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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uwriting Sep 30. 2024

2024년 여름은, 무서웠다

염치없는 인간들의 오만한 발상의 후유증은 늘 상상을 초월한다


9월 말을 향하고 있는 시기지만, 아직도 올해의 무더위는 다 끝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 어느 해보다 지독히도 더웠던 여름을 지나왔지만 쉽사리 더위가 물러나질 않습니다. 그리고 우린, 그 여름을 보낸 대가로 폭탄 같은 청구서를 손에 쥐게 되었습니다.



유달리 더웠던 올해 여름, 매일 최고 기온의 기록이 경신되었고 세상에선 자주 예기치 못한 사건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그 후유증으로 건강을 잃은 사람들도, 가족을 잃은 사람들도, 전기요금 폭탄을 맞은 사람들도 수두룩합니다. 그럼에도 혹독한 이 여름을 모두 무사히 잘 견뎌냈길 바랍니다.  






계절을 견디며 살아야 하는 시대가 왔다


제가 지금껏 겪어본 여름 중 최고의 더위는 1994년이었지만 올해는 비교가 안 되는 그 이상의 무더위였습니다.  안 그래도 더위에 취약한 터라 여름 내내 에어컨을 끄지 못한 채 여름을 보냈습니다.(반성합니다.) 덕분에 전기요금 폭탄을 떠안게 되었습니다. 말 그대로 숨이 턱턱 막히는 순간엔 정신이 혼미해지는 날씨였으니까요. 그럼에도 밖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해야 할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안타까운 소식도 더 자주 접해야 했습니다. 무서운 일입니다.  



사계절이 비교적 뚜렷한 우리나라에서 여름은 그래도 지낼만한 계절이었습니다. 겨울보다는 여름 나기가 수월하다고 했으니까요. 겨울 삼한사온이 뚜렷하던 지형에서 그래도 여름은 푸르르게 시원함을 찾을 여력도 있었고 풍족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겨울보다 나은 계절이 분명했었습니다. 비록 한낮 볕은 쨍해도 시원한 계곡과 그늘이 있었고 시원한 수박을 쪼개서 나워 먹으면 견딜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젠 그런 말이 통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지구의 온도가 1도만 더 올라가도 지구가 몸살로 폭발할지 모른다는 무서운 경고는 빙하가 녹는 가속도에서 두려움을 갖기 충분합니다.   



앞으로 매년 더위의 기록은 경신이 될 테고 계절 불문하고 여름과 겨울만 있는 극단의 날들이 더 늘어날 것 같습니다. 올 겨울엔 더위에 버금가는 혹한이 올지도 모른다는 우려 섞인 추측도 들립니다. 극단적인 날씨가 더 격렬해진다는 의미는 모든 생물의 생존 문제에 심각성이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식량 부족과 생태계의 지각 변동에서... 남의 일이 아닙니다. 기후의 급작스런 변화 때문에 신유목민(기후난민)이 생기는 지경에 와 있습니다. 인간의 잘못이 가져온 지구온난화의 재앙은 상상 못 할 다른 시간을 준비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여름을 나는 방식도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스페인어 사전

 siesta

       1 (점심을 먹은 후의) 낮잠, 시에스타      

          la hora de lasiesta낮잠 시간

       2(점심을 먹은 후) 낮잠 자는 시간, 휴식 시간

       3(더위가 가장 심한) 정오의 시간

 

마치 특정 지역에서만 쓰일 것 같던 말이 이젠 우리도 필요할지 모르겠습니다. 한낮 기온에 기준을 정해서 그 이상의 기온에는 모두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도록 쉬는 시간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요? 멍한 시간에 일을 한다고 효율이 나오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현장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은 작업이 불가능한 날씨입니다. 목숨을 걸고 해야만 하는 일이 분명할 테고 사고의 위험이 분명한 것을 알면서도 그대로 업무 시간이라는 이유로 진행이 되어야 한다면 죽음으로 몰아넣는 행위가 될 것입니다. 업무의 효율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지만 이젠 사람의 목숨이 걸린 문제에는 조금 너그러워졌으면 합니다. 사람이 있어야 나머지에도 의미가 있을 테니까요.



여름을 즐기던 낭만적인 생활은 이제 끝났습니다. 오직 견뎌내야만 살 수 있는 계절이 되었고 이번 여름은 지구 환경에 대해 어느 시기보다 심각성을 모두에게 일깨워준 여름이었습니다. 이젠, 계절의 변화에서 느끼던 기분들은 모두 사치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앞으로는 기억이나 상상만으로 존재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상상만 해도 끔찍합니다.





기후변화가 빙하를 녹이고 녹은 빙하가 다시 기후 변화를 일으켜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는 과정에서, 빙하를 지키자는 발상이 실험 중에 있습니다. 실제로 캐나다 북부 캐임브리지 베이에서 바닷물을 빙하 위로 퍼올려 빙하를 다시 얼리겠다는 발상이 실제로 실험 중이라고 합니다. 인간의 편의와 이익을 위해 만들어진 모든 것이 시간차이는 있지만 반드시 부작용이 있어 왔습니다. 그 이름이 발전, 발명, 발견, 실험,... 그 어떤 이름이 되었건 그것이 더 나은 것인지는 글쎄요, 시간이 지나서야 밝혀지겠죠.... 이젠 빙하까지 얼려야 하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습니다.   



자연 순리에서 벗어난 인간의 행위로 자연을 파괴하고 역설적이게도 그 파괴된 것을 복원하겠다고 더 적극적으로 물리적인 노력을 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습니다. 지구 곳곳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전쟁이 한창이지만, 지금이 인간이 공존하기 위해 기후 환경 개선을 구체적으로 '실천'해야 할 때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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