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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북리더기 3개월 사용기 (단점편)

by 안철준

안녕하세요, 촌장입니다.


긴 추석 연휴 푹 쉬셨나요? 긴 휴식의 후유증을 이겨내는 게 쉽지 않죠? 일상의 패턴으로 빨리 돌아오시길 바라겠습니다.

지난 수요레터에서 이북리더기의 장점들에 대해서 정리해 드렸는데요. (이북리더기의 장점편 바로가기) 오늘 수요레터에서는 이북러더기를 3개월간 사용하면서 느꼈던 단점들을 한번 얘기해볼까 합니다. 아무리 편리하고 유용한 이북리더기라 하더라도 불편한 게 전혀 없지는 않죠. 완벽한 건 세상에 없는 법입니다. 먼저 이북리더기 자체의 단점들을 정리해 보고, 그리고 종이책에 대비 전자책의 한계들로 나눠서 말씀 드릴까 합니다.

먼저 이북리더기의 단점들을 한번 살펴볼까요?



1. 이북리더기의 단점들



느리다

요즘 최신 스마트폰은 예전의 PC보다 더 빠릿하고 성능이 훨씬 좋아졌습니다. 사실상의 상향 평준화가 이뤄졌다고나 할까요? 카메라의 해상도, 화면의 크기, 접을 수 있는 폴더폰인가, 아니면 얼마나 얇은가 등 여러 조건들에 따라서 스마트폰의 가격이나 모델의 성능 차이가 나기도 하지만, 저가 모델이라고 해도 사실 사용하는데 너무 느려서 못쓰겠다, 요즘은 그런 거 별로 없습니다. 다 빠르고 충분히 쓸만 합니다. 그런데 이런 스마트폰에 비해서 이북리더기는 참 답답합니다. 가장 큰 이유는 E-ink 방식 때문인데요. 빠릿하지 않는 이 기술 때문에 이북리더기는 상대적으로 더욱 느려 보입니다. 책을 읽는데는 그리 문제가 되는 수준은 아니지만, 다른 독서앱으로 이동한다던지 새로운 책을 로딩한다던지 하면 인내력이 제법 필요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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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화 문제

이북리더기는 WiFi가 없는 곳에선 다운받은 책만 오롯이 볼 수 있습니다. 모바일이 되는 이북리더기는 제가 아는 한 세상에 없습니다. 연결성이 제약된다는 것이 책읽기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분명히 유리한 측면도 있지만, 이북리더기를 사용하면서 동기화 관련 문제는 분명히 있습니다. 이북리더기를 끄고 나중에 다시 보거나 아니면, PC 나 핸드폰에서도 책읽기를 계속하고 싶을 때, 동기화가 제대로 안되면 가장 최근에 읽은 위치를 잃어버리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게 됩니다. 한 두번도 아니고 이게 계속 반복되다 보면 여간 짜증스러운 게 아닙니다. 물론 나는 전자책을 오롯이 이북리더기에서만 읽겠다 하면 크게 문제는 없습니다. 하지만 멀티 디바이스를 사용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게 전자책만의 장점인데, 종종 발생되는 동기화 이슈는 이북리더기의 한계 또는 문제점이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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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상

E-ink 의 특징 때문에 이북리더기의 배경에는 잔상이 남습니다. 화면 배경에 이전 글자나 이미지들의 흔적들이 남겨지는 건데, 이게 은근 신경이 쓸일 때가 있습니다. 독서에 그렇게 방해가 되지는 않지만 뭔가 좀 깔끔하지 않는 느낌은 어쩔 수 없습니다. 물론 설정을 통해 잔상이 덜 나타나도록 조절할 수는 있지만, 잔상을 없앨 때마다 화면 전체가 깜빡이게 됩니다. 이게 또 은근 독서에 방해가 되거든요. 안그래도 이북리더기가 느린데 책장을 넘길 때마다 깜빡임까지 있으면 독서 몰입에 상당히 방해가 됩니다. 그래서 적당히 가독성에 문제가 없을 정도로 잔상을 조절하는 선에서 타협하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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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사용하는 이북리더기의 화면을 찍은 겁니다. 이렇게 확대하니 많이 지저분해 보이긴 하는데, 실제로는 독서에 많이 신경쓰이진 않습니다.



2. 전자책의 단점들



지금까지 이북리더기를 제가 3개월 사용하면서 느꼈던 단점들을 정리해 봤습니다. 물론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저는 너무 만족하며 이북리더기를 사용하고 있기는 합니다. 독서라는 행위 자체에 포커스를 두고 이 기기의 태생을 생각해 보면 뭐 충분히 납득할만 한 부분들입니다. 사실 제가 생각하는 더 큰 문제는 이북리더기라는 기기의 한계가 아니라 전자책 자체의 제약 사항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종이책을 대체할 수 없는 어떤 경계가 분명히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몇 가지 내용들을 짚어볼까요?



책 고유의 맛

책은 활자 뿐 아니라 만듦새와 디자인도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책표지 뿐 아니라, 종이질, 폰트, 마감 등 종이책만이 가지고 있는 그 감성들은 전자책이 도저히 따라갈 수 없죠. 전자책은 책의 내용만을 콘텐츠로 편리하게 읽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뿐입니다. 종이를 넘기는 맛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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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부산 여행에서 들른 한 서점에서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20만부 양장 에디션을 샀습니다. 이 책은 이미 전자책으로 구입해서 읽었던 책이었거든요. 그런데도 이렇게 우아하게 재탄생한 책을 보니 이미 읽었던 내용이라 하더라도 구입하지 않을 수가 없더라구요. 멋진 책을 만나는 건 행복한 일입니다. 전자책에선 이런 가치를 느낄 수는 없죠.



그림이나 삽화

책의 내용에 그림이나 삽화가 많이 들어 있는 경우에는 꼭 종이책으로 읽어야 합니다. 해상도도 그러하고, 이북리더기에서는 책에 들어간 그림들을 제대로 감상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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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이북리더기로는 멋진 그림을 온전히 느끼기 어렵습니다. 더 큰 화면인 PC로 보면 이미지나 그림들이 더 잘 보이긴 하지만, 종이책과는 다릅니다. 아래 그림은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에 삽입된 그림입니다. 바로 이런 맛이죠. 그림과 글이 만나 독서의 경험을 배가 시켜줍니다. 진짜 멋지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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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와 줄긋기

사람마다 책읽기의 습관이 다릅니다. 책을 깨끗하게 읽는 분들도 있는 반면 저는 줄을 치고 메모를 남기고 뭔가 읽는 과정 속에서 저자와 대화를 나누는 편입니다. 책은 지저분해져야한다는 게 제 지론이죠. 그래서 집 책장에 꽂혀져 있는 책들은 중고서적으로 팔리기 좀 어렵습니다. 대부분 낙서와 줄긋기 메모로 깨끗한 상태가 아니니까요. 물론 전자책도 줄긋기 (하이라이트)와 메모 기능이 있습니다. 그나마 하이라이트 기능은 나름 쓸만한데, 전자책을 보면서 메모를 남기는 건 사실상 어렵습니다. 특히나 이북리더기의 느린 반응속도를 생각하면 책을 읽으며 전자책에 메모를 남기는 행위는 포기해야 합니다. 줄긋기 하이라이트도 겨우 가능한 정도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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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은 이후에 자신만의 기록과 메모들은 아주 소중한 자산입니다. 나중에 시간이 흘러 다시 책을 들춰볼 일이 있을 때 책 속에 들어있는 메모들과 기록들은 그 때 나의 생각들을 엿볼 수 있게 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기획은 2형식이다> 란 책의 한 부분입니다. 빼곡하게 저런 메모와 줄긋기가 가득차 있죠. 이렇게 자신만의 독서 경험들이 남겨진 책을 통해 과거의 나와 애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이런 경험은 종이책에서만 가능한 법이죠. 전자책은 이게 참 어렵습니다.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쏜다

어떤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주욱 읽어나가야 하는 반면 어떤 종류의 책은 목차를 보면서 흥미로운 챕터로 바로 넘어 갔다가 다시 다른 챕터로 넘어가고 뒤에서 앞쪽으로 읽기도 하고, 중간 중간 스킵을 하며 읽기도 합니다.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야만 하는 숙제가 아닙니다. 나에게 필요하고 나에게 더 와 닿는 메시지를 책을 통해 습득하는 게 독서의 더 큰 목적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종이책은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는 독서법이 가능합니다. 반면 전자책은 이런 형태의 독서 방법이 불편합니다. 목차를 보면서 바로가기는 가능하지만, 그건 뭔가 좀 답답합니다. 책의 전체를 조망하는 독서 경험이란 측면에서 전자책과 종이책은 다른 것 같아요.




그래도 이북리더기는 좋은 선택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전자책, 그리고 이북리더기를 사랑하고 애용하고 있습니다. 독서 시간의 대략 70%는 이북리더기로 독서를 하고, 10~15% 정도는 스마트폰이나 PC로 읽고, 나머지 20% 정도는 종이책을 읽습니다. 이북리더기는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고, 특히나 목디스크 때문에 독서의 경험에 제약이 있는 저같은 사람에겐 더할나위 없이 소중한 책의 매개체 입니다. 잠자리에 들기 전 짧은 소설이나 평소 아껴서 천천히 음미하고 싶은 책들을 읽는 시간은 저에게 참 행복한 시간입니다. 그럼에도 종이책을 읽은 경우는 전자책이 주지 못하는 감성과 느낌을 가진 가진 종류의 책들인 경우가 많습니다. 책의 디자인과 만듦새가 독특하거나 아름다운 책들이나 삽화와 그림들이 곳곳에 들어가 있어 책읽는 재미를 깊게 더 느낄 수 있는 종류의 것들은 종이책으로 읽어야 합니다.


참, 지난 번 이북리더기 글에서 제가 사용한 이북리더기 모델명을 알려달라는 요청이 있으셨어요. 저는 이노스페이스원의 루나 X2 6인치 모델을 사용합니다. 화면은 좀 작아도 한손에 쏙 들어오는 가벼운 제품이 저에겐 필요했고, 6인치 모델의 작은 화면이라서 해상도는 상대적으로 좋은 녀석으로 선택했습니다. 여러 독서 애플리케이션들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특정 플랫폼에서 출시한 제품은 제외했고, 그래도 한국 기업에서 만든 제품이 신뢰성이 갔습니다. 제 선택은 이거였지만, 하지만 찾아보시면 여러 좋은 대안들도 많으니 자신의 목적에 맞는 이북리더기를 선택하시는 게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른 건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북리더기에서 백라이트 조명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싸다고 백라이트 조명 없는 걸 사시면 금방 후회하게 될테니 조명만은 꼭 있는 것으로 구입하시길 바라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없지만 페이지 넘김을 위한 물리 버튼도 아주 편리하다고 하더군요. 사이즈가 좀 큰 모델의 경우 물리버튼이 있는 종류도 많은데, 이건 터치보다 확실히 편리합니다. 참고해 주시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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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장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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