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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잡문집

예기치 않은 행운의 5분

버스를 놓쳤을 때 얻은 뜻밖의 위로

by 야옹이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겪는 일이겠죠. 저는 고작 5분 때문에 오늘 하루를 통째로 손해 볼 뻔했습니다. 알람을 끄고 '단 1분만'을 외치며 뒤척인 그 짧은 찰나, 시계 바늘이 8시 10분을 지나 8시 11분을 가리키는 소리는 제게 패배를 알리는 종소리 같았죠. 늘 타던 버스는 이미 시야에서 사라졌고, 다음 차를 기다리는 20분 동안 심장은 딱딱하게 굳는 기분이었습니다. 머릿속은 지각으로 인한 상사와의 불편한 대화, 오늘 하루 종일 뒤틀릴 일정을 상상하며 최악의 시나리오를 쓰고 있었어요. 불운은 늘 이렇게 사소한 틈에서 시작되어 우리의 하루 전체를 집어삼키려 하잖아요.


바람막이 깃을 올린 채 차가운 새벽 공기 속에 서 있었습니다. 짜증을 삭이려 땅만 보며 발을 구르다가, 문득 무심코 고개를 들었습니다. 그때 전봇대 아래, 뜻밖의 작은 손님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늘 이 길을 걸었지만 한 번도 본 적 없는 고양이였죠. 갈색과 흰색 털이 뒤섞인 작은 몸은 잔뜩 웅크린 채였지만, 나를 경계하기는커녕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나를 지그시 올려다보았습니다. 나는 숨죽인 채 낯선 이의 눈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나는 한참 동안 그 자리에 박제된 듯 멈춰 서서 고양이의 눈을 마주했습니다. 숨 가쁘게 돌아가던 내 삶의 필름이 ‘틱’ 소리와 함께 끊어진 듯했죠. 손에 쥔 스마트폰은 계속 진동했지만, 촉박했던 시간, 무거웠던 책임감, 오늘 해야 할 일들은 모두 이 찰나의 고요 앞에서 무력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고양이의 털은 새벽의 이슬에 젖어 살짝 빛났고, 동그란 눈은 그 젖은 털 사이로 깊은 심연처럼 느껴졌어요. ‘5분 때문에’ 놓쳐버린 버스가 나에게 5분간의 강제적인 멈춤을 선물했고, 그 멈춤이 없었다면 나는 이토록 생생한 고요와 작은 생명의 위로를 영영 발견하지 못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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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저는 늦었고, 회사에 지각한 사실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날의 아침은 이전과 달랐어요. 늦음에 대한 자책이나 하루에 대한 불안 대신, 저는 낯선 고양이의 눈빛에서 받은 평온의 잔상을 종일 간직했습니다. 삶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앞으로 달리기를 요구하지만, 진정한 성장은 때로는 예기치 않은 불운의 순간, 우리를 잠시 멈추게 하는 그 강제적인 쉼표에서 시작되는 것 같아요. 모든 불운 속에는 반드시 나를 잠시 멈추게 하여 삶의 진실한 풍경을 바라보게 하는 '작은 기쁨'이 숨어 있습니다. 어쩌면 삶이 우리에게 주는 작은 '틈'은, 불운이 아니라 진정한 행복을 찾을 기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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