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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싶다 Aug 24. 2017

<혹성탈출 : 종의 전쟁>후기

인간의 조건 : 짐승이거나 혹은 신이거나

※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외로우면 멍청해진다." <완벽한 공부법 中>


'미래에 당신은 외로워질 수 있습니다'라는 메세지를 받는 것만으로도 아이큐는 떨어질 수도 있다고 합니다. 독일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가짜 성격검사를 한 뒤 한 그룹에는 다른 사람들이 당신을 좋아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다른 그룹에는 거부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결과를 알려 주고 측정해 본 결과, 미래에 외로움을 예상한 대학생들의 아이큐가 전반적으로 낮게 나왔다고 합니다. 즉, 외로움은 한 사람의 지적 능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지요. 


    혹성탈출 리부트 3부작의 종지부를 찍는 '종의 전쟁(War for the planet of the apes)'을 보면서, 위의 실험을 떠올리게 됩니다. 사실 '전쟁'이라고 부르기에는 다소 애매하다는 생각도 드는게, 유인원들이 인류와 전쟁을 벌여 승리해 지구를 지배하는 게 아니라, 인류가 자멸함으로서 유인원들에게 그 자리를 내어 주기 때문입니다. 그 과정을 살펴보면 소통하지 못하고 무리를 이루지 못한다면 인간이 인간이라고 불릴 수 있는지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인류(人類)의 한자어를 풀이해 보면 '사람의 무리'라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 무리를 지었을 때 인류라고 호칭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런 인류의 마지막 모습을 대변하는 '대령'은 인류를 지키기 위해서는 인류이기를 포기해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그는 먼 북쪽 눈덮인 산기슭에 요새를 구축하고 유인원들을 붙잡아 강제 노동을 시키고 학살하고 있습니다. 그가 이러는 이유는 유인원이 퍼뜨리는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 때문입니다. '시미안 플루'라는 악성 바이러스로부터 간신히 살아남았다고 생각한 인류였지만, 살아남은 이들에게 어찌 보면 더욱 가혹한 변종 바이러스가 나타납니다. 이 변종에 걸린 인간들은 지능이 서서히 감퇴하면서 말을 못하는 증상을 보입니다. 대령은 바이러스가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감염된 환자들, 심지어는 자신의 아들까지 죽이는 잔인함을 보여줍니다. 아들을 쏘아 죽이면서 머릿속이 말끔해졌다고 대령이 말하는 장면은 그래서 섬찟합니다. 대령 스스로 인간 무리에서 벗어난 존재가 되었음을 선언한 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대령은 혼자가 됩니다. 그가 사람들과의 소통에 문제가 있다는 건 영화 곳곳에서 드러납니다. 부하들은 그의 소재를 파악하는데 애를 먹고 현장의 위기 상황에는 아랑곳 없이 자기 할 말만 되풀이하는 그의 명령에 절망합니다. 군인들의 사열식을 지켜볼 수 있는 그의 널찍한 방은 대령 혼자만이 사용하기에는 지나치게 커 보이며, 심지어 자신과 의견이 맞지 않는 상관과는 올테면 와 보라는 식으로 장벽을 구축하고 전쟁을 치르려 합니다.


    

    이는 항상 무리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모습이 자연스러운 시저와 극명한 대조를 이룹니다. 눈빛이 드러나지 않는 선글라스를 쓴 대령에 비해 시저는 눈빛만으로도 무리들과 소통할 수 있지요. 오히려 대령이 시저의 눈을 보고 완전히 인간의 눈이라고 감탄할 정도입니다. 그 외에도 손짓, 몸짓, 언어로 감정을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 시저의 의사소통 능력은 대령의 그것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높습니다. 시저가 무리들을 손짓으로 어루만지는 장면은 눈에 덮인 깊은 산속인데도 불구하고 하나하나가 포근하고 따뜻한 느낌을 줍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시저는 점점 똑똑해지고 대령은 결국 퇴행한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고립된 이와 활발한 이가 시간이 갈수록 얼마나 많은 차이가 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하겠습니다.



    '종들의 전쟁'은 사회적 소통 능력을 잃어버린 인간은 짐승과 다를 바 없다고 말하는 영화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며, 사회의 일원이 되지 않는 존재가 있다면 그는 짐승이거나 혹은 신일 거라고 말했습니다. 혹성탈출 리부트의 시작이 알츠하이머를 정복하기 위한 인간의 욕심에서 비롯되었다면, '종의 전쟁'은 공포로 인해 고립된 인간이 스스로를 파멸시키고 짐승이 되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과연 인간의 조건은 무엇인지 묻습니다. 인간보다 더 인간 같았던 시저가 마지막에 전설로 남는 모습을 보면, 어느 정도 해답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되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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