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일 : 불편한 식당

막국수를 먹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by 몽상가 J

오늘은 오전부터 바삐 움직여야 하는 하루였다. 부모님과 중요한 일을 처리해야 하는 날이었는데, 12시가 되기 전에 일이 끝났고, 덕분에 홀가분한 마음으로 맛있는 점심을 먹으러 이동했다. 최근에 앓아누웠을 때 비빔장이 들어간 국수가 너무 먹고 싶었는데, 마침 막국수 맛집이 근처에 있어서 아쉬운 대로 비빔막국수를 먹으러 갔다.


12시를 조금 넘긴 시간. 식당 안에는 꽤 많은 손님들이 앉아 있었다. 약 여섯 테이블 정도가 채워져 있었는데, 묘하게 조용한 분위기라 큰 소리로 대화를 나누는 것조차 눈치가 보였다. 각자 막국수를 하나씩 시키고 수육까지 주문을 하자 마시는 육수(?)가 나왔다. 그런데 너무 미지근해서 마시자마자 속이 느끼해져 버렸다. 아빠는 이건 아니라는 표정을 지으며 따뜻한 육수로 바꿔달라고 요청했다. 주인 포스로 서빙을 해주시던 아주머니는 한 템포 쉬었다가 주전자를 홱 채갔다. 뭔가 기분이 나쁜 표시 같았지만 우리는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아빠는 조용히 '주인이 바뀐 거 같아'라는 말만 남길뿐이었다.


그렇게 수육이 먼저 나왔는데 가격에 비해 양이 너무 볼품없을 정도로 적었다. 그러나 이것까지 왜 양이 적냐고 따지기에는 그 식당은 너무 고요했고, 아주머니의 심기를 건드릴 자신이 없었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었다면 따졌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고기에 큰 관심이 없어서 넘긴 것도 있음) 그런데 그때 앞쪽 테이블의 남자 손님 두 분이 왜 이렇게 막국수가 안 나오냐고 볼멘소리를 하셨다. 그러자 아주머니는,


"지금 차례차례 드리고 있잖아요. 기다리세요! 늦는 게 아니라 되는 대로 드리는 거예요!"


라며 욱하는 마음을 섞어 샤우팅을 하셨다. 아저씨 중 한 분이 인상을 찌푸리며 한 마디를 할까 하는 모습이 보였지만 곧바로 참는 게 느껴졌다. 아주머니의 상태가 굉장히 예민하다는 걸 느끼며 그 사이 나온 막국수를 먹고 있었다. 몇 테이블이 자리를 떴으나 아주머니는 테이블을 치울 여유가 없으셨는지 한참 동안 테이블 위에 그릇이 남아 있었다. 그때 새로운 손님이 들어왔고, 여러 자리 중 창가에 앉고 싶었던 그들은 아직 치워지지 않은 그릇을 보았지만 금방 치워주겠지라는 마음으로 자리에 앉으려 했다. 그때 샤우팅에 진심인 아주머니가 또 한 번 소리쳤다.


"빈자리에 앉으세요! 저희 지금 치울 시간 없어요. 그러니까 안 치운 자리 말고 빈자리 찾아 앉으세요!"


손님들은 어안이 벙벙한 상태로 빈자리를 찾아 앉았다. 샤우팅을 하면서 한자리의 빈 그릇을 치우셨는데 그 시간에 이미 앉은 자리의 그릇을 치워주셨어도 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바쁜 식당의 경우 가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들이 있다. 하지만 잘 되는 가게일수록 친절함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아주머니 말고 딸도 있었는데, 가게가 충분히 바쁜 걸 알면서도 그분은 서빙에는 절대 손을 대지 않기로 약속한 사람처럼 나 몰라라 하고 있었다. 그 시간에 테이블을 치우든, 주방에서 일손을 도왔더라면 손님들의 불편한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제 동사무소에 갔을 때도 정말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서류 하나 떼는데 20분을 기다렸다. 그런데 총 네 개의 창구 중 두 개의 창구만 오픈해놓고 다른 공무원들은 모여서 수다를 떨고 있었다. 그곳만의 룰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만약 내가 시간에 쫓기는 상황이었다면 왜 나머지 두 개의 창구는 열지 않느냐고 한 마디를 했을 것이다.)


손님이 왕이라는 게 아니다. 나는 오늘 이 가게에서 직접적으로 쓴소리를 들은 건 아니지만 밥을 먹으면서 불쾌한 기분과 불편한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아주머니의 심기를 건드리면 안 될 것처럼 조심해야 하는 분위기 속에서 밥을 먹었다. 덕분에 맛있게 먹지도 못했고, 먹은 막국수가 소화되지 않는 답답한 시간으로 이어졌다. 내 돈 내고 먹는 음식을 이토록 불편하게 먹어야 한다니, 다시는 그 가게에 가지 않을 것이다. 다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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