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M6 수온센서 교체
저는 차를 잘 관리하는 사람입니다. 제가 수도권에 살고 있어서 이 차는 자연스레 차량 매뉴얼 상 가혹주행 조건에 해당됩니다. 그래서 그 조건에 맞추어 소모품을 교환하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돈이 허락하는 한 될 수 있으면 정해진 조건보다 조금이라도 이른 시기에 엔진오일 등 기타 소모품을 교환하려고 했습니다.
일부러 차량 보증기간인 5년 동안엔 꼭 제조사 사업소나 정비센터에서 엔진오일 교환 등 수리를 받았습니다. 그래야 나중에 고장 나더라도 제조사와의 분쟁 소지가 없으니까요. 이젠 5년 10만 km의 보증기간이 지나 공임나라에서 공임만 주고 엔진오일 같은 부품은 직접 사서 제조사 서비스센터 대비 저렴한 비용으로 정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4월 말 어느 날이었습니다. 00 지역에서 아들의 상담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고속도로를 타고 집까지 6~70km를 운전 중인데 계기판에 "엔진제어장치를 점검해 주십시오"라는 메시지와 함께 스패너 모양의 주황색 경고등이 켜졌습니다. 이 메시지를 확인한 순간 갓길에 잠시 정차한 후 차를 확인해야 할지 집에 도착한 후 다음 날 확인하는 게 좋을지 판단하기 어려웠습니다. 고민하는 와중에도 차는 100km/h의 속도로 별 이상 없이 나아갔고 이후에는 그 메시지 외에 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5분 정도 더 주행해 본 결과 이대로 차를 더 주행하고 다음 날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차, 다음 날은 근무라서 어쩔 수 없이 일을 마치고 점검을 해야 했습니다. 이제 퇴근 후 회사 근처에서 점검을 받느냐 아님 약 70km 떨어진 집 근처에서 점검받느냐를 결정할 차례였습니다. 공임나라를 갈까, 제조사 서비스센터를 갈까 잠시 고민했지만 이왕이면 서비스센터를 가는 게 더 좋을 것 같았습니다. 아무래도 공임나라에서는 르노보다는 현대기아차를 점검하는 비중이 월등히 높아 이 메시지가 뭔지 제대로 확인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퇴근 후 한 시간을 달려 도착한 집 근처의 서비스센터에서는 예약된 작업이 많아 당일 수리는 힘들고 온 김에 내일로 예약하라는 안내를 받았습니다.
다음날이 되어 서비스센터로 들어갔습니다. 엔지니어가 스캐너를 연결 후 차량 정보를 봤지만 특별한 이상이 없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아무래도 일시적인 센서 오류로 추정이 된다는 서비스 엔지니어의 설명이 있었습니다. 엔진제어장치 점검 메시지를 삭제한 후 조금 더 지켜보다 확실한 증상이 니오면 관련 부품을 수리하기로 했습니다. 그게 아니면 서비스 센터로 차량을 입고시킨 김에 엔진제어 프로그램을 업데이트하는 방법도 있다고 했습니다. 다만 비용이 6만 원 정도라 어떤 방법을 택할지 알려달라고 하더군요. 제 생각도 센서의 일시적인 오류일 뿐 특별한 문제가 없는 것 같아 굳이 돈을 주고 프로그램 업데이트를 하진 않았습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 5월 첫 주 주말 1박 2일 동안 지방에 있는 가족을 만나러 600km 정도를 운행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약 5도쯤 되는 경사의 언덕을 올라오는 도중에 갑자기 차량이 울컥거리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뗀 상태가 아니었는데도 마치 엔진의 동력 전달이 뚝뚝 끊겼다 이어지는 느낌이 두어 번 반복됨과 동시에 차량 RPM도 널뛰었습니다. 운전하면서 저도 모르게 "어, 차가 이상하네" 중얼거렸습니다. 아내에게 "전에 얘기한 차량 점검 있잖아, 아무래도 다시 가봐야 할 것 같아, 차가 조금 이상해"라고 말하니 어린이날 연휴가 끝난 뒤 가보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차를 산 지 2년 만에 오토미션을 통째로 교환했을 때도 카페의 도움을 많이 받은 기억이 있어 집에 돌아와 차량의 이상 증세가 무엇인지 네이버 카페를 뒤졌습니다. 혹시 비슷한 증상으로 수리받은 경우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게 적중했습니다. 카페에는 "차가 울컥거려요, RPM 널뛰기, 배출가스 경고등"으로 인한 차량 점검 사례가 많았습니다. 1시간 정도의 검색 결과 내 차의 이상 증상은 냉각수 수온센서 이상으로 결론지었습니다. 부품 결함인지 몰라도 QM6 차량은 6~8만 km 사이 수온센서를 교체한 차량이 많았습니다. 또한 2016년 7~12월까지 생산된 차량은 산소센서나 수온센서의 이상으로 리콜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댓글을 보니 예전 SM5 타던 시절의 문제가 아직까지 이어진다는 푸념도 있었습니다. 수리 방법으로는 공임나라를 이용하면 공임 약 25,000원에 부품비 만원 총 35,000원에 해결했다는 게시글과 제조사 서비스센터를 가니 50,000~80,000원 정도의 비용이 나왔다는 글이 있었습니다(서비스센터별로 수리비용이 달라지는 이유는 모르겠어요).
싼 가격에 수리하려고 인터넷에 수온센서를 주문한 후 집 근처의 공임나라에 방문예약을 했습니다. 방문예약을 한 다음 날 아침, 갑자기 공임나라 00점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공임나라 : 0000 차주 되시죠?
나 : 네
공임나라 : 죄송합니다만 저희는 고객님이 예약한 QM6 수온센서 교체 작업을 하지 않습니다
나 : 네?(이런 경우가 처음이라 황당해 왜 수리가 안 되는지 이유를 묻고 싶었지만 안된다는 말에 일부러 더 묻지 않았습니다, 얘기해 봤자 바뀔 것 같지 않았습니다)
공임나라 : 네, 그럼 다음에 다른 작업으로 예약 부탁드립니다
나 : (속으로 공임나라 00 지점, 앞으로 절대 안 가!!) 네(작업을 가려서 받다니, 어려운 작업도 아닌데....)
이젠 서비스센터를 찾아가 수온센서 교체작업을 해야 했습니다. 아이의 상담 때문에 예전 살았던 00 지역으로 올라갈 일이 있어 인근의 서비스센터를 방문했습니다. 담당 엔지니어는 "카페 글을 보니 수온센서 이상으로 추정된다, 교체해 달라"는 제 말에 흔쾌히 동의했습니다. 다만 엔지니어는 "이것 외에도 점화플러그 등 다른 원인으로도 비슷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그건 알고 계셔라"는 대답을 했고 저 역시 "수리비 싼 것부터 교환해야죠, 수온센서 교체해 보고 안 되면 점화플러그 교체할게요"란 답변을 했습니다. 그 센터에서는 수온센서 교환은 67,700원이고 점화플러그 4개의 교환 비용은 40만 원이 조금 넘는다고 했습니다.
수온센서 교체에 걸린 시간은 5분, 차는 다시 예전 상태로 돌아왔습니다. 더 이상 울컥거리거나 RPM이 널뛰지 않았습니다(RPM이 널뛰면 필요한 양보다 연료를 많이 소모하게 됩니다, 어쩐지 요즘 연비가 13에서 14로 왔다 갔다 하는 게 이상했습니다).
수온센서를 바꾸고 나니 다시 연비가 14.71로 좋아졌습니다. 20년 넘게 운전하면서 차량 수리 전반에 대해 배웠지만 냉각수 수온센서를 교체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저 말고도 르노 차량을 타며 이 부품을 교체한 사람이 적지 않다는 것은 이 부품이 불량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번 수리 때는 개선된 수온센서인 닛산 정품으로 교체했습니다(오프라인 상 값이 싼 예전 부품은 전국적으로 품귀라 구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인터넷으로는 주문할 수 있었습니다, 유통체계가 이상합니다). 다만 개선품이라고 예전 제품보다 세 배나 비싸더라고요.
다른 브랜드의 차를 탔을 때는 고쳐본 적도 없는 부품인데 르노차를 탔더니 수리하는 진귀한 경험을 얻었습니다. 이건 아니지 싶습니다. 다음 차를 살 땐 고민 좀 해봐야겠습니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및 직접 찍은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