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SKT, 5000억 매개변수 모델로 K-AI 대도약"

#AI 산업혁명

“SKT, 5000억 매개변수 모델로 K-AI 대도약"

규모와 인프라로 승부하는 전략



글로벌연합대학 버지니아대학교

인공지능융합연구소장 이현우 교수


1. 한국형 초거대 AI 프로젝트의 서막


SK텔레콤 유영상 대표가 연내 5000억 개 매개변수를 가진 대형언어모델(LLM)을 출시하겠다고 밝히면서 국내 AI 산업의 판도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는 오픈소스 모델 중 최대 규모인 딥시크(DeepSeek) V3.1의 6850억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한국에서 자체 개발되는 모델로서는 압도적이다. 지금까지 국내 기업들이 집중해온 100B 이하의 효율 중심 모델들과는 결이 다른 ‘물량전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유 대표의 메시지는 단순히 기술적 성취를 넘어, 국가 차원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그는 SKT 컨소시엄이 정부의 ‘독자 AI 모델 개발 프로젝트’에 선정된 사실을 공개하며, 이번 프로젝트의 사명이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접근 가능한 AI 에이전트를 개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2. 컨소시엄의 힘: 산·학·연을 아우르는 연대


SKT는 단독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이번 컨소시엄에는 크래프톤, 포티투닷, 리벨리온, 셀렉트스타 같은 기업은 물론 서울대, KAIST 같은 학계가 함께했다. 이는 데이터·반도체·알고리즘·응용 서비스 전반을 포괄하는, 이른바 ‘AI 전체 스택’을 구현할 수 있는 구성을 갖췄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유 대표는 “우리는 AI 혁신의 전체 스택을 제공할 수 있는 유일한 그룹”이라고 자평하며, 자동차·게임·로봇 공학·제조업 등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실제 활용 가능한 모델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히 연구실 안에서의 AI가 아니라, 산업 생산성과 혁신을 동시에 견인하는 AI를 지향하는 선언이다.


3. 500B 모델의 의미와 부담

매개변수 수가 늘어나면 일반적으로 모델의 성능은 향상되지만, 그만큼 컴퓨팅 자원 소모와 훈련 비용도 급격히 증가한다. SKT가 500B라는 ‘초대형 카드’를 꺼낸 이유는 국내 AI 경쟁 구도를 주도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흥미로운 점은 SKT가 정부 GPU 지원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데이터센터와 인프라를 활용하겠다고 나선 점이다. 이는 곧 “국가 지원 없이도 독자적인 컴퓨팅 역량을 가진 기업”이라는 자신감을 보여주는 행보로 해석된다. 사실상 국내에서는 유례없는 시도이며, 자원 동원 능력에서 SKT의 확실한 우위를 입증한 셈이다.


4. 경쟁 구도: 효율 대 규모의 대립

국내 다른 컨소시엄은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모델을 통해 효율성과 특화성을 강조하고 있다. 예를 들어, NC AI는 2000억 개 매개변수의 멀티모달 모델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SKT는 이보다 두 배 이상 큰 5000억을 내세워, 사실상 ‘규모의 경제’로 정면 승부를 벌이려는 것이다.

이러한 전략은 장단을 동시에 지닌다. 효율성 측면에서는 불리할 수 있지만,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형 초거대 모델’이라는 상징성과 신뢰를 확보하는 데 유리하다. 이는 마치 5G 네트워크를 가장 먼저 상용화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했던 SKT의 전략과도 닮아 있다.


5. 한국 AI의 글로벌 도전과 전망

유영상 대표는 네이버 클라우드, 업스테이지, NC AI, LG AI연구원 등 경쟁사들의 프로젝트까지 언급하며, 한국이 하나의 AI 집단 생태계로 글로벌 무대에 진출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단순히 기업 간 경쟁이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글로벌 AI 패권 경쟁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놓겠다는 의미다.

결국 이번 500B 모델은 기술적 성과뿐만 아니라, 한국이 AI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상징적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다만, 지속적인 인프라 투자와 효율적 모델 운영, 그리고 국제적 협력 전략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대규모 모델은 ‘규모의 승부수’에 그칠 위험도 있다.


결론


SKT가 제시한 5000억 매개변수 LLM은 한국 AI 산업에 새로운 장을 여는 도전이다. 이는 단순히 크기의 문제를 넘어, 국가적 상징성과 글로벌 경쟁력을 노리는 전략적 선택이다. 그러나 그 성공은 기술적 성취뿐 아니라, 효율적 자원 활용과 생태계 조성, 그리고 산업 전반으로의 확산 여부에 달려 있다.

유영상 대표의 발언은 결국 하나의 선언문과 같다. “한국형 AI, 이제는 규모와 인프라로 세계와 맞서겠다.”고 말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뤼튼, LG AI연구원 ‘엑사원’ 도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