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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보다 컨텍스트: MCP가 여는 개발 생산성의 미래”

#AI 산업혁명

“코드보다 컨텍스트: MCP가 여는 개발 생산성의 미래”



글로벌연합대학 버지니아대학교

인공지능융합연구소장 이현우 교수


1. 컨텍스트 스위칭(context switching)’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이미지는 언제나 코드와 함께 떠오른다. 수많은 줄의 텍스트를 입력하며 밤을 지새우는 프로그래머의 모습은 하나의 상징처럼 자리 잡았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최근 발표된 분석에 따르면, 개발자의 실제 업무 중 순수하게 코드 작성에 사용되는 시간은 고작 16%에 불과하다. 나머지 84%는 운영, 협업, 지원, 그리고 문서 확인과 같은 비코딩 업무에 소모된다. 이는 개발이 단순히 ‘코드를 짜는 행위’에 국한되지 않고, 점점 더 복잡해지는 도구와 플랫폼, 그리고 사람 사이의 조율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지점에서 떠오르는 핵심 문제가 바로 ‘컨텍스트 스위칭(context switching)’이다. 프로젝트 관리 도구에서 티켓을 열람하고, 협업 플랫폼에서 동료의 대화를 확인하고, 사내 문서를 뒤지다가 다시 IDE로 돌아오는 과정은 개발자의 흐름을 끊는다. 단 한 번의 방해가 생산성을 23분 뒤로 밀어내고, 전체 작업의 30%는 재개되지 못한 채 사라진다는 연구 결과는 충격적이다.

2. MCP(Model Context Protocol)의 등장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시된 돌파구가 바로 **MCP(Model Context Protocol)**다. 앤트로픽이 2023년 11월 공개한 이 오픈 표준은 LLM(대형언어모델)과 외부 도구, 데이터 소스를 하나의 맥락 속에 통합하기 위해 고안되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불과 6개월 만에 MCP 서버 수가 500% 증가했고, 2025년 6월 한 달간만 700만 건의 다운로드가 발생할 정도로 폭발적인 확산세를 기록했다.

MCP는 단순히 AI 어시스턴트를 IDE에 붙이는 수준을 넘어선다. 기존의 코딩 중심 보조 도구가 IDE 내부의 코드 편집에 국한됐다면, MCP는 프로젝트 관리, 커뮤니케이션, 문서 검색 등 다양한 워크플로우 전반을 IDE 안으로 끌어들인다. 이는 컨텍스트 스위칭을 원천적으로 줄여주며, 개발자의 몰입과 생산성을 극대화한다.


3. ‘슬랙 혁명’과 MCP의 평행선

이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 과거의 사례를 살펴볼 수 있다. 슬랙(Slack)은 수백 개의 앱을 연동해 기업 내부의 업무 흐름을 채팅창 안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덕분에 직원들은 도구 전환의 불편에서 벗어나 업무 효율을 비약적으로 높일 수 있었다. 실제로 라이엇게임즈는 슬랙을 기반으로 약 1000개의 앱을 연결해 코드 테스트 소요 시간을 27% 줄이고, 신규 버그 식별 속도를 22% 향상시키는 성과를 냈다.

MCP 역시 같은 궤도를 달린다. 이제 IDE는 단순한 코드 편집기가 아니라, 업무 전반을 통합하는 허브로 진화하고 있다. 프로젝트 관리 도구 리니어(Linear)의 MCP 서버에서 티켓 정보를 불러오고, 슬랙 MCP 서버에서 대화를 확인하며, 글린(Glean) MCP 서버에서 문서를 찾는 과정이 모두 IDE 내부에서 가능하다. 이어서 커서(Cursor) 같은 AI 기반 IDE가 자동으로 코드 뼈대를 생성한다면, 개발자는 흐름을 끊지 않고 기능 개발을 완성할 수 있다.


4. 코딩에서 제품 관리로, 병목의 이동

AI의 발전은 코딩 자체를 점점 더 단순하게 만들고 있다. 과거라면 엔지니어 6명이 3개월간 매달려야 했던 프로젝트가 이제는 주말 동안 몇 명의 개발자와 AI 어시스턴트만으로도 가능하다. 이는 스탠포드대학교 앤드류 응 교수가 지적한 대로 “병목이 코드 작성이 아니라 제품 관리 과정”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AI가 프로토타이핑 속도를 하루 단위로 단축하는 시대에, 사용자 피드백을 기다리는 일주일은 치명적인 지연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팀은 더 직관적이고 고객 공감적인 방식으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며, 뛰어난 제품 관리자는 단순히 데이터를 해석하는 수준을 넘어, 고객의 관점을 내면화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다시 말해, 앞으로의 경쟁력은 “무엇을 만들 것인가”를 신속하게 결정하는 능력에 달려 있다.


5. MCP가 여는 미래의 개발 환경

결국 소프트웨어 개발의 핵심 화두는 코드 작성에서 워크플로우 최적화, 그리고 제품 관리 역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MCP는 이러한 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촉매제다. 도구를 옮기는 것이 아니라, 도구를 개발자의 흐름 속으로 가져오는 방식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이는 단순한 생산성 향상을 넘어, 개발자의 창의성을 진정으로 해방시키는 길이 될 수 있다.

앞으로 IDE는 AI 어시스턴트를 기반으로 한 **‘개발의 중심 허브’**가 될 가능성이 크다. 과거 슬랙이 기업 커뮤니케이션의 중심지가 되었던 것처럼, MCP와 AI 어시스턴트는 개발 현장의 모든 흐름을 하나의 공간으로 끌어안으며 새로운 혁신을 촉발할 것이다.

개발자의 업무는 더 이상 코드 몇 줄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도구와 사람, 데이터와 고객 경험을 잇는 거대한 맥락의 조율이며, MCP는 이 거대한 교향곡의 지휘자 역할을 맡고 있다. 코딩이 쉬워진 시대, 진정한 도전은 ‘무엇을 만들고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것. 그리고 그 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이제 MCP라는 새로운 언어를 배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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