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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거북서점 30화

Master Eye

by 오프리

다음 날 아침, 리안은 아직 여명이 가시지 않은 시각에 일찍 눈을 떴다. 거북서점의 푸른 지붕 아래 맞이하는 첫새벽, 오늘 하루만 지나면, 리안의 진실된 두 번째 항해가 시작된다.

창밖은 고요했지만, 마음은 잔잔한 파도처럼 출렁였다. 리안은 머리칼에 거북 핀을 꽂고, 거실 한쪽의 투명 아크릴 통을 바라보았다. 통 안은 깨끗하게 비어 있었다. 리안은 그 빈 공간을 응시하며, 바닷가에서 놓아주었던 태평양, 인도양, 대서양 거북이 세 자매를 떠올렸다.

느리기에 오래 살아남는 존재이자, 잘 버티는 삶의 증거. 그들이 남긴 흔적은 거북서점이 세상에 던지는 본질적인 질문이었다. 리안은 거북이 세 자매가 본연의 방식으로 평화로운 항로를 찾아 느릿한 확신으로 파도를 타던 모습을 떠올리며, 마음속으로 그들의 여정이 무사히 이어지기를 간절히 응원했다.


리안은 따뜻한 귤차 한 잔을 들고, 은은한 아침 햇살이 스며든 서점 안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한쪽 구석의 작고 고요한 공간, 포장이 풀리지 않은 박스 속 활자들이 이제 곧 세상과 마주할 운명을 예감하며 숨을 죽이고 있었다. 리안은 그 소박한 공간을 응시했다. 무작정 채우지 않겠다는 결심, 가장 느린 방식으로 ‘리안의 시간’을 새겨 넣겠다는 단단한 약속이 숨결에 스며 있었다.


리안은 서점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섰다. 밤새 서늘해진 바람이 뺨을 스치고, 새 푸른 지붕 위로 가느다란 빛줄기가 살며시 스며들어 은빛 물결로 일렁였다. 저 멀리 수평선의 파도가 솟았다가 잔잔히 해변으로 밀려오기를 반복했다. 리안은 문득 깨달았다.


‘고요히 숨 쉬는 바다도, 끊임없이 파도를 만들어낸다. 그래, 파도는 피할 수 없다. 서핑하듯, 헤엄치듯... 그 리듬을 타는 거야. 나만의 방식대로, 나의 바다를 향해서...’


파도의 끝자락에서, 고요한 바다의 잔물결이 스며들듯 퍼졌다.

내일, 거북서점의 문이 열리는 순간, 멈춤이 허락되지 않는 세상 속에서도 고독하게 건져 올린 느림의 소명과 치유의 시간이 마침내 세상과 만나게 될 것이다.


가장 느리게, 그러나 가장 멀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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