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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생일에 꽃다발을 선물한 진짜 이유는

: 당신이 살고 싶다는 희망을 가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by 윤슬

소중한 이들의 생일,

1년에 한 번뿐인 생일에 어떤 마음을 전하면 좋을까 늘 고민한다.


'이 나이쯤 되면 생일에 대한 기대도 없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럼에도 이 나이쯤 되어도 생일을 축하받고 싶은 마음 또한 분명하게 있기에.



워낙 꽃을 좋아하는 나였지만 타인에게 꽃다발을 선물한 지는 얼마 되지 않은 듯하다.


'꽃을 좋아하지 않을지도 모르는데 괜히 짐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며 다른 선물들을 고르곤 했다


우연히 친한 동생에게 꽃다발을 선물로 보냈던 날,

'언니 정말 고마워요!!! 꽃선물 정말 처음 받아봐요!!'

생일날 꽃을 선물 받는 일이 흔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던 날.


그 이후부터였을까.

소중한 이들에게 종종 꽃을 선물하곤 한다.


특별한 날이 아니더라도,

꽃집에서 꽃을 사고 꽃을 건네는 일은 나에게도 행복감을 더해주었다.


가끔 꽃집을 지나면서 가볍게 나를 위한 꽃을 사고,

소중한 이들을 위한 마음을 전하기 위해 꽃을 사곤 했다.


꽃은, 우리의 삶에 이토록 다정한 행복을 주는 존재구나.




오늘은 늘 나에게 마음을 써주는 고마운 이의 생일이었다.

어떤 선물을 골라야 할까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회사에서 만났던 그는, 늘 나를 알뜰히 챙겨주는 사람이었다.

삭막한 회사에서 유일하게 유연하고 넓은 사고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이었는데, 어느 날 그가 대장암 판정을 받아 왔다. 그것도 거의 말기라는 소식을, 항암 치료로 머리카락이 다 빠질 거라는 소식을 듣고 왔던 날. 괜찮을 거라며 씩씩하게 이겨 내자고 이야기했던 날, 그 마음을 어찌 헤아릴 수 없어 속상했던 날이었다.


그렇게 5년 간 있던 회사에서 내가 먼저 그곳을 떠나 왔다.

내 퇴사를 진심으로 아쉬워했던 동료, 얼마 전 씩씩한 모습으로 함께 점심을 먹었다. 더 이상 항암 치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며 씩씩하게 말하던 그였는데, 얼마 전 그가 퇴사한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가족 같은 사촌 동생을 같은 대장암으로 하늘나라로 보내 봤던 나는, 10년이 넘었던 그 아이를 떠올렸다.

항암 치료를 포기하고 자신의 방식 대로 살아가다가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진통제에 의지 했던 아이를, 나 역시 어렸기 때문에 아무 말도 해 줄 수 없어 그저 지켜보기만 하면서 떠나보냈던 아이를.


다시 한번 마음에 높은 파도가 일렁 인다.


하지만, 그에게는 그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알고 있다는 말을 못 하고 수많은 마음을 꾹꾹 눌러 담는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현재 작은 희망이 없을 그에게 밝은 얼굴로 아무 일 없다는 듯 안부를 건네는 일뿐이라는 게 속상하고 또 속상하지만 모든 마음을 숨기고 그에게 연락을 건넨다.



"생일 축하해요!!!!!!"

직접 꽃다발을 보내고 싶었지만 주소를 알려 주지 않아 택배 배송을 신청하고 주소를 입력해 달라고 했다.


아무것도 먹을 수 없다는 소식에 그 어떤 선물을 보내는 것도 부담이 될까 하루 종일 고민했던 날

몸도 마음도 후련하지 않은 그에게 생일이 어떤 의미일까 싶지만, 그럼에도 작은 꽃다발이 그에게 작은 희망이 되어 다시 살아 보고 싶다는 마음이 마음껏 커졌으면 좋겠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이 작은 꽃다발을 건네는 일뿐이었지만.


작은 꽃다발에 마음을 꾹꾹 담아 그에게 보내 본다

살아가고자 하는 희망을 잃지 않기를.


많이 힘들고, 고통스럽겠지만 그럼에도 다시 한번 웃으며 마주 할 수 있기를.

당신의 삶에 작은 희망의 꽃이 가득 피어나기를 바라고 또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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