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어날 일은, 언젠가 일어난다고 하더군요
정다운 생일파티가 뭐지요?
정다운 생일파티 준비 시작 - intro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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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파티를 하기로 마음을 먹은 이후 가장 고민이었던 것은, 파티 장소를 어디로 하면 좋을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약 50명에서, 정말 많으면 100명까지도 올 수 있는 사람들이 충분히 머물 수 있는 공간이 어디 있을까? 심지어 제가 생각한 공간의 조건을 쭈욱 나열해보니 꽤 까다롭더라고요.
- 5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넓고, 탁 트인 공간일 것
- 가능하면 대관 비용이 적거나 없을 것
- 너무 공적인 공간이 아니었으면 좋겠음
- 식음료를 제공/섭취할 수 있는 공간일 것
- 가능한 1층으로, 주차공간이 충분하고 대중교통으로 오기 쉬운 곳일 것
- 아이와 반려동물도 함께 출입이 가능할 것
- 메인파티장으로 사용될 곳과 별개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따로 있으면 좋겠고, 이 공간들이 너무 멀지 않았으면.
과연… 이런 곳을 구할 수 있을까요? 사실 저조차도 의문이었습니다. 제가 빌릴 수 있는 곳이나, 제게 빌려주실 수 있다고 한 공간은 대부분 시내에서 거리가 좀 있거나, 혹은 공공기관의 시설이었거든요. 파티라는 이름과는 아무래도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아서 고민을 하며 보류를 해두었습니다. 그럼 어디서 하면 좋을까. 대형 카페의 대관료는 감당하기 어렵고, 특히 제가 파티를 예정한 7월 23일은 제주의 성수기 토요일, 그것도 황금시간대인 오후 2~5시이기 때문에 사실상 대관 자체가 힘든 조건이었습니다. 그래도 지인 찬스를 동원해서, 시내와 약간 거리가 있지만 카페 형태로 사용되는 1층 공간을 대관하는 것을 1순위 후보로 두고 있었지요.
그러던 6월 25일의 토요일, 저는 운명의 장소를 만나고 말았습니다.
일어날 일들은 언젠가는 모두 일어나고야 만다고 하던가요. 정말로 우연히 찾은 이 공간에서 생일파티를 열게 될 거라고는, 조금도 상상해보지 못했습니다. 날이 좋은 주말, 친구가 우연히 회사 일로 방문해야 할 일이 있다고 해서 함께 찾아간 공간인 이 곳은 <트립티>가 운영하는 카페입니다. 트립티는 산스크리트어로 ‘참 좋다!’라는 뜻인데요, 생산자에게 정당한 가격을 지급하는 공정무역원두만을 사용한 커피사업을 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입니다. 이 공정무역 커피 사업을 통해 이주민, 장애인, 청소년 등 취약계층에게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기도 하고요.
트립티가 궁금하다면? https://m.tripti.co.kr/
처음 공간에 도착해 친구가 일 이야기를 할 때에는 끼지 않고, 멀리서 구경하며 공간이 참 좋다, 수국도 예쁘게 피었네, 하고 있었는데요, 이야기를 나누시던 이사님이 저도 부르시더라고요. 공간에 대한 소개와 트립티에 대한 이야기, 트립티에서 일하고 있는 청년들과 지원하고 있는 국가의 이야기, 또 제주에서 트립티를 접할 수 있는 이 카페가 제주의 청년들에게 더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이야기 등등을 나누다보니 문득 “여기서 생일파티를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어 신나게 생일파티에 대한 브리핑을 했습니다. 실은 제가 정다운 생일파티라는 생일파티를 준비하고 있는데요!
그러자 이사님이 흔쾌히 공간을 사용할 수 있게 도와주시겠다고 하시는 거 있죠. 넓은 잔디밭과 주차장, 시내에서 그리 멀지 않지만 한적하고 조용한 장소, 데크까지 활용하면 50명 정도 충분히 수용이 가능한, 식음료 섭취가능한 공간, 그리고 그 옆의 작은 부대공간까지, 그야말로 제가 원하던 모든 조건을 갖춘 완벽한 장소가 제 눈 앞에 뿅 나타난 거예요. 처음에는 이거 거짓말 아닌가? 꿈인가? 혼자 생각하기도 했지만, 놀랍게도 현실이었다고 합니다. 물론 아직까지 이사님과 완벽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한 상태는 아니니, 변수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요.
아무튼 이렇게 파티 공간을 찾고나니, 정다운 생일파티는 사실상 확정되어 초대장을 준비할 수 있게 되었답니다. 다음주 주말까지 초대장 초안을 만드는 것이 1차적인 목표이고요, 초대장이 나오고 나면 트립티를 다시 찾아가 상세한 조건들을 이야기드리고 본격적으로 준비해보려고 합니다.
다음엔 초대장을 만드는 이야기로 찾아올게요. 기대해주세요!