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여행은 어땠어?
누군가가 ' 터키 여행 어땠어? '라고 묻는다면
이번 여행은 무계획 여행에 초점을 맞췄다.
하고 싶으면 하고 그곳에 더 머물고 싶으면 머물고 떠나고 싶다면 당장이라도 떠나고, 그러자고 다짐했다.
"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으면 하지 않아도 돼. 너만의 시간이니까. 온전히 그 시간을 즐기고 느껴. "
떠나기 전 내가 나에게 가장해주고 싶었던 말이다. 그것을 그대로 실천하고 있는 내가 좋아졌다.
오늘 하루는 평화롭고 싶었다. 옆 마을에 놀러나 가볼까 하는 생각으로 할 일 없는 현정언니와 도형오빠를 이끌고 아바노스 마을로 향했다. 사실 자전거를 타고 가려고 했는데 아바노스로 가는 길에는 돌못이 많다고 자전거를 탈 수 없다고 했다. 자전거는 내일로 미루고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세상에. 도착한 아바노스는 그 느낌만으로도 충분히 평화롭고 안정감을 주었다.
괴레메 마을과는 다른 느낌이 주는 평화로움. 구름도 하얗고 하늘도 파랗던 그 날을 잊을 수가 없다.
유럽 같은 파스텔톤의 도자기 마을 아바노스. 다리를 거닐고 강아지랑 뛰놀고 1리라짜리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 신나 했던 날이다. 가을바람은 솔솔 불어오고 햇살은 뜨겁지 않고 따뜻해서 벤치에 앉으면 잠이 왔다.
내가 지금 이런 하루를 살고 있다는 게 꿈만 같았다. 꿈을 꾸는 건 아닐까. 깨기 싫은 그런 꿈이었다.
햇살이 참 좋았던 그곳을 기억한다. 되새기고.. 또 다시 추억으로 스며든다.
마을 이곳저곳을 거닐다가 와인하우스를 만났다. 심심했던 찰나에 들어가보자!!! 하고 뛰어들어 갔던 곳.
포도넝쿨이 우거져 입구를 감싸고 있었다. 마치 마법의 동굴처럼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리고 우리는 이곳에서 정말 맛있는 카파도키아의 체리와인을 만났다. 상상이나 했을까. 순간의 선택이 카파도키아에서 만난 사람들을 와인으로 이어지게 했을지.
우리는 이곳에서 4병의 와인을 샀다. 핸드메이드 와인은 20리라, 체리와인은 25리라. 너무 좋아서 한 병을 집까지 고이고이 모셔왔다. 아주 특별한 날, 이 와인을 따려고 준비 중인데 그런 날이 1년째 오지 않고 있다. 설무룩..
평화로운 오후를 보내는 티타임, 아직까지도 생각나는 차이티. 그대들이 터키에 간다면 분명 저 차이티에 중독될 것이라 믿는다. 어딜 가든 내어주는 차이티는 배려이고 친절이다. 나에게는 터키 사람들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 되었던 차이티.
끝날 때 까지 끝난 게 아니다
행복한 오후를 보내고 있을 때쯤 소나기가 내렸다. 이제 갈 시간이 되었구나 하고 비를 피해 정류장으로 가던 길에 아바노스는 끝까지 우리를 감동시켰다. 가는 길을 배웅이라도 하듯, 하늘 위에 짜잔 하고 무지개를 띄워주었다. 예쁜 마을 위에 무지개까지 떠있으니 세상 부러울 것 없는 풍경을 담았다. 필름 카메라가 저 아름다운 무지개를 담아줄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나의 마음을 알았는지 현상을 하고 보니 참 예쁘게도 담겼다.
끝날 때 까지 끝난 게 아니란 말을 새삼 느끼는 오후였다.
오늘은 현정언니가 떠나는 날이다. 이스탄불에서 만났던 호구커플(민섭오빠와 호연언니)이 카파도키아로 와서 다 같이 만났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라도 다 즐겁다. 여행이라는 하나의 울타리 안에서 우리는 모두 동행이다.
오늘 태수오빠덕에 만났던 돌아이 삼 형제와 현정언니를 페티예로 보내고 태수오빠, 석호오빠, 도형오빠, 호구커플, 나. 이렇게 6명이서, 아바노스에서 사온 와인으로 와인파티를 벌였다. 숙소 마당에서 와인파티를 벌이고 있으니 새로운 멤버가 합류했다. 오늘 온 수경언니까지.
아, 밤마다 즐겁고 행복하고 너무 좋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게 아닌데 꼭 멀리 있는 것 같다. 사실 한국에서는 찾기 힘들었을 행복이다.
그만큼 나에게 터키 여행은 소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