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2.08일
어떤 사람의 남자친구는 그 어떤 사람을 만나면 늘 손을 닦아주었대
정성스럽고, 사랑스럽게. 그리고 기쁜 맘으로.
한두 번 그러다 말겠지 했는데, 그렇게 늘 손을 닦아주더래.
그래서 하루는 물어봤데. 왜 그렇게 손을 닦아주냐고,
그랬더니 자기의 옛날 여자친구가 그렇게 자기 손을 닦아주었다고.
그리고 그 여자친구의 전 남자친구가 그 여자친구의 손을 닦아주고,
그 여자친구의 전남자친구의 여자친구가 그 남자친구의 손을 닦아주고.
그리고는 말했어. 꼭 그렇다고 해서 내가 너보고 다른 사람을 만나면
꼭 이렇게 그 사람의 손을 닦아주라는 것은 아니라고.
자기 손을 닦아주던 여자친구도 그런 맘으로 해준 것은 아닐 거라고.
단지 그 누군가에게서 받은 무언가를 충분히 흘려보낼 뿐이라고.
우리가 살면서 때로는 내가 준 만큼 받지 못할 때가 더 많지만,
그래도 내가 받지 못한 것을 그 사람이 어떤 사람에게 조금 더 줄 것이고,
그렇게 자꾸자꾸 번지다 보면, 너에게 더 많이 베풀고,
더 많이 너를 아껴주는 사람이 나오지 않을까?
아무튼, 얼굴만 보고 그 사람을 평가하는 일은
정준하를 이름만 보고 멋있다고 평가하는 일과 비슷한 거야. -_-
편견을 버리라고! (물론, 정준하는 요새 신랑감 후보 1위란다. 멋있을 수도 있단 소리지만)
아후. 졸려. 또 잠에 취해서 ★소릴 다하고 가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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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살의 첫 크리스마스
우연히 신촌에서 정말 잘생긴 남자를 본 적이 있었다.
당시 남자친구가 없던 나에게 주변에선 고백을 해보라고 푸시를 했고,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누군가에게 내 전화번호를 전달했던 거 같다.
신촌의 고깃집 아르바이트생에 한눈에 반한 풋풋한 대학 새내기 여대생은
설레며 답장을 기다렸고, 그날 저녁쯤 그에게서 답장이 왔다.
아마 평소의 나였다면 그런 미친 짓은 하지 않았겠지만,
그땐 어렸고, 그 어린 나를 부축이던 사람들이 영향이 컸던 것 같다.
내가 전달한 연락처는 그에게 닿지 못했다.
아니 전달했는데 그가 버렸는지, 아니면 중간에 누가 가로챘는지
그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이 그 남자인 척 나와 연락을 하다가
일주일 정도 지나서 그가 핸드폰을 잃어버리면서 결국 진실이 밝혀졌다.
얼굴도 모르는 그 남자는 내가 마음에 들어서 그랬다고 변명했지만
나는 나를 속이고 거짓말을 한 그 남자의 이야기는 듣고 싶지 않았다.
나는 나의 어리석음을 후회했다.
바보 같았던 경험담을 적어놓은 글 뒤에 누군가 들려준 이야기.
내가 받은 사랑을 누군가에게 흘려가고
그 사랑은 또 다른 누군가에게로 흘러가
세상을 돌고 돌아 흐르다 보면
언젠가 또 나에게도 다시 돌아오는 날이 있을 거라고
그때는 믿기지 않았지만
그렇게 내 사랑도 세상을 돌고 돌아
다시 나에게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