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정욱 Feb 20. 2019

우리 아이를 위한 스마트폰 설명서

유아기 스마트폰 중독과 대처방안 강의 요약

담배는 안 되고, 스마트폰은 된다고?

 

최근에 "유아, TV·스마트폰 하루 1시간 이상 보면 발달지체 올 수도 있다"는 기사를 읽었다. 개인적으로 육아와 스마트폰 사용에 대해서 관심이 많아서, 그냥 '최근에 이런 연구가 있구나' 하고 읽고 있었다. 그때, 나에게 놀라웠던 것은 기사 내용이 아니라 사람들의 댓글이었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이 기사를 부정적이고 시니컬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나도 어릴 적 티비 많이 보고 자랐지만, 발달 지체 그런 거 없다."

"스마트폰 보여주는 부모들 두 번 죽이는 기사다."

"애를 안 키워본 사람들이나 그런 이야기 한다."


다소 놀라웠다. 물론,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나도 5살짜리 아들을 키워오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실험 결과' 혹은 '전문가의 권고'를 무턱대고 무시하는 것은 안타까웠다. 나만 눈을 가린다고 해서, 없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 중독에 대한 문제를 모르고 있거나, 알더라도 눈을 감고 싶어 한다는 것을 느꼈다. 다소 극단적이지만, 이런 질문을 던져보자.


"만약 당신의 아이가 담배를 필 때 조용해지고 말을 듣는다면, 담배를 입에 물리겠습니까?"


아마, 자신 있게 담배를 물리겠다고 말할 부모는 한 명도 없을 것이다. 담배는 누가 봐도 해롭다. 하지만 스마트폰 중독은 직접 경험한 바가 없고, 눈에 관찰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시당하고 있는 게 아닐까. 내가 보기에, 그리고 실험 결과가 말하기에 스마트폰 중독이 담배의 위험성보다 결코 적지 않은데 말이다. 하여, 최근에 내가 들은 교육을 옮겨보고자 한다. 어린이집 소속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강의지만, 내용 공유가 가능하다는 허가를 받았기에 질의응답을 제외하고 올린다. 불편한 진실을 감당할 부모들에게 권하고 싶은 내용이다.




영유아 스마트폰 중독의 핵심은 부모다.


중독도 여러 개념이 있는데, 스마트폰 중독은 물질 중독이 아니라 행위 중독이다. 그리고 영유아 스마트폰 중독의 핵심은 부모다. 특히 부모가 생각하는 '스마트폰의 개념'은 아이에게 그대로 전이된다. 스마트폰을 누군가는 전화로, 누군가는 쇼핑 도구로, 누군가는 게임기로, 누군가는 아이의 떼를 멈추게 하는 도구로 최고의 명약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부모 스스로가 스마트폰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체크가 필요하다.


SBS스페셜 - 스마트폰 전쟁 <내 아이를 위한 스마트폰 사용 설명서> 중에서


문제는, 부모도 그 위험성을 잘 모른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한 지 8-9년 정도 되었다. 그래서 어떻게 알려줘야 할지 모른다. 본인 역시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요즘 아이들은 어른들이 할 줄 모르는 기능도 쉽게 사용한다. 어떤 부모들은 자기 아이가 신동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 어플리케이션을 깔고 알려주지 않아도 유튜브를 본다. 그 모습이 신기하고, 또 교육용이라고 판단되면 너그럽게 허용한다. 그리고 거기서 문제가 시작된다.


어른과 아이는 뇌의 발달 구조가 완전히 다르다. 짧고, 반복적이고, 분리된 형식의 콘텐츠는 영유아에게 굉장히 매력적이다. 이것들은 "인내심"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적극적으로 놀고, 탐구해야 할 시점에 스마트폰만 보게 되는 것이다. 영유아 스마트폰 접촉 연령은 해마다 낮아지고 있고, 주로 게임, 영화, 영상을 접한다. 즉, 교육을 위해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보육'을 위해서 쓴다는 것이다. 모가 힘들고, 지쳐있을 때 스마트폰이 강력한 보모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마지노선은 24개월이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시점은 24개월이다. 스마트폰 예방을 위해 고민하는 선진국 기준도 대부분 24개월이다. 그 전에는 절대로 보여주지 말라는 것이 가이드라인이다. 아이 혼자 사용할 때와 부모와 함께 할 때 언제 중독성이 높을까? 말할 것도 없다.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선, 대부분 중독으로 빠지게 된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일본 영유아 스마트폰 사용률은 우리나라보다 2-3배 높다. 남에게 폐를 끼치기 싫은 문화 때문에 공공장소에서 스마트폰을 잘 허용한다. 미국이나 유럽은 정반대로 나타나고, 우리나라는 그 사이에 있다.


영유아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 비율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데, 갈수록 미디어 중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영유아기를 놓치면, 아동기, 청소년기까지 해결 방안을 찾기가 어려워진다. 차라리 물질 중독(마약, 담배)은 격리하면 되는데 행위 중독(인터넷, 스마트폰 환경)은 그럴 수 없다. 그래서 영유아기부터 잘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SBS스페셜 - 스마트폰 전쟁 <내 아이를 위한 스마트폰 사용 설명서> 중에서


좌뇌가 먼저 발달하게 되면, 일어나는 일들


유아기 때는 우뇌가 먼저 발달한다. 하지만 그 시기에 스마트폰을 접하면 좌뇌가 먼저 발달한다. 그 결과, 말이 늦어지고, 사람들을 기피하고, 관계 맺기가 어려워진다. 게임과 동영상 같은 빠르게 강한 정보에는 익숙하지만 현실 세계의 느리고 약한 자극에는 반응하지 않는 뇌가 만들어진다. 아무리 아이들에게 교육하고, 과외를 시키더라도 스마트폰 과의존에 빠진 아이들은 지능 발달이 저해되고, 주의력이 결핍될 수밖에 없다.


기억해야 할 것은 우리 아이들에겐 책도, 인형도, 자연환경도 스마트폰도 모두 새롭다는 것이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오로지 시각에만 의존하고 다른 감각(후각, 촉각, 미각)은 자극하지 못한다. 반복되면 타인의 감정을 읽거나 커뮤니케이션하는 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이때 어른들의 눈높이로 이해하려고 하면 안 된다. 아이들의 눈으로 아이들을 바라봐야 한다. "옛날에는 안 그랬는데, 집중력이 좋았는데 요즘 애들은 왜 그래?" 환경이 달라졌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스마트폰 사용, 국내 관리 지침 요약


1. 부모가 함께 사용한다.  

2. 20분 넘어가면 안 된다.

3. 접근 시기는 최소 24개월, 하지만 최대한 늦추는 것이 좋다.

4. 집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장소와 시간을 정하는 것이 좋다.

5. 아이가 스스로 사용을 끝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내가 바쁘니, 오늘만 넘어갈게" 하는 식으로 하나씩 넘어가기 시작하면 안 된다. 규칙은 중요하다.

6. 아이가 좋아하는 다른 놀이나 활동을 제안하고 함께하는 것도 중요하다.

7. 부모가 먼저 안 하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


주는 시점은 언제가 최적일까? 아이와 약속을 맺고 충분히 지켜나갈 때 주는 것이 맞다. 부모가 30분 사용하자는 구체적인 규칙을 만들고, 아이도 그것을 지켜야 한다. 나이가 중요하지 않다. 자기 통제력이 생겼을 때, 그것을 사용할 수 있는 준비가 되었을 때, 스마트폰을 소유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나이가 중요하지 않다. 자기 통제력이 생겼을 때, 그것을 사용할 수 있는 준비가 되었을 때, 스마트폰을 소유할 수 있게 해야 한다.



SBS스페셜 - 스마트폰 전쟁 <내 아이를 위한 스마트폰 사용 설명서> 중에서


결국, 세상에 만능키는 없다.


나에겐 개인적으로 '완벽한 답'은 없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보약은 장기적으로 몸에 도움을 주지만, 당장은 효과가 없다. 진통제는 효과가 빠르지만, 그만큼의 부작용도 함께 가져온다. 결국, 상황에 맞는 답이 있을 뿐이다. 육아를 하는 부모에게 스마트폰은 아주 강력한 처방 제다. 대부분에 경우에 효과가 좋은. 하지만 정말 아무런 부작용이나 문제가 없을까? 그런 일은 세상에 없다. 문제가 없어야 한다는 우리의 고집만이 있을 뿐이다.


개인적으로 니콜라스 카의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나 <죽도록 즐기기>와 같은 책을 읽으면서 관련한 생각을 정리했고, 아내와 함께 분명한 목표를 세웠다. 아이에게 스마트폰 노출은 최대한 뒤로 미루는 것으로. 아들은 지금 5살이 되었지만, 아직 제대로 스마트폰을 쥐어주거나 영상을 보여준 적은 없다. 종종 할머니, 할아버지와 영상 통화를 하거나 본인이 나오는 영상과 사진을 보는 정도다. 스마트폰 때문에 떼를 쓰는 일도 없다.


그렇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이렇게 말하면 대부분 이렇게 반응한다. 별나게도 키운다고. 나중에 더 중독될 수 있다고. 그건 너희 집 아이가 특별해서 그런 거라고. 식당에서 울고 불고 하는데 안 주면 민폐가 된다고. 하지만,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공공장소에서 문제가 된 적도 없고, 모든 것을 "태어나면서 다른 거다"로 접근하면 뭐하러 교육을 하고 육아를 하겠는가? 그런 식의 접근은 정말 불편하다. 그게 아니라, 스마트폰 없이 육아를 하는 사람들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를 봐야 하는 게 아닐까.


모두 말하기는 어렵지만 책 <프랑스 아이처럼>에서 한 가지 배웠던 점이 있다. 아이를 어른 대하듯 대하라는 것이다. <인재시교>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 아이에게 혼낼 때는 어른에게 말하듯 하라는 것이다. 우리도 그렇게 하려고 애썼다. 상황을 설명했다. 식당에선 조용히 해야 한다고 설명했고, 비행기에서도 마찬가지다. 1년 반 전쯤 9시간 정도 비행기를 타고 호주를 간 적이 있는데, 그 긴 비행 중에서도 아이는 스마트폰 없이 잘 견뎠다. 물론 몇 가지 장난감과 우리의 수고가 들어가긴 했지만. 아이들은 모두 견딜 수 있다. 우리 아이가 특별하다고? 결코 그렇지 않다. 모든 아이들이 특별하다. 하지만 모두 비슷하게 자라고 있다. 쉬운 방법은 우리를 쉽게 길들인다. 스마트폰을 만능키라고 생각하는 것. 그 가정부터 차근차근 의심해 봤으면 한다. 혼자 하면 어렵지만, 함께 나누면 조금 더 쉬워지지 않을까 해서 용기 내어 글을 올린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이의 행동을 교정하고 싶다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