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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로잉맘 이다랑 Oct 25. 2016

때때로 주지 않는 엄마가 되고 싶다

엄마들과의 소통을 위해 내가 스스로 선택하고 시작한 SNS 이지만 때때로 빠르게 올라가는 피드 속에서 피곤함을 느낀다.

피드속에는 내 아이가 가보지 못한 곳에 있는 아이.내 아이가 입지 않은 옷을 입은 아이.내 아이는 한번도 먹어보지 않은 음식을 먹고 있는 아이들이 있다.

나는 원래 그렇게 옷이나 가방이나 그런것을 많이 좋아하지도 않고, 특정한 물건에 깊이 빠지는 스타일도 아니고, 여자 치고는 복잡한 쇼핑몰을 좋아하지도 않아서 내 자신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없다.

그런데 아이의 물건을 보면 흔들린다. 이런거 해주고 싶다. 입히고 싶다. 먹이고 싶다. 경험시켜주고 싶다. 이런 표현 좀 웃기지만,  경험치에서 아이가 밀리는 기분이 가끔씩 들곤한다.
경제적으로 아주 풍요롭지도 않고, 늘 바쁜 엄마와 함께인 아들이 가끔씩 정말 딱 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얼마전, 어떤 엄마의 글을 읽었다.
늘 자연에서 여유롭게 아이를 키우는 어떤 엄마가 다시 제주도로 이주하여 아이를 키우는 모습을 SNS 을 통해 보면서 자연을 느끼게 해주는 것 조차, 이제 돈이 있어야 하고 그것이 가능한 부모의 직업이어야지만 누릴 수 있는  특권처럼 되는 것 같아서 서글픔을 느낀다는 글이었다.
끄덕 끄덕, 나는 그 글에서 느껴지는 엄마의 마음에 진심으로 공감했다.  

그렇다. 뭐, 여유가 된다면 뭐든지 해주고 싶은게 부모의 마음이고 또 나의 마음도 그렇다.

하지만, 사실 나는 다 줄 수 있다해도, 아이에게 결핍을 주고 싶었다. 정말 풍요롭게 다 누리고 경험한다고 해서, 아이의 마음이 풍요롭게 자라지 않는 다는 것을  이미 많은 간접 경험으로 보았기 때문에..
오히려 결핍을 이길 수 있는 힘을 가진 아이로, 어디서든 스스로를 행복하게 할 만한 것을 찾을 수 있는 자원을 가진그런 아이로..  사실 나는 그렇게 키우고 싶었다.

어차피 내가 모든것을 다 준다고 해도 영원히 줄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또 내가 그렇게 아이를 영원히 풍요롭게 지켜줄 수 있는 것도 아니기에.

좋은 곳을 여행하거나, 좋은 옷을 입히는 것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나도 가능한 해주려고 노력할 것이다. 엄마니까.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싶다.

좋은 곳을 가는 것이 기억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 함께 한 행복한 정서가 마음에 켜켜히 쌓여 아이의 자원이 되는 것이니까. 좋은 장난감은 사줘도 금방 싫증날 수 있지만, 아이가 놀이할 때 내가 봐주는 눈빛과 반응은 아이에게 자신감으로 남게 되니까. 좋은 옷이나, 좋은 유치원도 좋지만, 그것이 나와 아이의 관계를 보장해주는 것이 아니니까.

좋은 것을 주고자 최선을 다하되 다른 것과 비교하며 흔들리지 않고 싶다.

나는 정말 중요한 것을 주고, 때때로 구분하여 주지 않는 엄마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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