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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작 Aug 30. 2021

치킨집이요? 쿠키집이요!










"여기 뭐 열어요?"

"쿠키집이요."

"치킨집이요?"



사전정보 없이 들으면 ‘쿠키’가 그렇게나 ‘치킨’으로 들릴 수 있나보다. 쿠키와 치킨의 갭이 이해가 안 갔었는데, 카페도 많지 않은 동네에 쿠키집보다는 치킨집이 훨씬 쉽게 연상되어서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온라인 판매 위주로 운영하기로 마음먹고 시작해서, 고객 접근성보다 우리의 접근성을 따졌다. 집에서 10분 거리의 장소에 임대를 얻었다. 중고등학교가 가까운, 조용한 주택가 한가운데였다. 그런 곳에 가게 공사를 진행하고 있으니 온동네 사람들 이목이 집중되었다.



가게는 두 면이 아예 통유리라서 밖에서도 내부가 잘 들여다 보인다. 지나가다가 구경하거나 슬쩍 들여다보고 호기심을 갖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있었다. 그렇게 주변 상인, 거주민 분들과 인사도 하고 얼굴도 익히는 기회가 되었다.



문제는, 다짜고짜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들도 여럿 있었다는 것이다. 관심 이상의 참견, 그 이상의 비아냥에 인류애가 파삭파삭 말라갔다.



"쿠키? 그게 되나?"

“여기서 그런 장사가 돼?”



이런 사람들은 꼭 반말을 한다. 게다가 아빠가 있을 때는 안 오고 엄마나 내가 있을 때만 왔다. 도대체 귀 열고 들으라는 건지 그냥 혼잣말을 하는 건지… 듣고 있자니 아주 짜증이 났다. 되든 말든 망하는 건 우리인데, 이제 시작하는 사람들 면전에 대고 왜 기분 나쁘게 부정적인 말을 내던지고 가는 걸까?



이러한 몇몇 사건들을 계기로 마음의 문이 좁아지던 차였다. 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우리의 등장을 반갑게 맞이해주신 분들이 그 문을 활짝 열어 주셨다.



주문량이 많거나 다른 일정이 있으면 밤늦게 가게 문을 잠그고 일했다. 그럴 때 유리문을 똑똑 두드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아직 간판이 없을 때라 역시 무슨 가게냐고 물어보거나, 좋은 감상을 전해주시는 분들이었다. 가게에 불이 켜진 시간을 기다렸다가 방문하는 분들도 계셨다.



"여기 지나가면 맛있는 냄새가 나요."

"동네 분위기가 달라졌어요."

"가게 느낌이 밝고 좋아서 궁금했어요."



이런 말을 들으면 반사적으로 ‘와 정말요?!’ 라는 답이 튀어나갔는데, 진심 100프로의 리액션이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칭찬이었기 때문이다. 절로 어깨가 으쓱했다. 인터넷 주문대로 발송하거나 예약주문 건만 판매하다 보니 진열해놓고 구경할만한 가게는 아니다. (분위기가 카페보다는 작업실 같다.) 그런데 그곳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은 말을 들을 수 있다니 얼마나 기쁜가.



간판을 달지 않으니 그렇게 문을 똑똑 두드리는 분들이 한두 분씩 계속 있었다. 가게에 와 본 지인들은 간판이 없으니 꼭 숨은 맛집 같아서 멋있다고 말했다. 나는 간판이 없어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는데 엄마는 늘 아쉬웠나 보다. 우리는 오픈한 지 두 달 후에야 뒤늦게 간판을 달았다. 그래서인지 이제는 ‘뭐하는’ 가게냐고 물어보는 분들은 없다. 그래도 개업 초기에 따뜻하게 전해받은 한 마디 한 마디 덕분에 긍정적인 마음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어서,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와 주신 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크게 간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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