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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문영 Jan 06. 2016

미미와 나

가족이야기 4

단독주택에 살고 있다. 아내가 아파트가 싫다고 했기 때문이다. 나도 아파트에서 사는 것이 좋지 않았다.

아파트에서는 개를 키울 수가 없다. 아니, 키울 수는 있는데 눈치가 보인다.

단독주택으로 와서 개를 들였다.

삐삐라 부르던 이 개는 별로 영리하지도, 귀엽지도 않았다. 버릇도 잘 들일 수가 없었다. 교통사고로 죽고 말았다. 그렇게 이쁜 개가 아니어서 덜 아플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도저히 허전해서 견딜 수가 없었을 때, 내가 안 됐다고 귀염받던 강아지를 분양해 준 분이 있었다.

미미는 그렇게 우리 집으로 왔다.


그리고 어느날 있었던 일 하나.



낮에 미미를 목욕시켰다. 
윤기가 잘잘 흐르게 됐다.


목욕도 하고 수고했다고 바나나를 먹다가 조금 잘라 주었다.
킁킁 냄새를 맡더니 홱 고개를 돌린다.

바나나를 싫어하나?
그럼 혼자 먹지 뭐. 맛있게 잘 먹었다.

아내가 학교에서 돌아온 뒤 말했다.

"미미가 바나나를 싫어하나봐."
" 아, 그거. 이번 바나나가 맛이 덜 들어서 싫어해. 딸기도 맛 없는데 잘라주면 안 먹는걸."
" 뭐야? 그럼 내가 개보다도 입맛을 모른다는 거야?"

삐진 척 했더니 아내가 웃으면서 말한다.

"그게 아니라 우리 미미가 사람보다 입맛이 낫다는 거지."


저 사진을 찍을 땐 한 살도 채 안 되었던 미미도 벌써 열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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