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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uwriting Oct 28. 2024

"아무거나 괜찮아"... 는 아니지!

괜찮지 않은 건, 분명히 괜찮지 않은 거예요



보통 직장인들에게 구성원 여러 명이 함께하는 점심시간은 휴식 시간이 아닙니다. 다른 유형의 업무 연장인 듯한 느낌입니다. 대개 공식적인 특별한 이유가 없을 경우 부서 구성원들이 '모두',  '같이' 식사를 하곤 합니다. 매월 회식도 마찬가지입니다.(이게 사실 점심식사의 연장이 회식인지 회식의 축소판이 점심식사인지 구분이 되지 않습니다.) 구성원들과 식사를 할 때 어떤 메뉴를 고르시나요?  먹고 싶은 메뉴가 없을 때는 어떻게 슬기롭게 이겨내나요? 매일 곤혹스러운 식사를 하고 있지는 않나요?  






'아무거나'가 정말 아무거나는 아니라서


구내식당이 있는 경우야 시간괴 메뉴가 정해져 있지만 구내식당을 벗어나거나 그렇지 않은 경우 한 사람이 메뉴를 모아서 장소를 정하고 주문을 하곤 합니다. 이 과정에서 대략 어떤 종류를 먹을지, 어디에서 먹을지에 대한 고민으로 점심시간 훨씬 전부터 의견이 설왕 설레하며 분위기가 어수선해집니다. 심한 경우 점심시간 한 시간 훨씬 전부터( 사실 이를 듣는 입장에서는, 저 부서는 오전에 일이 없나? 그런 생각도 듭니다.) 여러 메뉴가 오고 갑니다. 그러다 정작 점심시간이 가까워 오면 대략 몇 명의 의견에 더해 꼭 들려오는 말이, “ 전 아무거나 상관없어요.”입니다.   



이게 무슨 말인가요? 의견이 없다고? 사회생활에서 나오는 배려인가? 누구한테?  



그런데, 정말 '아무거나' 상관이 없을까요? 좋아하지 않은 메뉴를 앞에 두고 곤혹스럽지 않을 자신이 있을까요? 좋아하는 메뉴라도 그날따라 먹고 싶지 않거나 막상 맛이 기대했던 것이 아닌 경우에도 만족할 수 있나요? 그런데 가만히 보면 '아무거나'를 외친 구성원은 오히려 조용한데(썩 열심히 먹지는 않았다는...)

메뉴를 주도했던 구성원의 입에서,

"오늘 맛이 왜 이러지?"

"그러게 생각보다 별로네, 주방장이 바뀌었나? 너무 짜네... 다른 데 갈 걸 그랬나 봐."  덩달아 이런저런 구설이 오갑니다.   



어떤 것도 아무거나 이거나, 아무렇지 않거나 한 것은 없습니다. 점심은 좀 편하게 먹어야 하지 않을까요? 업무와 조금 떨어져서 휴식을 취하던, 맛으로 기분 전환을 하던 조금은 자율적이어도 좋을 텐데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싫어하는 거, 좋아하는 거 말하는 게 뭐가 어렵나요?



대개 자신이 원하는 것을 분명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건 개인의 성향이나 성격일 수도 있고 그 이전에 보이지 않는 어떤 분위기일 수도 있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나 싫은 것을 말하면 졸지에 특이하거나 모가 나서, 유별나고 고집스러운, 이상한 등등의 그런 사람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아서 꺼리고 표현을 두루뭉술하게 합니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말처럼 괜히 드러나게 해서 미움받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일 수 있습니다.  


  

반면, 조직이나 집단의 분위기상 그럴 수밖에 없는 것들도 꽤 많습니다. 자신이 속한 조직이나 집단에서 아무렇지 않게 해 오던 것은 새로운 조직원, 구성원으로 참여할 때 쉽게 거절하거나 그 분위기를 깨기 힘들 수 있습니다. 이것은 거꾸로 그 결정을 그대로 수용한다는 의미도 되는데요, 그것은 순전히 교육의 문제가 됩니다. 암묵적인 서로 간의 이해, 그리고 순응을 의미합니다. 때문에 한 개인이 집단 교육과 그 분위기를 벗어나기는 굉장히 어렵습니다. 따돌림을 각오하거나 그러든지 말든지 마인드가 아니면 실제 실행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렇게 대부분은 자신이 속한 곳에서 분위기에 맞게 익숙해지고 길들여집니다. 어릴 때 학교와 가정에서 시작해서 성인이 돼서는 자신이 속한 직장과 그 외 개인적인 조직들에서 동일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렇게 여러 번 반복이 되면 그 인식은 굳어집니다. 개인주의가 강한 사람들은 견디기 어렵습니다.






구성원 모두가 중국 음식을 시키는 분위기더라도, “오늘은 스파게티가 당기네요.~” 까지는 못하더라도, “아무거나 괜찮아요. “는 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진짜 '아무거나'가 괜찮은 건 아니니까요. 가끔은 안 먹고 싶거나, 좀 색다른 걸 먹고 싶거나, 아니면 혼자 먹고 싶은 날도 있잖아요?  밥 먹는 것까지 서로 피곤할 필요 없잖아요? 저는 혼자 먹는 점심이 익숙하다 보니 꽤 홀가분한 편입니다. 왁자지껄한 다른 구성원들을 바라보며  '나만의 점심 식사'에서 느끼는 여유와 묘미를 그들은 모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편하고 정말 괜찮으면 상관없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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