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론가 훌쩍 떠난다는 것

[글쓰기] 03. 내 인생의 스토리탤링

by 야옹이

올해 초에 어렵게 들어간 회사를 3개월도 채우지 못하고 퇴사 했다.


요즘 흔히 말하는 자기 객관화가 덜 되어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는 무엇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인지, 어떻게 시간을 보내면서 살고 싶은지, 중요하지만 당장 급하지는 않은 질문들에 대한 답을 뒤로 한 채, 다음달 카드값을 매꾸기 위해 피 같은 월급을 긴급 수혈하러 들어간 회사는 하루하루가 곤욕스러웠다.


사람이 변화할 수 있는 조건 중 하나인 매일 만나는 사람. 장소와 같은 환경을 바꾸는 것을 실천하고자 우연히 알게 된 농촌에서 살아보기 프로그램을 신청하여 아무런 연고도, 정보도 없던 전라도에 작은 소도시로 가서, 아침에 새소리를 들으며, 마스크 없이 논두렁을 가로지르며, 아침 달리기를 하고, 후쿠시마 오염수로 인한 수산물 공포가 드리우기 전에, 상다리가 부러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풍성한 전라도 밥상을 원없이 경험하였다.


덥고 답답한 서울 도심을 벗어나 빗방울이 운치있게 떨어지는 한옥 처마 밑 마당에 앉아 품에 안기는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깊게 우린 전통차를 마실 때는 삶의 질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도 하고, 나 자신의 몸과 마음을 돌보며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도 깨우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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