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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자 Sep 23. 2016

독일 흑맥주에서 산장의 나물밥상까지

구례와 남해에서 만난 음식들

늦더위가 기승이던 9월의 초입. 구례와 남해로 여행을 다녀왔다. 가을의 정취를 느끼고 싶어 떠난 여행에서 더위를 먹을 뻔했지만, 모처럼 넓은 하늘과 바다, 들판을 보면서 가슴이 뻥 뚫리는 듯했다. 구례와 남해로 이어지는 남도 여행길에 들른 식당들을 간략하게 정리해봤다.


구례 부부식당

전남 구례군 구례읍 봉동리 298-34


구례의 대표적인 맛집이다. 구례를 방문할 때마다 들러서 한 끼 식사를 하고 있다. 주 메뉴는 다슬기 수제비. 주문을 하면 여섯 가지 반찬이 깔리고 다슬기가 듬뿍 들어간 수제비가 나온다. 반찬들은 집에서도 흔하게 먹는 것들이지만 맛이 좋다. 다슬기 수제비에는 고추가 들어가 살짝 칼칼한 맛이 난다. 함께 나오는 밥을 말아먹으면 한 끼 식사로 이만한 것이 없다. 평일 오후 한적한 시간에 찾아간 덕분에 편하게 먹을 수 있어 더욱 좋았다.

구례 부부식당의 다슬기 수제비

구례 목화식당

전남 구례군 구례읍 봉동리 481-5


앞서 소개한 부부식당과 공영주차장을 공유한다. 한 걸음 너머에 맛집이 붙어 있는 셈이다. 메뉴는 소내장탕 하나다. 맑은 국물에 잘 손질된 소내장이 가득 나온다. 시원한 국물의 맛이 좋다. 평일 저녁에 방문했더니 손님이 많지 않아 한가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소주를 한 병 시켜 반주 삼아 곁들였다. 함께 나오는 부추를 넣으면 감칠맛이 더해진다. 다양한 종류의 소내장이 듬뿍 들어 있어 건져먹는 재미가 있다. 아침에 해장으로도 좋고, 저녁에 술안주로도 좋은 음식이다.

구례 목화식당의 소내장탕

남해 금산산장

경남 남해군 상주면 상주리 2065


남해 금산은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속하는 해발고도 681m의 산이다. 금산 정상 부근에는 보리암이 있어 많은 사람이 찾는다. 보리암에서 10여분 정도 걸으면 금산산장이 나온다. 절벽에 면한 금산산장은 오래 전부터 풍류를 즐기는 여행객들 사이에 잘 알려져 있었다. 금산산장에서의 일박은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였다. 산장에서 먹은 정식은 맛을 떠나서 분위기 만으로도 지금까지의 모든 여행지에서의 식사를 압도했다. 산나물로 차려진 반찬과 조개가 듬뿍 들어간 된장국도 좋았다. 주인할머니가 직접 담그는 동동주도 분위기 덕분인지 나쁘지 않게 느껴졌다. 정식은 1인당 8000원, 동동주는 한 통에 1만원이다. 정말 단연 최고의 맛이었다.

남해 금산산장의 정식

남해 삼현식당

경남 남해군 미조면 미조리 168-8


금산산장에서 하루를 보내고 미조항으로 향했다. 멸치로 유명한 남해답게 곳곳에 멸치쌈밥 맛집이 있는데 미조항에서는 삼현식당이 괜찮다는 지인의 추천을 받았다. 멸치회와 멸치조림, 갈치구이, 조개탕을 함께 먹을 수 있는 코스 메뉴가 1인분에 1만5000원이어서 아침부터 2인분을 주문하고 맥주를 곁들여 먹었다. 금산을 내려오면서 땀을 흘린 탓인지 아침부터 알코올이 당겼다. 조개탕은 바지락이 듬뿍 들어 있는데 시원한 국물이 절로 술을 불렀다. 빨간 양념으로 무친 멸치회는 맛이 산뜻했고, 상추에 싸 먹는 멸치조림은 식사로 제격이었다. 아침 식사로 부담스러울 수 있는 양이었는데도 한상을 모두 비웠다. 

삼현식당의 멸치회

남해 쿤스트라운지

경남 남해군 삼동면 독일로 34


남해 독일마을의 핫플레이스라는 곳이다. 해양수산부가 선정한 아름다운 어촌마을인 물건항과 남해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뷰를 자랑한다. 낮에는 사람이 붐벼 저녁식사를 하고 늦은 밤에 찾았다. 어둠이 내려앉은 바다를 보며 시원한 생맥주를 마셨다. 서울에서도 만나기 쉽지 않은 독일 생맥주들이 제법 관리도 잘 되어 있다. 독일마을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곳이었다. 

쿤스트라운지의 흑맥주 쾨스트리쳐. 사진은 함께 여행한 브런치 유명 여행 작가 정욱님이 찍었다.

남해 카페 그리다

경남 남해군 삼동면 물건리 250-4


독일마을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바다가 보이는 한적한 카페다. 독일마을에는 아침식사를 제대로 할 수 있는 곳이 마땅치 않았는데, 이 곳에서 훌륭한 브런치를 맛볼 수 있었다. 카페 그리다의 브런치 메뉴는 빵과 삶은 달걀, 그리고 여러 종류의 소시지로 이뤄져 있다. 빵에 버터를 바르고 그 위에 얇게 썬 소시지를 올려 먹으면 든든한 한 끼 식사가 된다. 독일마을의 다른 곳에서 파는 소시지보다 훨씬 만족도가 높았다. 멀리 보이는 파란 바다를 바라보며 먹는 독일식 아침식사였다.

카페 그리다의 브런치 메뉴. 조금 먹다가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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