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nowlove Mar 08. 2017

#13 비 오는 크로아티아

크로아티아 일주를 시작하다.

자그레브에 비가 내린다.




아침에 일어나니

작은 다락 창 사이로 빗방울이 떨어지고 기분 좋은 빗소리가 들린다.


자그레브를 떠나는 날,

우리한테 가지 말라고 하는 듯이 비가 엄청나게 쏟아진다.




kaptol 호스텔 도미토리,

호스텔 침대는 1층이 낮아서 불편하긴 했지만

잠이 잘 오는 포근함을 가졌다.


다락 창문 사이로 보이는 자그레브 대성당,

그리고 떨어지는 빗방울.


방의 조명과 비 내림이 자그레브를 더 운치 있게 만든다.






오늘은 크로아티아 일주를 시작하는 날이다.


아침을 먹고 나니 빗방울이 더 굵어졌다.

렌터카 업체가 있는 곳까지 거리가 꽤 되어서

어떻게 갈까 고민을 했다.


자그레브 시내에는 트램이 지나다니기 때문에

길도 모르는데 차를 가지고 시내에 들어오면 복잡해질까 봐

다 같이 짐을 들고 렌터카 업체까지 가기로 했다.


비가 많이 와서 걸어갈 수 없다는 결론 하에

택시를 불렀다.


호스텔에서 2대의 콜택시를 불러줬고

시간차를 두고 출발했는데도 똑같이 31.9쿠나가 나왔다.

어느 나라든 외국인은 콜택시를 타야 손해를 안 보는 것 같다.



렌터카 업체를 찾느라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뒤에 출발한 언니, 오빠가 안 와서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우여곡절 끝에 우리는 차를 받고 모여서 출발했다.




렌터카 업체

<라스트 미닛 렌터카>


가격비교 결과, 제일 저렴하고

반납이나 보험도 잘 되어있고 원하는 차량이 있었다.




우리가 받았던 opel 차량

최대 7인승으로 신청해서 5명이 타고

짐칸에 28인치 캐리어 3개, 24인치 캐리어 2개, 여러 가지를 넣었다.

짐이 많았는데도 다 들어간 게 신기했다.


운전해서 갈 생각에 마냥 설레었던 시간.


우리는 자그레브에서 플리트비체로 출발했다.





<렌트가 동행 소개>


S오빠 : 거의 운전을 책임진 큰오빠, 맛집 사장님

D오빠: 지금은 멋진 경찰 아찌가 되어있는 둘째 오빠

H언니: D오빠랑 동갑인 소녀 같은 언니, 언니도 맛집 사장님

J오빠: 웃는 게 완전 개구쟁이인 셋째 오빠





플리트 비체까지는 약 2시간 30분,

플리트 비체 근처에서 에어비앤비로 집 한 채를 빌렸고

거기서 자고, 다음날 플리트 비체 국립공원을 들어가기로 했다.


플리트비체로 가는 길목에 너무 예쁜 마을이 있었는데

이 마을이 꽃보다 누나에서 나온 '라스토케'였다.

왜 꽃누나에서 가다가 길을 멈춰 섰는지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작은 마을이 소박하면서도 참 예뻤다.

방송하고 얼마 안 된 때라 사람도 없었다.



빛이 좋았던 라스토케,

하지만 날씨는 점점 추워졌고

산으로 들어가고 있는 게 느껴졌다.


페티예에서 보트 투어를 한지 일주일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자그레브를 출발할 때 옷은 초겨울 복장이었고

매서운 바람은 옷을 뚫고 들어왔다.


10월의 산속 마을은 마치 겨울 같았다.



날씨가 추운 날은 날이 더 맑다는 이야기 때문인지

하늘은 맑고 파랗다.

동화 속에 들어온 듯한 마을,

마을 가운데는 깊지 않은 냇가가 있고

사람도 보이지 않는 고요한 곳이었다.



라스토케에 들어가려면 입장료가 필요하다.

입장료라는 말에 의아했지만

우리는 잠깐 쉬면서 걸으려고 내린 거라서

마을의 앞부분과 폭포 구경만 했다.


웬 입장료 삐죽삐죽



마을 어귀에는 깊은 냇가와 폭포가 있었고

흐르는 폭포 소리마저 고요한 10월의 어느 날이었다.


너무 추워서 우리는 얼른 차로 돌아왔고

서둘러 출발하기로 했다.


다시 출발!

플리트비체 숙소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다.


숙소에 도착하니 오후 3시쯤.

차에서 내리니 반가운 얼굴을 한 주인아주머니가 우리에게 인사를 한다.

그런데 생각보다 너무 추워서 놀랐다.

내가 너무 춥다고 하니까

오늘 새벽에 눈이 와서 춥다고 한다...

10월에 눈이라뇨....

이곳은... 정말 10월의 겨울이 존재하는 곳인가 보다.


오늘 플리트비체는 들어가지 못할 것 같아서

바로 점심 겸 저녁을 만들기로 했다.



보기만 해도 행복한 밥상.

자그레브에서 사 온 한식 재료와 고기로 차린 점심 겸 저녁.

오랜만에 된장찌개 + 밥!!!!

정말 너무너무 그리웠다.

외국에서 한식을 해 먹으니 배낭여행을 왔다는 게 실감이 나면서

즐겁기 시작했다.


우리의 저녁에 어찌 술이 빠질 수 있으랴!

카를로비 흑맥주와 오쥬스코 맥주까지 사서

거나한 식사를 시작했다.


저녁 늦게까지 이어진 식사는 끝이 날 줄 몰랐고

취기인지, 라디에이터의 따뜻함인지

얼굴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많은 얘기들이 오가고 늦었다는 생각이 들 때쯤,

우리는 다행히 내일 일찍 플리트비체에 가야 한다는 걸 생각해냈고,

그만 정리하고 잠을 청했다.




그날 밤,

무리한 탓이었을까, 아니면 갑자기 추워진 날씨 때문이었을까.

새벽에 라디에이터가 꺼졌고

몸에서 열이 나기 시작했다.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식은땀을 흘렸고

정신은 몽롱했다.


1월의 악몽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겨울여행 때, 이탈리아 밀라노에 들어가자마자

열이 40도까지 올라서 몸이 말을 듣지 않았었다.

식은땀과 눈물범벅이 되어, 하루 만에 깨어났던 아득한 순간이 떠올랐다.


맙소사.

플리트비체에 와서 몸살이라니..

그 아름다운 국립공원을 올라가야 하는데 몸살이라니..


아침에 일어나서 H언니가 약을 먹이고 따뜻한 물을 갖다 줘도

소용이 없었다.


어쩔 수가 없었다.

아침부터 또 엄청난 비가 쏟아지고 있었고,

내 몸상태는 움직일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나는 차에서 쉬고

언니, 오빠들만 다녀오기로 했다.


막내인 내가 첫날부터 아파서 너무 미안했다.


동행들은 플리트비체로 들어가고

나는 차에서 다시 앓아누웠다.


혼자서 히터를 켰다가 토할 것 같아서 껐다가

몇 시간의 사투를 벌였고..

언니, 오빠들이 사준 라떼를 마시고는 조금씩 정신이 돌아왔다.


그래서

세상 예쁘다는 플리트비체 사진은

필름으로 담지 못했다.


다시 꼭 가야겠지..?







매거진의 이전글 #11 산토리니에 해가 지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