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라는데, 내가 엄마라는데
에어백이 터지고, 아이가 우는 소리에 아이를 먼저 달래면서 보험사에 전화를 했다. 금세 경찰이 도착해서 사고 현장을 수습하고, 보험사에서도 이후 절차를 안내해 주었다. 초록불에 급하게 출발한 내 차와 좌회전 차량이 충돌한 사고였다. 다행히 아이가 앉은 쪽의 반대쪽으로 충돌해서 나도, 아이도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차는 견인이 필요할 정도로 파손되었다.
“아이 상태는 괜찮으세요? 가까운 병원은 한번 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구급차를 부를 정도는 아니었기에, 차량은 보험사에 맡겨두고 어차피 병원을 가던 중이었으니 길가의 택시를 잡아타고 병원으로 갔다. 놀란 아이는 울다 지쳐 내 품에서 잠이 들었고, 이미 건강검진 예약시간은 훌쩍 늦어버렸지만 일단 병원으로 가보기로 했다.
뻘건 눈을 하고 잠이 든 아이를 안고 택시 뒷자리에 앉자 눈물이 핑 돈다.
대체 왜…. 나는 왜….
아이가 다치기라도 했으면 어쩔 뻔했나 생각하니 몸서리가 쳐진다. 순간 그 문자에 답장하는 게 뭐라고 이 사달을 내었나. 분명 그때 또 답장을 하지 않았으면 답장하는 것 자체를 깜빡하고 내일 면접 갈 때까지도 잊고 있었을 거라 생각하니 스스로가 더욱 혐오스러웠다. 뭐가 이렇게 다 엉망진창인 건지. 내 품 안에서 잠이든 이 작은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에 눈물이 난다.
엄마라는데, 내가 엄마라는데.
왜 이런 엄마라서 나도, 너도 힘들게만 하는 걸까.
예약시간보다 한참을 늦게 병원에 도착했지만, 사고가 났었다고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아이 상태도 봐야 할 테니 일반 진료 접수하고 건강검진도 같이 진행해 주겠다고 말해준다. 다만 대기 시간이 조금 길어서 더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아직 잠이 깨지 않은 아이를 대기실 소파에 눕혀두고 간호사가 준 문진표를 작성한다.
- 어떤 활동을 끝까지 마치기 어려워하나요?
- 지시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어렵고, 쉽게 산만해지나요?
- 다른 자극(소리, 화면 등)에 쉽게 주의를 빼앗기나요?
- 물건을 자주 잃어버리거나, 잊어버리는 일이 많은가요?
- 화를 잘 내고, 감정을 조절하기 어려워 하나요?
아이를 생각하며 문진표를 작성하다 멈칫하게 된다.
이건… 아이의 얘기가 아니라, 나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나는 늘 이렇다.
* 현재 연재 중인 이 글들은 상상으로 만들어진 창작소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