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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짱이아빠 Oct 18. 2022

유학생활은 이렇게 시작된다.

me and NZ (5)

"What would you like?"
"What would you like, Sir?"
...


대답이 없으니 주문을 받던 그 누나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나를 째려보기 시작했다.  조선시대에 산길을 걷다가 호랑이를 만나면 이런 기분이었을 것이다.  몸이 굳어지며 온몸에서 땀이 났다.  심지어 갑자기 귀에서 '삐~'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대답해 바보야 대답하라고!'


그 후로도 계속된 질문을 하나도 알아듣지 못하고, 대답도 하지도 못하고, 그 누나 얼굴만 꿈뻑꿈뻑 쳐다봤다.


"Yes."


라고 말하며 마침내 그 시간에서 해방됐다.  자신이 너무 한심하고 바보 같아서 눈물이 찔끔 났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한마디도 못 할까.  자존심이 상했다.  하지만 금세 궁금해졌다.  도대체 무엇을 주문한 걸까?  


얼굴이 붉어진 채로 자리에 앉아서 기다렸다.  10분 남짓한 시간이 흐르고 주문한 것이 나왔는데,  토마토 수프를 주문했다고.  토마토 수프라니, 배가 고픈데 고작 토마토 수프라니.  햄과 치즈가 철철 넘치는 바게트 빵에 따뜻한 커피를 먹고 싶었는데 달랑 토마토 수프 한 그릇이 앞에 있다.  결정적으로 난 토마토를 싫어한다.



영어를 배우러 오는 외국인들은 뉴질랜드 사람들에게 또 다른 수입원이 된다.  관광업, 낙농업뿐만 아니라 교육사업 또한 나날이 커지고 있다.  영어를 배우기 위해서 어디든 자식들을 보내는 열혈 학부모님들이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이 아닌가 보다.  여러 나라에서 온 학생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그것에 발맞추어 이 도시에는 사설 영어학원이 늘고 있었다. 세 군데 정도를 방문했다.  해외 어학연수생들이 대부분인 영어 학원이었는데, 그중 한 곳이 고등학교 편입을 위한 학급을 운영하고 있었다.  당연히 나도 고등학교 편입을 목표로 공부를 해야 했으므로, A 영어학원을 등록했다.  그리고 한국인이 나 포함 3명뿐이었다.  한국인이 많은 학원은 최대한 배제했다.  영어가 늘지 않을 것이란 얄팍한 생각이었다.  반은 맞고 반을 틀렸다.  한국인끼리 하는 정보 공유와 외국생활의 즐거움을 막 포기하는 순간이었다.


친구분 말에 의하면 이 도시에는 제일 큰 영어교육기관이 있는데, 공립학교 부설 영어학원이고 대부분 그곳에서 영어를 배운다 하여 그곳에 등록을 먼저 했다.  하지만 학기가 시작하려면 4주 정도 기다려야 했다.  아버지는 그동안 홈스테이(하숙집)에서 놀 수 없으니, 사설 영어학원에서 경험하게 한 것이다.  4주 후 들어가는 공립학교의 이름은 Community colleage 였다.  하지만 4주나 기다려야 했으므로 한국식 마인드로 똘똘 뭉친 우리는 영어교육기관을 위한 영어학원으로 A 영어학원을 선택한 것이다.  그때는 몰랐지만  "Community colleage"라는 단어가 살짝 걸린다.  무슨 말인지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그 A학원에서 연결해 준 홈스테이(하숙집)로 가서 새로운 홈스테이 Mom/Dad 에게 인사하고 짐을 풀었다.  그 집 마당은 엄청 컸고, 수영장도 있었다.  마당에서 아이들이 뛰노는 소리와 맑은 하늘 그리고 방이 10개 정도 돼 보이는 2층 집.  이렇게 내 뉴질랜드 생활은 시작되었다.


집이 커서 그런지 어느 날 모르는 애가 집 안에서 나를 보고 인사했다.  일본에서 유학 온 '요시'였다.  또 다른 날은 바이올린을 등에 맨 중국 여자아이가 인사했다.  그 둘은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었는데, 당시 영어학원 다니고 있던 나는 그들이 부러웠다.  하지만 영어를 못하는 나.  벙어리 삼룡이 취급받을까 봐 가까이 가지 못 했다.  지금은 성격이 많이 변했지만 그 시절만 해도 소극적이고 먼저 나서지 못했다.  새로운 친구 사귈 수 있는 기회를 방금 2번이나 잃었다.  


지난 일주일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벌써 일요일이 지나가고 있다.  아버지는 한국으로 돌아가시고 난 홈스테이 방에서 멀뚱멀뚱 있었다.  창밖을 바라보니 여전히 날씨는 맑고 하늘은 파랬다.  지구 반대편 뉴질랜드라는 나라에 나 홀로 남은 것이다.  가슴 뛰게 설렜으며, 가슴 시리게 두려웠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세상에 버려져 홀로 된 느낌이었다.  가족과 떨어져 이곳에 있다는 것이 서러웠다.  한참 감정을 추스르고 있는데 '요시'가 똑똑 방을 두드리며 말했다.


"헤이. 할 일도 없는데 담배 피우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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