시내에 고급 호텔도 공사, 지금은 블루라군도 공사 중. 관광업의 나라답게 여기저기 관련 건물들이 보수 및 신축되고 있었다.
나 같은 길치는 여행 첫날에 일정을 잡으면 안된다. 호스텔에 안착하는 것부터가 대모험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내겐 이전에 같은 호스텔에 묵었던 친절한 블로거님께서 상세하게 올린 길 안내 사진이 있었다. 물가 비싼 북유럽이니 최대한 절약을 하겠다는 생각에 숙소 앞까지 가는 표 대신 BSI 버스 정류장까지만 가는 표를 끊었었다. 버스에서 내리니 오리 부부가 어슬렁 거리며 산책을 하고있어 신기하고 반가운 마음에 사진을 찍었는데 알고보니 아이슬란드에서 오리는 우리나라 비둘기 같은 존재였다. '안녕!' 인사를 하고 육교를 건너 한 20~30분쯤 걸으니 주택가 사이에 길다란 호스텔 건물이 보였다. (문장이 짧아 금새 찾은 듯 하지만 중간에 굴다리를 지나 옆 주택가 골목에 들어가 한 십여분 헤맸다;;; 또 호스텔 건물 옆에 렌트카 회사가 같이 붙어 있는데 호스텔 리셉션 대신 렌트카 안내 데스크에서 괜히 삽질도 하고;;;)
짐을 풀고 생각 보다 춥지도 않고 화창한 날씨라 전망 좋은 곳을 찾아가기로 했다. 마침 호스텔에서 보니 레이캬비크의 랜드마크 격인 할그림스키르캬(아이슬란드어 발음은 한숨만 나온다. 들어도 똑같이 따라할수가 없다.) 교회가 보여서 가보기로 했다. 800크로네를 주고 전망대에 올랐다. 교회에 들어서서 기념품샵에서 전망대 입장표를 구입한 후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로 올라갔다. (한국 사람은 여기서 살짝 놀랄수도 있는데 엘리베이터 탈 때 표검사를 따로 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북유럽인들은 서로를 믿는다. 지킬건 누가 보든 안보든 지키고 기본적으로 신뢰사회다. 그래서 살인 사건이라도 한번 일어나면 대서특필 된다. 여행하면서 경찰도 시내에서 딱 한 번 봤을 정도다. 그럼에도 세계에서 제일 안전한 나라로 여자 혼자 다녀도 두려울 게 없다.) 시계탑 윗부분에 창들이 360도로 돌아가며 12곳에 있었다. 높은 곳에서 보니 저 멀리 도시를 둘러싸고 있는 대서양이 보였다. 하늘은 푸르고 바다도 파랗고 흰 갈매기는 날고 산 위엔 만년설이 점점이 박혀있고... 파랗고 하얀 색감대비에 눈이 부셨다. '저 바다가 북극해로 흘러가는 거겠지, 돌고 돌아 한국에서 비가 돼 내릴수도 있겠지. 분명 연결된 세계인데 어쩜 이렇게 다른 느낌일까.' 짙푸른 하늘과 바다를 가르는 선 같은 아이슬란드, 아니 그 둘을 이어 주는 물빛 가득한 나라를 내려다 보며 비행기 위에서 본, 버스에서 스치며 본 땅과는 또 다른 섬이라는 사실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뻥 뚤린 전망대가 아니라 발 디딤대를 딛고 창 밖으로 내다보는 식이라 가로 막혀 있어 답답한 감도 있었다. 2프로 아쉬운 마음을 갖고 내려와 거리를 거닐며 발치에 길게 늘어지는 내 그림자를 바라봤다. 노란 민들레와 그 옆에 누군가 버려두고 간 보라빛 장갑이 하늘 아래서 빛났다. 까만 그림자가 그 곁에 선다. 아이슬란드는 봄인데 하늘은 한국의 가을 같다. 다만 이상한건 이 곳의 하늘은 저리도 파란데 낮게 느껴진다는 사실, 위도가 높아서 그런걸까... 그렇게 아이슬란드의 첫날이 흘렀다.
사진설명: 할그림스키르캬 교회 전망대에서 본 풍경 (사진 옆 까만 선은 전망대 창틀입니다. 윗사진의 교회 시계 윗쪽으로 보이는 한 면에 셋씩 뚫려 있는 곳이 전망대 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