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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철 Dec 01. 2016

#09 <휴식>

토요일 오전 10시의 의미

토요일 오전 10시. 나에게 의식과도 같은 시간이다. 예전에 류승범과 공효진이 연인관계로 있을 때 한 인터뷰가 기억난다. 오전에 커피를 마시며 데이트를 했다는 그들. 당시 커피를 마시는 시간은 오후 늦게라는 생각이 있어서, 왠지 모를 아침의 여유로움이 주는 풍경이 평온해 보였다. 마치 힐링 영화의 한 장면과도 같은 풍경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01 | 난 토요일 오전 10시를 위해 산다

 

토요일 오전 10시는 주말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늦잠에 빠져 있거나, 간신히 눈을 비비고 멍하니 침대 끝을 바라보는 시간일 테지. 주말에 출근을 해도 이 시간에는 꼭 커피숍을 찾아 좋은 음악을 들으며 여유가 있으면 가져온 책 몇 장 넘겨 본다. 하고 싶은 일도 적기도 하고, 지난 일을 반성도 하고. 종교적 의식 같은 토요일 오전 10시의 모든 행위들. 집 근처 찾아간 카페에 앉아 그윽한 커피 향기와 빈 테이블과 의자 사이 빈 공간을 느린 음악이 채우면 세상을 다 가진 듯 평온함이 몰려온다. 이 시간에 나는 비로소 '주인'이 된다. 내 휴식은 그 시간 속에 있다.



02 | 일상 속 휴식을 취하는 방법

 

꼭 여행만이 휴식의 유일한 방법일까? 우리 부모세대는 휴가철이 되면 꼭 어디든 데리고 일단 나갔다. 그래야 뭔가 휴식을 취한 느낌을 주었다. 퇴근 이후의 삶이 그리 풍족하지 못했던 시절. 집을 벗어나면 휴식이었다. 그렇다고 현재 우리는 다른가. 그래도 해외 한 번 다녀와야 뭔가 제대로 쉰 거 같다. 휴가 때 집에만 있으면 억울하다. 사실 여행은 전후로 너무 피곤하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그랬다. 여유도 많이 없었고. 모두가 그러겠지만 내 20대 순간순간은 치열했다. 주말이 와도 쉬지 않고 공부에 매달렸다. 그런 나를 보며 한 후배가 그랬다.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쉬어도 된다고. 하루 종일 게임하고 TV만 봐도 된다고. 너무 치열하게 살지 말라고. 난 다시 되물었다. 다들 그래? 곧바로 대답이 돌아왔다. '응'. 그렇게 하루를 무의미하게 보낸 듯해도 월요일을 시작할 수 있는 에너지를 생성하고 채우는 각자의 방법이라고. 그리고 괜찮다고. 어차피 휴식은 내가 편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맞다. 그 말이 다 맞다.

다만 난 일주일에 한 번 찾아오면 소중한 시간을 잠으로 채우는 건 성격과 맞지 않았다. 그래서 타협을 했다. 집 근처 밖으로 한 발짝 나가자. 찾아간 곳은 카페였다. 처음엔 혼자 카페에 앉아 있는 순간이 너무 어색했다. 남자 혼자. 커피숍에. 주말 아침에. 왜? 나름 익숙해질 무렵 조조 영화도 보고 브런치도 먹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더해 평일 퇴근 후에는 집에 들어가기 전 잠시 카페에 들러 나만의 '토요일 오전 10시'를 즐겼다. 때론 사진을 찍으러 차를 타고 밖에 나가기도 하고, 악기도 연주해서 녹음도 해본다. 먹고 싶은 요리 레시피를 찾아 프린트해놓고 정성스레 한 끼 밥상을 차려 먹는다. 30대가 되고 인간관계가 비즈니스가 되어버린 이상 일상 속 휴식을 통해 내 에너지는 스스로 생성하는 방법을 택했다. 그렇다. 일상을 조금 벗어나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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