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AI 거품론이 맞는 5가지 이유

by 안철준

안녕하세요, 촌장입니다.


요즘 경제, 기술, 투자 분야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AI 거품론입니다.

경제 칼럼, 증권사 리포트, 글로벌 투자자 인터뷰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고 “AI 버블이 터지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등장합니다.

AI 도입을 준비 중인 기업들도, 직접 AI 인프라에 투자하는 기업들도 똑같은 걱정을 합니다.


“이거… 혹시 너무 앞서 간 건 아닐까?”
“우리 조직도 AI에 베팅해야 하는데, 지금 이 숫자들이 정상 범위가 맞을까?”



_upload_1763485715.png?u=1763485718




AI 거품론에는 다 이유가 있다


걱정이 커지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최근 AI 인프라 투자의 규모가 그야말로 역대급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OpenAI–SoftBank–Oracle이 함께 추진 중인 초대형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Stargate’는 총 1000억 달러(약 140조 원) 투자가 예상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엔비디아 역시 AI 칩 생산 확대를 위해 수백억 달러 규모의 CAPEX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전 세계 데이터센터 신규 건설 투자 규모도 올해만 4천억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기업들이 “이게 정말 지속 가능한 투자일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니죠.

그래서 이번 수요레터에서는 요즘 시장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이 이슈 AI 거품론이 진짜일 가능성이 높은 5가지 이유를 찾아서 정리해 보려 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AI 거품론은 아니라는 쪽에 배팅을 걸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음 주 수요레터 주제는 AI 거품론이 거짓일 가능성이 높은 5가지 이유 란 내용으로도 살펴볼 예정인데요.

어떤 의견이 더 합리적으로 느끼는지는 여러분의 몫입니다.

일단 이번 주는 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 첫째, 천문학적인 묻지마 투자


거대한 자본이 AI 인프라와 플랫폼에 몰리고 있습니다.

예컨대 2025년 한 해에 Amazon, Microsoft, Google, Meta 등 주요 기술 기업들이 AI 인프라 확대를 위해 30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엔트로픽은 미국 내 AI 인프라 구축을 위해 500 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발표했습니다.

이처럼 인프라 투자가 대형 기술기업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기술에 대한 기대감이 매우 크다는 뜻이긴 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지금 이미 미래 수익을 앞당겨 가격·가치에 반영했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습니다.

투자자와 기업이 ‘미래 수익’의 가치를 너무 크게 잡고 지금 현재의 밸류에이션에 반영했다면, 그 기대가 깨졌을 때 엄청난 조정에 직면할 수 있겠죠.

이처럼 엄청난 자본이 AI로 빨려 들어가 있는 현상을 보면 버블의 가능성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테크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AI 경쟁에서 한번 뒤쳐지면 영원히 따라잡을 수 없을거라는 두려움 때문에 이러한 투자를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말하기도 합니다.

사실 애플의 경우, AI 경쟁력에서 많이 뒤쳐졌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아무리 자금이 넘쳐나도 한번 뒤쳐진 기술을 따라잡는 게 그리 녹녹치 않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죠.

그러니 두려운 겁니다. 투자하지 않고 망하기보다는 투자하고 망하는 편을 선택한다 그런 도박인가요?

결국 이렇게 AI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기대와는 다른 결과에 이를 수 있고, 그런 격차가 거품으로 터질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AI 거품론을 주장하는 이들의 생각입니다.




� 둘째, 오픈AI도 돈벌기 어렵다


기술의 발전 속도는 빠르지만 실제 비즈니스 수익으로 이어지는 속도는 상대적으로 느리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AI 시대를 선도한 오픈AI는 어떨까요? 오픈AI의 기업가치는 5,000억 달러 (약 700조원) 규모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매출은 어떨까요?

오픈AI는 2025년 상반기 매출이 약 43억 달러로 보고되고 있는데, 이는 기업 가치의 2%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입니다.

그런데 같은 기간 연구개발비(R&D)로 약 67억 달러를 지출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앞으로가 더 문제인데요.

2030년까지 매출 2,000억 달러 (약 280조원)을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서버 비용만 누적으로 4,500억 달러 (약 633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됩니다.

AI로 가장 잘 나간다는 회사의 실제 성적표가 이렇다며 다른 기업들은 AI로 과연 수익을 낼 수는 있을까요?

이처럼 대규모 투자가 이미 이뤄지고 있지만, 실제 수익화 및 사업 적용 속도가 기대만큼 빠르지 않다는 점이 ‘거품 가능성’의 한 축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 셋째, 운영비용이 더 많이 든다


AI가 진짜로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단지 모델을 개발하는 것뿐 아니라, 대용량 데이터 확보·저장, 고성능 칩셋 확보, 막대한 전력 소비, 냉각 및 데이터센터 운영, 유지보수 등이 필수적입니다.

2025년 AI 인프라 시장 참여 기업 160여 개를 분석한 결과, 한해에 250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었는데, 막상 이 기업들의 AI 운영비용이 초기 개발비용 대비 50~200%까지 추가로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AI 운영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는 거죠.

AI 데이터 센터는 '전기 먹는 하마'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현재 전 세계 전력 소비량의 1.5%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데, 향후 그 증가속도는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나 AI 서비스에 사용되는 고성능 GPU 등의 효율이 일반 서버보다 훨씬 많은 전력을 사용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향후 심각한 전력 수급에 직면할 수도 있습니다.

이미 미국 주요 지역의 경우, AI 데이터 센터의 전력 소모 등으로 인해 평균 전기 요금이 8%에서 25%까지 인상될 것으로 예측되기도 합니다.

사실 전력 수급은 금방 해결될 수 있는 인프라가 아니죠.

AI 운영을 위해서 지속해서 증가되어야 하는 운영 비용의 불합리적 구조 때문에 AI 혁신이 과연 지속가능한 기술인가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는 이들도 있습니다.

이런 AI 인프라의 문제점은 결국 AI 산업 성장의 한계를 가져올 것이고, 이에 대한 불안 심리는 지금의 AI 거품론의 기저에 깔린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 넷째, AI 도입의 장벽들이 높다


AI 기술 자체는 화려하게 발전하고 있지만, 실제로 조직 안에 적용되는 속도는 기술 발전 속도보다 훨씬 느리다는 것이 여러 조사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납니다.

예를 들어 Gartner는 “AI 프로젝트의 70% 이상이 PoC 단계에서 멈추고 상용화로 이어지지 못한다”고 밝혔습니다.

기술은 만들어졌지만 업무 프로세스에 녹아들지 못해 실질적 가치 창출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의미죠.

또한 MIT Sloan과 BCG가 함께 발표한 보고서에서는 매우 흥미로운 결과가 등장하는데요.


기업의 80%가 AI 전략을 발표했다고 답했지만
실제로 “조직 전체 프로세스에 AI를 통합하고 있다”고 답한 기업은 13%에 불과했습니다.


즉, 대부분의 기업은 AI를 “도입 중”이라고 말하지만, 그 도입 대부분이 조직 깊숙이 들어간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조직 변화관리(Change Management) 역시 기업의 AI 도입의 큰 장벽이 되고 있습니다.

PwC는 “AI 도입 실패 기업의 41%가 기술 문제가 아닌 ‘조직·문화적 문제’가 원인이었다”고 발표하기도 했는데요.

미국의 한 금융기관은 사내 문서 처리 자동화를 위해 LLM 기반 시스템을 구축했지만, 아래의 문제점에 직면하게 됩니다.


기존 프로세스를 그대로 둔 채 AI만 얹는 방식으로 접근했고
임직원 교육도 불충분했으며
데이터 정합성 문제가 발견되자
결국 초기 투자 대비 실제 업무 자동화 비율이 예상의 20% 수준에 그쳤다고 밝혔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신뢰·보안·품질 이슈입니다.

Deloitte는 2025년 기업 AI 도입 장애 요인 조사에서 관련된 항목들을 AI 확산의 가장 큰 장애물로 꼽기도 했습니다.

구체적인 수치를 보면


48%가 “데이터 품질 부족”,
45%가 “AI 결과의 신뢰성 문제”,
40%가 “보안 및 규제 리스크 증가”


실제 기업의 현장에 AI 도입의 구체적인 장벽들이 존재하는 한, 놀라운 AI 기술이 산업과 비즈니스 현장에 녹아드는 것은 또 다른 풀어야할 과제이기도 합니다.

이런 도입의 허들이 앞으로도 오랜간 존재할 수 밖에 없다면, AI의 거품론은 보다 구체적인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겠죠.




� 다섯째, 과거의 기술거품과 비슷해 보인다


골드만 삭스는 AI 관련 기업들의 밸류에이션이 이미 ‘미래 수익을 상당히 선반영’한 상태라고 분석하기도 합니다.

특히 ‘Apollo Global Management’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토르스텐 슬륵은 2025년 중반 기준으로 “AI 붐이 1990년대 IT 버블보다 더 크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2025년 1분기 세계 AI 스타트업은 약 731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이는 전체 벤처캐피털 투자 중 약 58%에 해당한다는 보고가 나왔습니다.

과거 닷컴버블의 정점이던 2000년 당시 나스닥100지수의 선행 P/E(주가수익비율)가 약 60배까지 치솟았던 반면, 현재 주요 AI 기업들의 평균 2년 선행 P/E는 약 26배 수준이라는 비교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 가치가 매출이나 이익 창출 속도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존재하죠.

어떤 AI 스타트업의 경우 매출이 수백만 달러 수준인데 수십억 달러 밸류에이션을 얻는 경우가 보고되면서 AI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되고 있는 게 맞는지 반성의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이처럼 밸류에이션이 과거 흐름과 유사한 경로를 보이면서 ‘언젠가 실적이 따라야 한다’는 기대가 이미 가격에 반영돼 있다는 판단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밸류에이션이 너무 앞서있다면, 기대가 실현되지 않을 때 조정이 클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합니다.

이게 바로 버블이죠.




숫자들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지금까지 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AI 거품론을 주장하는 의견들을 듣고 있노라면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특히나 AI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일단 투자부터 해야한다는 압박감이 테크 기업들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인정되는 분위기는 맞는 것 같아요.

AI는 분명히 거대한 혁신의 물결이긴 하지만, 세상의 모든 길이 AI로만 열려있는 것은 아닐텐데 말이죠.

아무튼 지금은 그렇습니다. 동안 워낙 급격한 랠리 때문에 증시도 피곤함을 호소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엔비디아의 주식도 예전같지 않습니다.

요즘 증시나 경제 뉴스를 보면 AI 거품론을 주장하는 이들의 목소리에 분명 나름의 이유는 있다고 보여집니다.

투자도 투자이지만, AI가 비즈니스에 얼마나 구체적으로 적용될 수 있느냐도 중요한 문제이죠.

각 기업들이 AI를 통해 혁신을 추구하고자 할 때 보다 가시적인 성과지표를 확인하고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변화가 도래해야만 진정한 AI 혁신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다음 주는 AI 거품론이 아닌 5가지 이유!

지금은 AI 거품론이 크게 회자되고 있지만, 동시에 “거품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의견 역시 강력한 힘을 얻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음 주 수요레터에서는 AI 거품론이 아닌 5가지 이유, 즉 AI가 ‘지속 가능한 혁신’으로 평가받는 근거들을 주제로 이어가 보겠습니다.



다음 칼럼에서 뵙겠습니다.

촌장 드림.




keyword
작가의 이전글아주 쓸만한 나만의 메모 방법들 (2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