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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AZURE POET Sep 22. 2024

큰봉산 산악회

큰봉산 산악회

 

                                         김 민 휴


남도에 자랑인 고천암에 넓은 들녘

높이 솟은 큰봉산에 힘찬 정기 물려받아

새 터전에 자리 잡은 징의교는...

 

모든 우렁찬 교가는 우렁차다

우렁찬 것에선 샘솟듯 정기가 솟아난다

노래방 기기에 남은 시간이 간당간당하자

신청곡도 마이크도 내팽개치고

모두 목을 찢어 교가를 떼창을 하면서 ..

 

우리는 자랑스런 징의분교 22회 졸업생,

폐교가 된 섬마을 초등학교 교가를 부르고

소주를 권하고

무리일 것 같으면 맥주만 마시라며

소맥을 거푸 부어 권하고

늙어가면 몸 생각을 해야 한다며

건강이 젤이라며

자식새끼 다 필요 없다며, 신세 질 거 없다며

내 몸 내가 알아서 챙겨야 한다며

앞으로 한 달에 한 번은 꼬옥 산엘 다니자며

정식으로 산악회를 만들어야

규칙적으로 다닐 거라며

의기 투합하고

의지와 의미를 높여 이름 먼저 지어 붙여서 ..

 

- 산악회 이름은 우리에게 드높은 기상과

힘찬 정기를 준 큰봉산산악회로 가자

술이 달리고, 물상들이  맴맴 돌기도 하고

 

- 근디잉,

한 친구의 코맹맹이에 귀와 입이 다시 가까이 모여

- 가만히 봉께 그 작껏 산이 낮아서,

우리 모교에서 큰 인물이 안 나왔는디...

큰봉산이라 해봤자 고작 해발 60미턴디...

우리 좀 크게 놀세

- 그래도 교가에 나온 산이고,

우리동네서 젤 높은 산인데 그대로 큰봉산산악회로 하세

- 아무래도 쪼끔 아심찬하지 않는가

- 그럼 뭘로하면 쓰것는가

- 아따 기왕이면 크게 놀아뿔세,

히말라야산악회 어떤가

- 그라믄 셋이서  투표를 해서 결정해뿔세

 

개헌도 할 수 있는 절대 다수 3분의 2

2/3대 1/3로, 우리는

앞으로 우리의 건강과 우정을 책임지고 챙겨줄

새로 나온 산악회에 당당히 이름을 지어붙여

셋이서 큰 박수를 치고

기념으로 소맥을 가득 따라 건배하고

히말라야산악회의 탄생을 선포하고

술집 2층 노래방에 올라가 자축하자면서 ..

 

경 -히말라야산악회 출범- 축

(박명수의 래디오쇼 시그니처 캐치프레이즈 식으로)

히말라야산악회, 출 바알!

어느 서리 내리는 가을밤 새벽 3시 20분

군청 뒤 70년대식 콘크리트 건물 이층 노래방,

이러다간 날밤을 까고 말지

아, 나는 곤드레 만드레 취해버렸어

더이상 히말라야도 큰봉산도 좆도 못 오르겠어

 

- 친구야, 인생 별 거 없어야.

- 살면 얼마나 더 살겠냐

- 우리 자주 만나자. 꼭 함께 산에 다니자

- 그래, 아프면 병원도 잘 다니자

- 친구야, 2층 계단도 비틀비틀하니 산에 오르겠냐

- 걱정 마, 친구야 사랑한다

- 야, 마누라가 부재중 전화를 도배해 놨다

- 걱정마, 친구야, 무서우면 우리집으로 가자

- 하 하 하, 하 하 하, 하 하 하

 

가등 밑, 나뭇잎에  흰 서리 무럭무럭 자라고

허름한 낯선 취객 둘 새벽 노래방으로 가는군

- 우리 우정 포레버

- 부디 히말라야산악회에 건강과 발전을!

 

낙후, 가을 끝자락 정한 어느 날 해끝에

히말하야산악회 제1회 산행이 성료되면서

모든 산악회의 청산하지 못한 적폐,

그거슨 거룩한 하산주!

히말라야산악회 회원 세 사람은, 이를테면

좌와 우와 중으로 갈라진 나라처럼

해창막걸리, 삼산막걸리,  해삼막걸리

셋으로 나뉜 셋은, 두 가지 다 파는

주모가 현존하는 술집 정희네 원탁 의자에

엉덩이를 내려놓고, 엉덩이를 깔고 허산주를 마시면서

 

- 친구야, 근디 산악회 이름이 좀 부담스럽다

히말라야는 감도 안잡히고, 우리나라도 아니고...

큰 인물 좀 안나오면 어떤가

전두환이나 노태우나 이명박이나 윤석열 같은

그런 큰 인물은 안나온 것이 좋제

- 맞다,  우리 친구들 착하고 성실하게는 살제

- 그라고 아직까징 다들 큰 병 없이 건강항께 ...

- 작껏, 그라믄 도로 큰봉산산악회라 해뿔세

- 그라세, 하 하 하, 하 하 하, 하 하 하

큰봉산산악회, 만세, 만세, 만만세! 하 하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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