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보기 싫다
#폭삭속았수다 #나는보기싫다
하도 많이 떠들어대고 스포도 많이 나와서 대충 내용은 알겠는데
잘 만들어진 드라마이고 감동적인 드라마인 것도 알겠는데
나는 그 드라마 보기 싫다.
그러면 누군가는 나를 욕할 것 같아서
작정하고 드라마 욕하냐고 대들 것 같아서
변명처럼 한 마디 한다.
우리 집 애순이 그러니까 우리 엄마.
요즘 들어 자꾸 하사는 얘기가 있다.
어릴 때 부모님이 산골짜기 모르는 노부부네 집에 본인을 버려서
혼자 힘으로 집 찾아온 얘기.
우리 집 광례는 애순이를 머리채 쥐어잡아 강제로 시집보냈다
이유? 사위놈이 딸 안주면 해코지할까봐 무서워서.
우리 집 애순이는 이십년 넘게 남편과 떨어져 살며 삼남매를 키웠다.
남편이 선원이었거든. 뱃놈 아나고 상선.
물론 애순이가 금명이 키운 것처럼 우리 엄마도 날 키웠다.
그러니 대학원까지 했지 그 없는 형편애.
하지만 팔자 대물림이 무서운가. 우리 집 금명이는 애순이를 무참히 배신했다.
우리 아버지는 관식이가 아니라 학씨였다. 아니 학씨도 아버지에 대면 양반이었을래나.
<폭싹 속았수다>는 나한테는 그냥 동화같은 드라마다.
사람들은 감동하고 나는 그 감동을 이해한다.
그러나 밀려드는 씁쓸함은 그래 내가 비뚤어진 걸로 해두자.
나는 많이 비뚤어진 사람이다.
하지만 원래 사람 고쳐 쓰는 거 아니라고 했다.
몸이 아파서 못 자고 있다보니 벼라별 생각이 다 들고 그러다보니 이런 얘기까지 썼다.
스레드에 4.3사건과 보도연맹대학살 관련 포스트를 해 두었다.
오늘이 이런 자료들을 올리는 마지막 날이 되기를 빌어본다.
내가 모르지만 분명히 존재했던 참혹한 현실에서
내가 알지만 어쩐지 나와는 멀게 느껴지는 아름다운 동화로
선뜻 넘어가지지 않는다.
아마 이 드라마를 보게 되려면 꽤 긴 시간이 지나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