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낙원 페티예, 안녕
지금부터 그리스
아쉬움 가득한 날 아침,
우리는 사랑하는 페티예를 떠나기로 했다. 도형오빠한테 산토리니를 가자고 계속 말했더니 어느 순간 우리의 다음 여행지는 산토리니가 되었다. 더 웃긴건 도형오빠와 용기오빠, 태수오빠 그리고 나. 4명이서 산토리니를 가게 되었다. 세계여행하는 이들과 신혼여행지인 산토리니라.. 생각만해도 신나는 일이다. 무슨 일이 펼쳐질지 궁금해졌다.
하늘은 우리가 떠나는 걸 아는지 아침부터 우울한 얼굴을 보인다. 햇빛은 어디론가 숨어버렸다.
페티예에 머무는 동안 밤에는 천둥, 번개에 폭우가 내렸고 아침엔 언제 그랬냐는 듯이 햇빛이 쨍쨍했다. 그것만으로도 참 감사한 3일이었다.
다들 아침 일찍 페티예를 떠났고 수경언니와 우리만 남겨졌다. 이상하게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았지만 아름다운 기억만 가지고 우리는 이렇게 헤어지기로 했다.
페티예를 떠나 보드룸까지 버스를 타고 왔고 하루를 자고 배를 타고 코스섬으로 이동했다.
코스섬으로 들어가자마자 건물들이 마치 '여긴 그리스야~'라고 말하는 듯 했다. 10월의 그리스도 눈부실 정도로 빛나고 있었다. 잘못들어간 골목길 옆으로 바다가 펼쳐졌고 낡은 보트와 부서진 자전거는 그림 속 풍경같았다. 가장 그리스라는게 실감났던 순간은 바로 물가였다. 터키에 비해 조금 비싼 물가는 그리스 라는 것을 가장 와닿게 해주었다.
코스섬을 둘러보다가 만난 아이들. 느지막한 오후시간, 유치원에서 아이들이 햇빛을 따라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었다. 동양인은 드문 이 섬에서 아이들은 우리가 신기한지 카메라 앞으로 몰려들었다. 이름이 뭐냐고 물었지만 부끄러운지 씨익 웃기만 한다. 태수오빠가 아이가 예쁜지 웃으면서 예쁘다고 칭찬을 한다. 그런게 멋쩍었는지 한마디 한다.
"예전에는 아이들이 안 예뻤는데 요즘은 예뻐보이네"
오빠도 나이가 들어가나 보다.
날이 점점 저물고 야간버스도 아닌 야간배를 탈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 사진을 찍고 마음이 살짝 흔들렸다. 산토리니 일정이 끝나면 오빠들과도 헤어져야 하는데 아쉬워서 어떡하지? 도형오빠랑은 어떻게 헤어질까.. 생각지도 못하게 만난 인연이 이렇게 오래도록 함께 일 줄은 몰랐는데.. 아쉬움만 커져가는 저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