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데스밸리 국립공원> 단테스 뷰
세상의 끝은 마땅히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가장 덥고, 가장 건조하며, 가장 낮은 땅을 내려다본다.
Death Valley National Park
Hottest, Driest and the Lowest
글•사진 여행작가 제이민
#디스이즈미국서부 저자
캘리포니아와 네바다주의 경계에 위치한 데스밸리는 척박하고 광활한 국립공원이다. 한여름에는 기온이 50도까지 치솟고, 해발고도는 해수면보다 낮으며,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건조한 사막이라서 죽음의 계곡으로 불려 왔다. 여행 가능한 지역은 전체 면적의 5%에 불과하다.
라스베이거스를 떠나 캘리포니아 시에라 네바다 산맥으로 가는 길. 다시 한번 데스밸리 국립공원을 지나가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다. 일부러 수백 킬로미터를 돌아가야 하는 수고로움도 기꺼이 감수하고 싶을 만큼, 데스밸리의 풍경은 특별하니까.
미국 서부여행을 준비할 때 눈여겨봐야 하는 부분은 날씨다. 6월 초, 데스밸리는 이미 뜨거운 시기인데, 운이 좋아서 30℃ 중반의 기온이 유지되고 있었다. 이 정도면 데스밸리를 지나도 괜찮겠다는 판단이 선다. 국립공원으로 들어가기 전, 네바다와 캘리포니아의 경계에 위치한 작은 타운에 멈추어 섰다. 여기서 잠시 차량을 점검하고 물과 비상식량을 구입해야 한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사막지대로 진입한다. 일찌감치 통신마저 끊기기 때문에 미리 다운로드한 오프라인 구글맵에 의존해 길을 찾아야 한다. 공원의 경계선임을 알리는 소박한 간판, 그리고 국립공원 입장료를 지불하는 셀프 키오스크가 제대로 길을 찾아가고 있다는 유일한 표시다. (국립공원 패스가 있다면 그냥 들어가면 된다)
언제나 그렇듯
단테스뷰로 먼저 올라간다.
거친 산맥과 염수가 증발하고 허연 소금만 남은 평야.
단테 알리기에리의 서사시 <신곡(The Divine Comedy)>에서 묘사된 지옥과 연옥이 떠오른다고 해서 '단테스 뷰'로 불리게 된 곳이다. 고도 5476피트(1669m)에서 내려다보는 북미에서 가장 낮은 지점, 해발고도 마이너스 282피트(-86m). 발아래로 아주 먼 옛날에는 바다였다는 데스밸리의 해저면이 펼쳐진다. 광활한 땅 사이로 실처럼 가느다랗게 보이는 것이 자동차 도로다. 아주 드문 드문 차가 지나쳐간다. 그 흔적은 개미보다도 작고 미미하다.
평상시와는 다른 하늘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구름이 유난히 많은 날이었다. 멋진 뭉게구름이 황야 위로 긴 그림자를 드리웠고, 다른 한쪽에서부터 무거운 먹구름이 실려 온다. 인간의 기준으로 보면 분명 아.무.것.도. 없는 곳인데, 시시각각 변하는 변화무쌍한 하늘 아래, 데스밸리는 우리가 본 적 없는 세상을 넘치고 흐르게 채워서 보여주는 장소다.
"Midway upon the journey of our life 인생 여정의 한복판,
I found myself within a forest dark, 숲처럼 컴컴한 어둠 속에서
For the straightforward pathway had been lost." 가야 할 길 잃은 자신을 발견했다
라고 단테는 <지옥>편의 서문을 열었지만,
다행히 나는 데스밸리에서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아주 잘 알고 있다.
국립공원을 관통하는 캘리포니아 190번 도로를 따라,
세상의 끝에서 또 다른 끝을 향해서.
미국 서부 데스밸리 여행 주의사항
①날씨를 반드시 확인할 것. 한여름에는 차량이 과열될 위험이 높아지며, 집중 호우 시에는 도로 침수 및 홍수의 위험이 있다. 국립공원 입구와 가까운 비지터 센터에서 당일 안전 상황을 체크하자.
②국립공원 진입 전 식수와 연료를 준비할 것. 데스밸리 국립공원 내부에는 편의시설이 많지 않으며 가격도 비싸다. 국립공원에 진입하기 전 주유를 마치고 차량을 점검하자.
③오프라인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지도를 준비할 것. 국립공원 안에서는 통신이 끊긴다.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여 구글맵을 오프라인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설정하고, 비지터센터에서 종이 지도를 받자.
④가능하다면 하루 숙박을 추천. 예약은 필수다.
제 다섯 번째 책, 그리고 두 번째 미국 서부 여행책 <디스이즈 미국서부>가 새롭게 출간되었습니다. 대도시부터 미국 국립공원까지, 여행책에 의존해 다녀야 하는 상황 속에서도 길잡이가 되어줄 수 있도록 노력했고, 길 위에서 경험한 생생한 감동의 순간을 빠짐없이 기록한 최고의 사진으로 채워진 책입니다. 혹시 서점에서 책을 마주치게 된다면, 많은 응원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