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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로잉맘 이다랑 Jun 24. 2016

엄마는 매일 감정노동을 한다

엄마들이 보내는 메세지나 댓글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단어 중 하나는 '감정'이다.
아이에게 감정조절이 안되요.
나도 모르게 버럭하게 되요.
그러고 나면 후회되요. 등등.
엄마의 반성문에는 늘 감정이라는 것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것 같다.

많이 공감한다. 나야 말로 진짜, 매일 매일 많은 사람들의 감정을 만나고 짊어지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공감하되 적절히 거리두는 것을, 마음을 전달하고 지지하되 휩쓸리지 않는 것을 훈련 받는다. 그리고 그것이 내 직업이기에  늘 그러한 상황을 마주하며 산다.

그런데 그런 나조차도, 엄마로서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은 늘 숙제이며 고민거리이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나에게는 상담사로의 감정노동보다 엄마로서의 감정노동이  훨씬 더 강도가 높고 버겁다. 직업에서는 왠만하면 실수 하지 않는데, 아이앞에서는 하루종일 잘 버텨온 감정이 여과없이 쏟아져버리는 실수를 많이 하게 된다.

우리에게는 그런 환상이 있는 것 같다. 감정을 잘 조절하고 통제해야지만 좋은 엄마일것 같다는 그런 생각 말이다.


상담을 하면서 감정을 아이에게 폭발시키고 후회하는 엄마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가끔은 엄마가 마치 서비스업 같이 느껴질때가 있다. 손님에게 늘 친절하고,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해 드리고자 노력하며, 개인적으로 어떠한 일이 있든지간에 늘 웃고 상냥해야 하는 그런 서비스업.


엄마는 감정노동을 해야하는 서비스업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감정을 꼭 통제하고 조절해야한다는 엄마의 생각은 결국 실패(감정폭발)를 가져오게 되고, 그렇게 실패가 반복되고 반복되다 보면.. 엄마는 무기력함을 느끼게 된다.


감정을 완전히 조절한다는 것은 그렇게 상냥하고 합리적인 엄마가 된다는 것은 아예 처음부터 불가능에 가까운 목표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우리는 자꾸만 그렇게 되고 싶어하고, 결국 내가 기대했던 모습과 나의 진짜 모습사이에서 절망하고 자책하게 된다.

엄마는 자신의 감정을 소중하게 바라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조절하려고 노력해도, 또 책을 읽어보아도 되지 않는 것은.. 우리 중 많은 사람들이 감정을 골고루 느끼고 인정하는데 있어 절름발이 처럼 살아왔기 때문이다.


감정은 의자와 같아서 네개의 다리 모두가 똑같은 길이로 튼튼하게 있어야 그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감정만 인정하고 조금 부정적인 감정들이 찾아오면 제대로 느끼려하지 않고 숨기려고 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절름발이 의자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내가 그렇게 한 것이 아니라, 우리도 부모로부터 그렇게 배웠던 것일 수도 있다. 이유가 어찌되었건, 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바라보지 않았다면 조절또한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도 당연한 것이다.



나 역시 그런 깨달음을 얻었던 장면이 있었다. 아이가 자꾸만 징징거리고 우는 소리를 내는 것이 싫었다. 울컥 올라오며 화가 났다. 아이에게 왜 울지 않고 말할 수 없냐고 다그치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했다. 그런데 그 순간, 아이의 모습에서 나를 보았다. 여러가지 상황으로 너무 힘들고 지쳤던 때였다. 징징거리고 싶고 주저앉고 싶고, 너무너무 화도 많이 났었는데.. 그런 내 모습을 억누르며 지내다가, 아이의 모습에서 내 감정이 보이니 너무 싫었던 것 같았다. 내가 나의 슬픔이나 분노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못하니, 아이의 것을 인정해줄 수가 없었다. 덮어두려고 했던 것이 더 크게 터져나오는 것이 이런거구나 싶었다.

내가 힘들다는 것을, 나도 슬프고 화가 날 수 있다는 것을..머리가 아니라 마음으로 정말 허용해주어야 한다.그리고 가능하다면, 천천히 조금씩 찾아보아야한다. 그 감정을 안전하게 꺼낼 수 있는 나의 공간을.

처음엔 내 감정이 위험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알게 되는 감정보다는 모르고 가둬두는 감정이 더 위험할 수 있다.

아이에게 성질폭발을 하고 나면 참 미안하다. 노력해야하는 것은 맞지만, 그렇게 쉽게 바뀌고 해결되는 부분은 아니다. 미안하지만 죄책감은 조금 덜 느끼려고해보자. 내 스스로 좀더 감정에 대해 너그러워지고 아이에게도 그렇게 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인정하자.노력하되 우리 조금 더 자유로워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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